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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 우리의 자녀가 위험하다] 고립감·우울증·정체성 혼란 ‘극단선택’ 내몬다

지역뉴스 | | 2023-10-31 09:17:58

고립감·우울증·정체성 혼란,우리의 자녀가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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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 우리의 자녀가 위험하다

10~24세 사망원인 2위

아시아계 20년새 2배 ↑

펜타닐 등 마약도 한몫

이상 증후 즉시 대처를

고립감·우울증·정체성 혼란 ‘극단선택’ 내몬다


 지난 3월 남가주 명문 사립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딸이 자살하고 두 달 뒤 아빠의 극단선택으로까지 이어진 한인 부녀의 비극적인 소식은 한인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 줬다. 하버드 웨스트레익 10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모 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57일 만에 아버지 마저 LA 공항 인근 405번 프리웨이와 105번 프리웨이 교차지점에서 투신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 해당 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은 물론 또래의 자녀를 둔 미주 한인들에게 미친 파장은 엄청났다. 결코‘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살만큼이나 심각한 마약 중독과 입시 스트레스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인 청소년들의 ‘위기’ 상황을 살펴보고 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4회에 걸쳐 진단 시리즈를 게재한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집계한 2022년도 미 전국 자살자는 전년과 비교해 2.6% 늘어난 4만9,449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한인 자살자는 15.7% 늘어난 235명으로 조사됐다. 자살은 미국 내 사망원인 가운데 10번째를 차지한다. 자살은 이제 어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LA카운티의 경우 전체 한인 자살자 중 10~14세 청소년이 2%, 15~24세 사이가 11%를 차지할 정도다.

 

한인들을 포함한 10~24세 청소년의 사망 원인 가운데 자살은 두 번째다. 비영리단체 키즈데이터의 베스 자로스 국장대리는 “15-24세 청소년의 자살률은 2007년에서 2020년 사이에 60% 급증했으며, 특히 한인 청소년을 포함한 아시아계 자살률은 최근 20년간 두 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자살시도 건수는 이보다 훨씬 높다. 자살 시도 및 생각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는 5~18세 사이 아동·청소년은 한해 110만명 이상이다.

 

한인 청소년들의 자살 문제 역시 위험선을 넘은지 오래다. 한인 학생들이 자살충동을 느끼거나 실제로 자살을 감행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밸리에 사는 한인 1.5세 김모(16)군은 최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더불어 우울증이 찾아왔다. 김군은 “나는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니다. 내가 누군지, 어디에 소속돼 있는지 몰라 아무데도 끼지 못하는 외톨이가 된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이 학생은 또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느라 고민거리를 나눌 시간이 없는데 그나마 부모님과 하는 대화는 온통 공부에 관한 이야기 뿐”이라면서 “고독감과 우울증이 더해져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같은 고민은 어릴 적 혼자 미국에 온 조기유학생이나 미국 문화에 낯선 교환학생일수록 더욱 심각하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일부 한인 1.5~2세들은 학업 성적, 사회 부적응 등에 대해 대화할 상대가 마땅치 않아 혼자 고민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한인 청소년들의 고립감과 우울증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펜타닐 등 마약류 복용은 10대 한인들의 자살 충동을 부추키는 또 다른 원인이다. 최근 조지아대에서 열린 열린 한인 청소년 대상 ‘정신건강의 중요성 인식’ 세미나에 초청강사로 참석한 조지워싱턴대 청소년 및 가정정신과 전문의 수잔 송 박사는 “안타까운 사실은 자살을 시도하는 한인 청소년들 중에선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학교 리더로 활발히 활동하던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이나 친구들이 사건발생 후 받는 충격이 크다”고 전했다.

 

이처럼 청소년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해당 학생이 페이퍼 클립으로 팔을 긋는 등 약간의 폭력성만 나타내도, ‘죽고 싶다’고 기록한 흔적만 발견돼도 이를 자살시도로 간주하고 72시간 강제 입원시킬 수 있는 규정이 시행 중이다. 의사의 진단으로 15일간 연장도 가능하다.

 

이같은 규정 때문에 텍사스 달라스 인근 소도시에 교환학생으로 왔던 15세 A군이 지난 10월 지역 관리자 신고에 의해 정신병원에 갇히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관리자는 A군에게 호스트 패밀리 사람들과 교류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A군이 “혼자 있게 해달라. 짜증나 죽겠다”고 말한 것을 문제 삼아 관리자가 경찰에 “A군의 자살충동이 의심된다”고 신고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는 “황당한 상황을 겪은 학생이나 부모 입장에선 억울할 수 밖에 없겠지만 그나마 이런 규정이 청소년들의 자살을 조금이라도 예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스트레스를 받는 청소년들은 주변 사람들과 담을 쌓고 혼자 고립되기 때문에 부모와 형제, 학교 교사와 상담가가 고민을 함께 풀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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