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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칼럼] 모기와의 전쟁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0-03 13:23:36

뉴스칼럼,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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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테이블 주위로 모기가 날아다녔다. 나무들이 멋스럽게 우거진 정원에 테이블들이 배치되어 있는 만큼 모기가 꼬일 만한 환경이었다. 그런데 모기가 있으면 앵앵 소리가 나야 하는데 도무지 소리가 없었다. “모기가 진화한 때문”이라는 동료의 말에 모두 웃었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이 세상에서 모기만큼 인간의 목숨을 많이 앗아간 생물은 없다. 그런 모기를 아직껏 퇴치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모기의 탁월한 진화능력 때문이다. 모기는 빠르고 영악스럽게 진화한다.  

인디언 원주민 전설에 따르면 옛날 옛적에 거대한 모기 두 마리가 살고 있었다. 모기들의 조상이다. 지금의 뉴욕 부근에 인디언 국가가 있었는데, 강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덩치가 소나무만한 괴물 모기들이 살고 있었다. 모기들은 인디언이 카누를 타고 강을 지날 때마다 달려들어 거대한 부리로 쪼아 사람들을 먹어 치웠다. 

사람들은 무시무시한 모기들의 공격을 피하느라 이리저리 항로를 바꿔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모기들은 그때마다 기어이 카누를 찾아 공격했다. 언제 어디서 모기들에게 잡혀 먹힐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사람들은 토벌작전을 펼치기로 했다. 용맹한 전사들이 활과 칼, 몽둥이로 단단히 무장하고 두 대의 거대한 카누에 나눠 타고 출범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모기들은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모기 한 마리가 부리로 카누에 구멍을 내자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물속에 빠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사들의 절반이 목숨을 잃었다. 남은 전사들은 카누를 버리고 산속으로 이동해 모기들을 유인했다. 빽빽한 나무와 수풀 뒤에 몸을 숨긴 그들은 화살을 빗발치듯 쏘아댔다. 모기들이 화살에 맞아 고슴도치가 되어 쓰러지자 전사들은 몰려가 몽둥이로 마구 때렸다. 모기들은 맞아서 몸뚱이가 너덜너덜해진 채 죽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모기들이 흘린 피에서 작은 모기떼가 생겨나더니 마구 불어나 대기를 가득 채웠다. 그것들 역시 사람의 피를 좋아해서 사람만 보면 달려들었다. 그것들이 오늘날까지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고, 이는 제 조상에 대한 복수 때문이라는 전설이다. 

인간과 모기의 싸움은 계속 되어왔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한동안 인간이 승리하는 듯했다. 2000년에서 2015년 사이 전 세계 말라리아 발병 케이스는 3분이 1이나 줄었다. 하지만 근년 상황이 바뀌었다. 2019년에서 2021년 사이 말라리아 사망자는 8%나 증가했다. 

원인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모기의 놀라운 진화력. 모기장, 살충제 등 과거 효과가 있던 모기 예방 및 퇴치 수단들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고 있다. 모기장 사용이 증가하자 실내에 살던 모기 숫자는 줄고, 옥외에 사는 모기 숫자가 늘었다. 실내에서 밤중에 사람들을 공격하던 모기들이 이제는 대낮에 옥외에서 공격한다. 지난 수십년 사용되어 온 살충제에 대해서도 모기들은 이제 저항력을 갖게 되었다. 진화한 것이다. 그러니 살충제 뿌리고 모기장 안에서 자는 게 별 효과가 없다. 

둘째는 기후변화.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뎅기열 등 치명적 질병을 옮기는 위험한 종류들이 널리 퍼졌다. 뎅기열은 과거 순전히 열대지방 전염병이었는데 지금은 플로리다나 프랑스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올 여름 텍사스, 플로리다, 메릴랜드에서는 말라리아 환자들도 발생했다. 미국에서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모기들이 (싸움에서) 이기고 있는 것 같다”고  한 세계적 모기 연구자는 말한다. 그 옛날 전설 속 모기와 인간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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