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엘리트 학원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한 필랜 부부의 사는 법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1-21 14:49:41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LA미주본사 논설위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필랜(Phelan)에는 지난 겨울에 눈이 6번 왔다고 한다. LA 코리아타운에서 동북쪽으로 100마일 정도 떨어진 여기는 과자 봉지가 부풀어 오를 정도로 지대가 높다. 가끔 눈 구경이 가능한 곳이지만 비가 많았던 지난 해는 눈도 잦았다. 레베카 신씨는 눈이 올 때면 페이스북과 인스타 그램을 통해 실시간으로 눈 내리는 광경을 중계했다. 눈이 오면 알려달라고 부탁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를 본 사람들이 레베카씨 부부의 필랜 카페로 차를 돌려 오기도 했다. 

공방을 겸한 힐링 공간이라는 이들 부부의 카페 이름은 ‘I think so.’ 한국말로는 ‘그래’ 정도로 풀면 될 지 모르겠다. 부부는 3년 전 살림집과 차고가 따로 있는 2.5에이커 규모의 집에 이사한 뒤 차고를 카페로 개조했다. 유리로 된 선 룸을 달아내고, 주방을 새로 들였다. 따뜻한 온실이기도 한 선 룸에 눈이나 비가 올 때 앉으면 스스로 풍경의 일부가 된 듯하다고 한다. 카페 공사는 남편 조셉씨가 했다.

카페에 놓인 기다란 탁자들은 부인의 작품. 손 때 묻은 고가구처럼 보이지만 울타리 판자를 붙여 만든 것이다. 부부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이러니 이런 카페도 엄두를 냈을 것이다.

이 카페는 활용하기에 따라 동네 사람들에게는 사랑채, 좀 멀리 사는 사람은 당일치기 여행 기분을 낼 수 있다. 전형적인 캘리포니아형 사막인 황무지에 자리잡고 있어 도심의 주택가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긴 시간 들이지 않고 와서 잠시 일탈의 순간을 맛볼 수 있다. 

이 카페(www.ithinkso-store.com)는 원칙적으로 예약제로 운영된다. 예약이 있으면 카페 공간을 다른 손님과 겹치지 않도록 배려한다. 일행끼리 편하게 시간을 보내다 가시라는 뜻에서다. 커피와 꽃차 등은 있지만 파스타 등은 하루 전에 주문해야 한다.

몇 명 단위의 소그룹이나 동호회 모임 등을 가져본 뒤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 막걸리를 가지고 갈 테니 파전을 부쳐달라는 그룹이 있었는데 마침 형편이 돼 준비해 준 적이 있다고 카페 바깥 주인은 전했다. 가족이 와서 캠핑과 캠프 파이어를 하기도 한다. 터가 넓어 이런 바깥 생활이 가능하다. 이 집에는 진도와 풍산의 혼합종인 통일견 한 마리와 진돗개 두 마리도 같이 살고 있다. 주위가 황량하지만 코요테 정도는 상대가 되지 않을 자체 완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I think so’는 공방이기도 하다. 어른과 아이들이 같이 할 수 있는 아트 워크샵도 열린다. 팝 아트 초상화, 티셔츠 제작, 가죽과 천으로 만드는 수제 핸드백 등 작업 내용은 다양하다. 카페 안주인은 한국서는 헤이리 예술마을과 인사동에 작업실과 가게를 두고 활동했던 작가.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뒤 북 아트, 가죽 공예 등을 했다. 이런 공방이 가능한 이유다.

카페에서는 지난 봄에 파머스 마켓도 열렸다. 지역 한인들이 생산한 다양한 자연식품들이 나왔다. 소셜미디어로 알렸더니 사흘간 수 백명이 왔었다. 호응이 좋아 일년에 한 두 번 할 계획이다.

다양한 자체 모임 횟수도 늘려 나가고 있다. 지난해 싱글 모임에는 60여명이 참석했다. 여기서 맺어진 커플도 있다고 한다. 지난달 바비큐 이벤트에도 40명 이상이 참석했다. 참가비는 무료. 주인 내외가 스테이크 저녁을 대접했다. “생각보다 얼마 들지 않았다”고 하지만, 요즘 고기 값은 생각보다 많이 올랐다. 

주위에서 오히려 이런 카페 운영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렌트비 부담이 없고, 내외가 따로 다른 일도 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한다. 남편은 일주에 이틀 정도 LA로 출근하는 파이낸셜 어드바이저, 부인은 원격으로 그래픽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쇼핑몰도 지난 팬데믹 때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아주 어릴 때 미국에 온 남편 조셉 신씨는 자원봉사 경력이 다양하다. LA 한인 청소년을 중심으로 결성된 보이 스카우트의 대장만 30년가까이 하고 있다. 말 많았던 지난 여름 새만금 세계 잼버리 대회에도 대원들을 인솔해 다녀왔다. 멕시코와 캐나다를 잇는 PCT 종주에 도전하는 한국인들을 지원하는 트레일 자원봉사도 오랫동안 계속하고 있다. 

이런 경험 등을 바탕으로 그는 재난에 대비한 한인 서바이벌 스쿨(kmagsurvival.com)도 운영하고 있다. 지진대인 샌 안드레아스 단층이 멀지 않은 데를 지난다. 재난 위험을 늘 의식할 수밖에 없다. 적지 않은 한인들이 그에게서 재난 시 생존 교육을 받았다. 

몇 년 전 트레일 자원봉사 일로 잠시 만났던 이들 부부의 근황은 얼마전 신문에 난 짧은 기사를 보고 알았다. 싱글 모임인가를 한다는 알림성 기사의 연락처가 이들이었다. 웬 싱글 모임을, 궁금해서 연락했더니 이들 부부는 이제 카페까지 열어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만나, 교유하고, 나누며 살고 있었다. 카페를 찾는 손님들과는 좋은 말벗이 된다고 한다. 상대가 이야기하면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하자는 뜻에서 카페 이름을 ‘아이씽소’로 지었다. 이런 류의 일들은 권한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안상호 LA미주본사 논설위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전문가 칼럼] Power of Attorney v. Trustee “어떻게 다르고,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가”
[전문가 칼럼] Power of Attorney v. Trustee “어떻게 다르고,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가”

김인구 변호사 우선, 이 질문은 아주 정확한 질문은 아닙니다. 왜냐면 한 가지는 서류의 이름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직책의 이름이기 때문에, 두 개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미션 아가페, 올해도 ‘사랑의 점퍼’로 나눔 실천
미션 아가페, 올해도 ‘사랑의 점퍼’로 나눔 실천

8회째 노숙자를 위한 나눔 행사 이어져9일, 애틀랜타 섬기는 교회에서 열려 미션 아가페(대표 제임스 송)가 올해의 ‘사랑의 점퍼’ 나눔 행사를 앞두고 후원 참여를 요청했다. 올해

[신앙칼럼] 의와 칭의(Justice And Justification, 마Matt. 5:6)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배부를 것임이요”(마 5:6). 예수님은 목적이 이끄는 삶(Purpose-driven Li

“1달러당 4.5달러 세금 공제” 고객에 불법투자 권유 회계사 철퇴
“1달러당 4.5달러 세금 공제” 고객에 불법투자 권유 회계사 철퇴

세금면제 제도 악용 거액 수수료법원, 실형 28개월에 배상 판결  고객들에게 불법으로 설립된 세금피난처 지분을 판매하며 거액의 세금공제를 신청한 회계사에게 실형과 함께 배상 명령이

존스크릭 도심 대형복합개발 공사 내달 착공
존스크릭 도심 대형복합개발 공사 내달 착공

‘메들리 프로젝트’자금조달 마쳐2026년 3분기 1단계 공사 완공 존스크릭 도심에 추진되는 복합용도개발 ‘메들리 프로젝트’<본지 10월 25일 보도 참조>가 12월에 착

자연과 조명, '와일드우즈: 어글로우' 밤 산책 전시
자연과 조명, '와일드우즈: 어글로우' 밤 산책 전시

유명 디자인 회사 띵크웰 그룹 제작 화려한 조명, 자연과 어울려  펀뱅크 박물관 인근 야외 산책로가 화려한 조명 디스플레이와 큐레이팅된 사운드스케이프로 꾸며진다. 8일부터 2025

풀턴 카운티, 응급실 신설된다
풀턴 카운티, 응급실 신설된다

2026년 완공 예정 조지아 풀턴 카운티에 응급실 센터가 신설된다.조지아 지역사회 보건부에 따르면, 그래디 헬스 시스템이 풀턴 카운티에 응급실을 건설하기 위한 주 승인을 받은 것으

‘트럼프노믹스 시즌2’… 우선주의·보호무역 강화
‘트럼프노믹스 시즌2’… 우선주의·보호무역 강화

‘제조업 기반 재건’ 천명관세 부과·약달러 정책 한국 등 국제사회가 주목한 미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4년 만에 귀환으로 끝이 났다.‘미국 우선주의’와 ‘힘에 의한 평화

증시 3대 지수 최고치 마감… 다우 3.6% 급등
증시 3대 지수 최고치 마감… 다우 3.6% 급등

트럼프 당선에 월가 환호   6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럼프 모자를 쓴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들이 치솟는 지수들을 지켜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  공화당 도널드 트

[한자와 명언]  備 考 (비고)

*갖출 비(人-12, 5급) *생각할 고(老-6, 6급) “계획은 ○○가 없으면 실패하고, 사업은 ○○가 없으면 패망한다.” 공란에 적절한 말은? 먼저 ‘그 표의 비고란에 적어 놓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