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평균 734달러 더 지출
에너지·식품비 등 모두↑
직장인 김모씨는 요즘 주유소나 마켓, 식당에 갈 때마다 여전히 살인적인 물가를 체험한다.
매일 출퇴근 60마일 왕복을 해야 하는 김씨는 개솔린 가격이 6달러를 훌쩍 넘자 카풀을 알아보고 있고 출퇴근 외 운전은 가급적 피하고 있다.
28일 현재 LA 카운티 평균 레귤러 개솔린 가격은 갤런 당 6.29달러로 껑충 뛰었다. 이는 불과 1주일 전 대비 22.5센트, 한 달 전 대비 91.9센트, 전년 동기 대비 17.7센트나 높은 수준이다. 또 이같은 개솔린 가격은 전국 평균 3.84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2.45달러나 높다.
주부 최모씨도 요즘은 마켓에 가서 쇠고기 등 육류 구매 비중을 대폭 줄였다. 생고기 대신 갉은 고기로 햄버거 스테이크나 미트볼 등을 요리해서 먹는다. 최씨는 “세계에서 가장 풍족하다는 미국에서 더 이상 쇠고기 조차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것이 슬프다”며 “임금은 정체돼 있는데 생활비가 치솟는 만큼 외식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방정부와 연방준비제도(FRB·연준) 등이 발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개선됐지만, 미국인들의 물가 고통은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중위 가구가 2년 전과 같은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데 매달 734달러가 더 든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개선되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의 경우 에너지와 개솔린 비용이 2022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고 자동차 보험료의 상승 폭도 적지 않았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개솔린과 식품, 외식, 보험료 등 생활비 전반에서 전국 평균 보다 훨씬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고통도 그 만큼 크다.
블룸버그 통신은 냉각된 인플레이션 지표를 성과의 신호로 보는 정책 결정자들과 하루하루 겨우 먹고사는 사람들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뜨거운 노동 시장과 임금 상승 덕분에 가계가 전반적으로 건재한데도 소비자들은 경기와 고물가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상당 부분은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연준은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음식 등 필수품의 가격은 여전히 오르고 있다.
밀워키 출신 미혼모인 레이 존슨은 근원 CPI에는 포함되지 않는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지난달 모두 급등한 뒤 생활에 몇 가지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존슨은 “전기료와 가스비를 한꺼번에 낼 여유가 없어 월초와 월말에 절반씩 내고 난방도 강추위가 닥칠 때 시작할 것”이라며 “고기도 정육점에서 매달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때 산다”고 말했다.
CNN 방송은 실업률의 급격한 상승 없이 인플레이션을 잡는다는 것은 여전히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고 이날 전했다.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가 곧 다가오는 등 많은 불확실성과 경제적 역풍이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연방정부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우려도 여기에 포함된다.
파월 의장이 지난주 회의에서 연착륙 가능성을 하향 조정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저는 항상 연착륙은 타당해 보이는 결과이고 연착륙으로 가는 길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궁극적으로 이것(연착륙)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에 의해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가리킨 것이다.
미국인 수백만 명을 실직시키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까지 떨어뜨리는 것이 연착륙으로 알려진 연준의 주요 목표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