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엘리트 학원

[에세이] 회전 교차로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0-30 17:59:27

에세이,김홍식 내과의사 수필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올해 추석엔 실제로 평소보다 큰 보름달, 슈퍼문을 볼 수 있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울 때를 말하는 슈퍼문은 달이 지구에서 가장 멀고 작을 때보다 최대 30% 더 밝다고 한다. 

달 밝은 밤에 새 주택단지를 운전하는데 회전 교차로를 많이 접하게 되었다. 동그란 모양의 회전 교차로는 신호등이 없고 중앙에 원형 구조물이 있다. 회전 교차로 진입 구에 양보선이 설치되어 있고 회전하는 차량에 통행우선권이 주어진다. 서행하면서 양보와 배려를 하면 신호등 없이도 통행이 매우 원할 한 좋은 교통체계이다. 

우리 몸에도 회전 교차로가 있는 데, 대표적인 곳이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구조이다. 목의 양 옆으로 심장에서 뇌로 올라가는 경동맥과 목 뒤 부분에서 뇌로 올라가는 척추동맥의 줄기가 뇌의 바닥 면에서 고리모양으로 서로 연결되어 대뇌동맥고리(윌리스 서클, circle of Willis)를 형성한다. 대뇌동맥고리에서 각 방향으로 혈관들이 갈라져서 뇌의 전체로 혈관이 퍼져 나간다. 회전교차로에서 사방으로 길이 퍼지는 모습이다. 교통의 원할 함도 중요하지만 대뇌동맥고리는 뇌혈관 중 한곳이 막히면 반대쪽 다른 혈관을 통해 뇌로 혈액이 원활히 공급되도록 하는 의미가 더 크다. 뇌는 단 몇 분이라도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뇌경색이 오는데 한쪽이 막힐 때 윌리스 서클 혈관 시스템을 통하여 서로 상호보완관계로 뇌의 상태를 보존시켜 준다.

뇌의 밑 부분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려 보면서 그려진 윌리스 서클 혈관 모양을 보고 있으면 마치 몇 사람이 서로 손을 잡고 있는 듯하다. 덧붙여 그 원을 따라 혈액이 돌고 있음을 상상해보면 마치 여러 명이 손에 손을 맞잡고 달 밝은 밤에 둥근 원을 만들어 장단에 맞춰 도는 강강술래가 연상된다. 

강강술래는 전라남도 남해안 일대와 섬 지방에 전래되어 오던 것으로, 주로 추석날 밤에 부녀자들이 서로 손을 잡고 ‘강강술래’라는 후렴이 있는 노래를 부르면서 원을 그리며 노는 민속놀이인데 달 밝은 밤이면 수시로 했다고 한다.

풍작과 풍요를 기원하며 밝은 보름달이 뜬 밤에 수십 명의 마을 처녀들이 모여서 손을 맞잡아 둥그렇게 원을 만들어 돌며, 한 사람이 ‘강강술래’의 앞부분을 선창(先唱)하면 뒷소리를 하는 여러 사람이 이어받아 노래를 불렀다. 거듭 반복되는 ‘강강술래’라는 후렴구에서 이름이 유래했지만 그 정확한 의미는 알려져 있지 않다. 함께 노래하며 춤추는 가운데 협동심·평등·우정의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앞소리를 하는 사람의 소리 빠르기에 따라 음악의 속도가 달라지고 춤추는 사람들의 동작도 음악의 빠르기에 따라 달라진다. 춤이 진행되는 막간에는 농촌이나 어촌의 생활을 표현한 놀이가 진행된다. 이들 놀이 가운데, 남생이놀이(한 사람이 원 안으로 들어가 춤을 추면 그 다음 사람도 들어가 앞사람의 흉내를 낸다) 는 요즘 결혼식에서도 본적이 있다.

한국의 전통 사회는 남성 중심이었으며, 젊은 여성들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밤에 외출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추석이 되면 여성들도 밝은 달밤에 강강술래를 통해 자유롭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여성이 평소의 제약을 벗어나 그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1592년 이순신 장군은 여자들에게 밤에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강강술래를 하도록 했고 멀리서 보았을 때 깜박거리는 그림자 때문에 일본의 왜군은 이순신 장군의 병력을 두려워했다. 가사 속에는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기도 하였는데, 대뇌동맥고리(윌리스 서클), 강강술래 모두 협동과 상호 보완으로 같이 살아가는 지혜를 보여준다. 

<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기준금리 인하 배경·전망] 연준 지속적 인하 기조 확인… 인플레 완화 반영
[기준금리 인하 배경·전망] 연준 지속적 인하 기조 확인… 인플레 완화 반영

12월에도 금리 내릴 전망경기악화 시 ‘실기론’ 의식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종료된 후 기자회견을 통해 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독도는 우리 땅’ 과자, 미국 수출
‘독도는 우리 땅’ 과자, 미국 수출

올바름, 한인마켓 입점유통망 지속적 확장   일본 판로가 막히는 위기에도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문구를 지킨 쌀과자가 미국 수출길에 올랐다. 7일 전남 장성군 등에 따르면 장성에

[한인마트 정보] ‘빼빼로 데이’ 과자 모음전 ∙∙∙신선 야채∙과일도 ‘듬뿍’
[한인마트 정보] ‘빼빼로 데이’ 과자 모음전 ∙∙∙신선 야채∙과일도 ‘듬뿍’

메가마트 축산 인기상품 모음전으로 (금토일 한정) 소 LA 갈비(초이스) 파운드 11.99,  (금토일 한정) 소 꽃갈비살 파운드 23.99,  (금토일 한정) 생삼겹살 파운드 5

[전문가 칼럼] Power of Attorney v. Trustee “어떻게 다르고,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가”
[전문가 칼럼] Power of Attorney v. Trustee “어떻게 다르고,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가”

김인구 변호사 우선, 이 질문은 아주 정확한 질문은 아닙니다. 왜냐면 한 가지는 서류의 이름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직책의 이름이기 때문에, 두 개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미션 아가페, 올해도 ‘사랑의 점퍼’로 나눔 실천
미션 아가페, 올해도 ‘사랑의 점퍼’로 나눔 실천

8회째 노숙자를 위한 나눔 행사 이어져9일, 애틀랜타 섬기는 교회에서 열려 미션 아가페(대표 제임스 송)가 올해의 ‘사랑의 점퍼’ 나눔 행사를 앞두고 후원 참여를 요청했다. 올해

[신앙칼럼] 의와 칭의(Justice And Justification, 마Matt. 5:6)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배부를 것임이요”(마 5:6). 예수님은 목적이 이끄는 삶(Purpose-driven Li

“1달러당 4.5달러 세금 공제” 고객에 불법투자 권유 회계사 철퇴
“1달러당 4.5달러 세금 공제” 고객에 불법투자 권유 회계사 철퇴

세금면제 제도 악용 거액 수수료법원, 실형 28개월에 배상 판결  고객들에게 불법으로 설립된 세금피난처 지분을 판매하며 거액의 세금공제를 신청한 회계사에게 실형과 함께 배상 명령이

존스크릭 도심 대형복합개발 공사 내달 착공
존스크릭 도심 대형복합개발 공사 내달 착공

‘메들리 프로젝트’자금조달 마쳐2026년 3분기 1단계 공사 완공 존스크릭 도심에 추진되는 복합용도개발 ‘메들리 프로젝트’<본지 10월 25일 보도 참조>가 12월에 착

자연과 조명, '와일드우즈: 어글로우' 밤 산책 전시
자연과 조명, '와일드우즈: 어글로우' 밤 산책 전시

유명 디자인 회사 띵크웰 그룹 제작 화려한 조명, 자연과 어울려  펀뱅크 박물관 인근 야외 산책로가 화려한 조명 디스플레이와 큐레이팅된 사운드스케이프로 꾸며진다. 8일부터 2025

풀턴 카운티, 응급실 신설된다
풀턴 카운티, 응급실 신설된다

2026년 완공 예정 조지아 풀턴 카운티에 응급실 센터가 신설된다.조지아 지역사회 보건부에 따르면, 그래디 헬스 시스템이 풀턴 카운티에 응급실을 건설하기 위한 주 승인을 받은 것으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