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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창] 소유와 경영의 분리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2-28 17:33:45

데스크의 창, 조환동,  LA미주본사 편집기획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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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하의 현인’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93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왕성한 투자와 경영, 자선 활동으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중 한명이다.

그가 1965년부터 이끌고 있는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이하 버크셔)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07억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의 76억5,000만달러에 비해 40.6% 증가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버핏은 재산이 1,205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5위 부자인데 천문학적인 부 만큼이나 아낌없는 기부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버핏이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기부한 주식의 가치가 현 시세로 계산하면 총 520억달러에 달한다.

버크셔는 3,180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굴리고 있고 그중 거의 절반 정도가 애플 주식이다. 버크셔 소유 애플 주식만 발행 주식의 5.9%에 달하는 915만주로 최대 소유주 중 하나이지만 정작 버핏은 애플 이사회에는 합류하지 않고 있다. 애플에 투자한 대형 기관 투자자 ‘블랙록’의 수잔 웨그너 공동창업자가 애플 이사인 것과 대비된다.

버크셔는 애플 외에도 철도와 보험, 에너지, 유제품 등 수십 개의 기업을 보유하고 있거나 대주주이지만 버핏은 이들 기업들의 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다. 그는 평소에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을 강조해 왔고 이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버핏은 “대주주가 이사나 이사장으로 있으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의 소신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며 “CEO는 오로지 실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가 CEO 퇴진 이후 여전히 대주주 중 한 명이지만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자본주의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한때 한 명 또는 몇 명의 자본가가 회사의 모든 자본을 소유하고 동시에 직접 경영을 맡았던 경우가 많았다. 이것을 ‘소유자 지배’라고 했다. 그러나 회사가 대형화, 전문화되고 주식회사 형태로 바뀌면서 경영의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게 되면서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고 있다. 

대신 주주들은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균형, 감시 기능을 일임한 이사회에 맡기고 있다. 이사의 이같은 막중한 역할과 책임을 ‘수임 또는 신탁 의무’(Fiduciary Duty) 라고 한다. 미국 상장기업들의 이사진 중 창업자나 창업자 가문 출신이나 대주주들은 극소수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지식을 갖춘 사외이사가 절대 다수를 이루고 있다. 반면 한인은행들은 창업 이사들이 나이 제한 등으로 퇴진하면서 전문 사외이사가 늘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주주들의 입김이 강하다.     

지난 수년간 한인 은행가에선 CBB 은행 박순한 이사장의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과 간섭과 관련된 일화들이 끊이지 않고 오르고 있다.

박 이사장은 회사 주식의 12.03%에 달하는 125만주를 보유한 은행의 최대 주주이다. 박 이사장은 최대 주주 겸 이사장이라는 막강한 위치를 토대로 이사의 감시와 견제 기능을 넘어 채용과 대출 등 경영 전반에 관여하면서 사실상의 ‘그림자 행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전 최운화 행장과 조앤 김 행장도 박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이사진의 과도한 간섭에 힘들어했고 결국 은행을 떠났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최운화 행장과 조앤 김 행장 퇴진 이후 박 이사장이 직접 행장까지 맡으려 한다는 소문까지 은행가에서 돌았다. 

한 한인은행 인사는 “박 이사장이 이민 초기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 텔러로 근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텔러 경험이면 행장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취임한 제임스 홍 행장은 37년 은행가 경력의 베테런으로 특히 대출 분야에서는 한인 은행권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이지만 2년이 돼가도록 은행 내·외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CBB 은행의 자산규모가 수년째 20억달러를 넘지 못하는 등 경쟁 한인은행들에 뒤지고 있는 ‘성장 정체’ 현상도 경영진의 소신 경영이 빛을 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조앤 김 행장이 떠난 이후 직원 10여명이 무더기로 경쟁 은행들로 떠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박순한 이사장의 은행을 위하는 마음은 추호도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발언과 언사, 행동이 오히려 은행 발전과 성장에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은행 내·외부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은행은 기업 중에서도 가장 전문적인 노하우가 필요한 업종이다. 은행의 흥망성쇠를 책임지는 핵심 부문인 대출 경험을 행장의 가장 중요한 자격 조건으로 중요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며칠 후면 다사다난했던 2023년 계묘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2024년 갑진년 새해를 맞지만 한인 은행들을 포함한 전국 은행권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 지난 3월 발생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고금리 정책, 오피스·상업용 부동산 침체 등의 여파로 지난 2년여간 힘든 시절을 보내야했던 은행권의 내년 전망도 올해보다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주 한인은행 중 1, 2위인 뱅크오브호프와 한미은행을 비롯, 남가주에 본점을 둔 6개 한인은행들의 올해 1~3분기 순익 규모는 6,997만달러로 전년 동기의 1억632만달러에 비해 34%나 급감했다. 내년 한인 은행권의 공통된 경영 화두도 긴축 경영을 통한 안정적인 성장이다.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경영진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토대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실적에 따라 경영진의 책임을 물으면 된다. 이사회와 경영진 사이의 균형적인 견제와 감시 기능의 조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조환동  LA미주본사 편집기획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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