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행복한 아침] 세월 소리가 들리시나요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9-29 08:04:13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김정자(시인·수필가)  

                                     

은퇴한 지인들 가운데 더러는 더 많이 여행을 하며 새로운 세상을 더 많이 만나야 하고, 보아야 한다고 아우성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항상 활동적이고 진취적이긴 하나 젊은 날에 이루지 못한 보상심리를 부추기며 황혼녘인데도 더 이상 늦장 부릴 수 없다며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있다. 마치 수험생들이 시험을 앞두고 미루어왔던 공부에 몰입하는 것처럼. 언뜻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애틋함이 실루엣으로 엿보인다. 이루지 못한 것들을 죄다 달성했노라 뽐낸다 한들 무슨 소용일까. 삼가 옷깃을 여미고 남은 날들을 사랑하며 마음을 비워내며, 떠도는 구름 마음을 짚어가며 영원한 나그네 길임을 인정하며 고운 마무리에 몰두하려 한다.

언어가 문을 닫아버린 침묵 속에 잠겨 깊숙한 소리를 만나 내 영혼의 깊은 내면을 보노라면 생의 뒷면에 드리워진 음영의 움직임을 보게 된다. 살아온 여정의 그림자는 가로등 불빛 낭자한 거리를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영상처럼 스치듯 지나가는 세월의 소리를 향해 손짓을 해도 미치지 못하고 소리를 외쳐도 되돌아 오지 않는다. 남아 있는 시간이 퇴적될 삶의 두엄을 본다.

머물 듯 흘러가는 것이 세월이라 봄인가 하면 어느 샌가  여름이요, 가을인가 했는데 어느 결에 겨울이었다. 지금이 어디메쯤인가. 여름도 떠나보내고 가을이 금방 다가올 것 같아 가슴이 낙엽처럼 내려앉듯 허리춤이 무르춤하다. 꿈결인양 세월의 덧없음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 것인데 계절이 깊어갈수록 바람결에 흐트러지는 미진 같은 세월을 어이 잡아둘 것인가. 오늘이 삶의 마지막이라 여기며 하루 하루들을 따뜻하고 평온한 여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일이다. 행복의 조각들은 아무리 작은 형체를 지녔다 해도 작은 조각들은 다 내 품으로 안겨와 환희를 지를 것 같다. 행복 조각들은 편안한 안녕과 즐거움에 머무르거나 세상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빛나는 증서를 받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보잘것없고 변변하지 않아도 어찌 보면 초라해 보일 만큼의 연약함 속에서도 안게 되는 작은 기쁨, 그 기쁨 마저도 함께 누리려는 조화의 어울림을 꿈꿀 수 있는 작은 기쁨을 탐할 수 있는 행복 조각들을 모으고 있다.

흘러 보낸 세월의 소리가 진동과 음파를 타고와 가슴을 두드리기도 한다. 세월의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책무감 탓에 세월에 기대고, 세월에 부대낌을 당하기도 하며 세월 급류를 놓지 않으려 세월에 매달리기도 했던 모니터들이 하나씩 낙화하는 꽃잎처럼 꽃 무덤을 만든다. 세월따라 직조해온 시간 매듭들을 눈여겨 바라볼 수 있는 세월의 길목에서 근심이며 가슴앓이, 노심초사도 자취를 감춘다. 여울목을 지나고, 소용돌이 쳤던 그 세월들을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는 머무름의 극치인 체향으로 묵으며 몸을 누이고 싶다.

세월의 소리는 너무 커서 그럴까. 아니면 어찌나 세미한지 스쳐가듯 지나쳐 버렸을까. 때로는 계절에 실리기도 하고 한적한 빗소리에 곁들이기도 하면서 바람 소리에 실려 여울지고 한 조각 구름처럼 유유히 사라져 버리기도 하면서 새 소리에 묻어 오기도 하고, 파도 소리가 되어 일상에 섞이면서 먼 기적 소리를 싣고 와 세월을 알려주기도 했었다.

소리 여운들은 세월을 아주 조금식 헛되이 소모하게 겉태질하기도 하면서 세월이 내뿜는 힘의 수세에 떠밀리기도 하면서 세월이 데려다줄 유토피아를 꿈꾸기도 했으니 말이다. 세월의 연륜은 나지막한 소리로 다가올 노년을 예고해 주었고, 세월의 소리가 가져다 주는 오지랖 앞에서는 침묵을 고수할 수 밖에. 

그 시간들 위에 세월의 우직함과 변고 없는 가치는 영원을 향한 빛 부심으로 빛날 것이다. 어딘가 빈틈이 있었고 부족했고, 후회스러움이 밀려드는 노정이었지만 세월 나이테를 세고 있노라면 생의 씨줄과 날줄로 엮어진 세월이란 무지개가 남기고 간 연륜의 깊고 넓음이 부족한 빈 틈새를 가려 주기도 하고 덮어주고 있었다.

세월이 언뜻 신중하게 물어온다. 지금껏 세월 수레가 이끄는 대로만 묵묵히 따라 왔는가.

목표는 정중히 바라보며 걸어오셨는지요. 세월을 그토록 믿을 수 있었던가요. 흘러가는 세월 속을 동반해온 길벗이 누구였나요, 문득 문득 그리워지는 누군가가 지금껏 메아리 여운으로 남겨진 세월의 소리가 들리시나요. 그랬다. 세월은 믿고 따라 준 만큼 삶의 부피를 살아오도록, 정성의 결정체를 만들 수 있도록, 맡겨도 좋을,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주는 힘이 내재된 듬직하고 정갈한 길을 내주고 있었던 것을. 따스한 햇살이 축복이 되고 사랑의 언어들이 희망이 되고 세월의 소리가 살아남을 용기가 되어줄 것이다. 남은 날 동안 세월 흐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세월 손을 다정하게 잡으며 걸어 가리라.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내 마음의 시] 생명의 은인
[내 마음의 시] 생명의 은인

박달 강 희종 (애틀란타문학회 총무) 사랑해요 여인같은아카시아 나무 전에는붉은 장미 속에서 선물을 넘치게  백합 꽃 향기진주 목걸이다이아몬드 반지 강물같은 그대호수같은  세월동안 

[애틀랜타 칼럼]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 의미

이용희 목사 추수감사절은(Thanksgiving Day)은 1년 동안 추수한 것에 대해 가을에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개신교(기독교)의 기념일이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자선 단체 작은 나눔, 네팔에 510대 휠체어 전달
자선 단체 작은 나눔, 네팔에 510대 휠체어 전달

총 3,912대 휠체어 제공 미주지역 자선단체 작은 나눔(대표 박희달)이 ‘제20회 사랑의 휠체어 보내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사랑의 휠체어 보내기’ 캠페인은 2003년 성탄절을

온전재무 "은퇴후 자산관리 전략적으로 준비하세요"
온전재무 "은퇴후 자산관리 전략적으로 준비하세요"

경제적 가치 평가의 중요성 강조은퇴 후 준비 및 자산 관리 제시 온전재무(OnGen Finance)가 24일 스와니에 있는 에벤 실버타운에서 세무 & 재무 전략 세미나를 개

브루스 톰슨 조지아 노동부장관 별세
브루스 톰슨 조지아 노동부장관 별세

췌장암 투병 중 24일 별세 브루스 톰슨(사진) 조지아주 노동부장관이 24일 별세했다. 향년 59세.카터스빌에 살았던 톰슨은 지난 3월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고 발표했다.미 육

조지아 가을 스페셜 올림픽서 한인 두 명 메달
조지아 가을 스페셜 올림픽서 한인 두 명 메달

천죠셉 사이클 금2개, 피터안 동1개 지난 11월22-23 양일간 조지아 발도스타에서 열린 2024년 가을 조지아 가을 스폐셜올림픽에 아틀란타의 스페셜-K 팀으로 출전한 두 명의

디딤돌선교회 추수감사절 나눔축제 개최
디딤돌선교회 추수감사절 나눔축제 개최

23일 추수감사절 나눔과 돌봄 축제 디딤돌선교회(대표 송요셉 목사)는 23일 추수감사절을 맞이해 길거리에서 지내고 있는 노숙자들에게 추수감사절을 맞아 나눔과 돌봄 축제 행사를 개최

미션아가페 사랑의 점퍼 나눔 시작
미션아가페 사랑의 점퍼 나눔 시작

23일 사우스 디캡 몰에서 나눔 미션 아가페(회장 제임스 송)는 23일 오전 11시부터 전 디캡 카운티 커미셔너 래리 존슨과 함께 사우스 디캡 몰 주차장에서 카운티 주민들에게 터키

추수감사절 자동차 여행 개스비 걱정 ‘뚝’
추수감사절 자동차 여행 개스비 걱정 ‘뚝’

25일 메트로 애틀랜타 2.94달러AAA “연말까진 낮은가격 유지” 올 블랙프라이데이 연휴 기간 동안 자동차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개스비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

아틀란타 소명교회 재소자에 성탄선물 기부
아틀란타 소명교회 재소자에 성탄선물 기부

1,600개 선물세트 김철식 선교사에 전달 아틀란타 소명교회(담임목사 김세환)는 추수감사주일인 24일 2부 예배 시 12월 13일 조지아주 남부 스미스교도소 성탄집회를 준비하는 G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