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변호사
어려서 미국으로 이민 온 한인 영주권자가 마약밀매와 불법총기소지 등 혐의로 유죄가 인정돼 추방령이 내려진 후 한국에 가면 군 복무를 하고 박해를 당할 것이라는 이유로 추방정지를 신청했으나 연방 제9항소법원은 추방재판에 대한 사법심사에서 한국의 군복무와 형사처벌은 박해나 고문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사는 올해 22세 영주권자 박모씨는 지난 2018년 프리웨이에서 과속으로 차선 변경을 하다가 적발됐고 그 과정에서 경찰이 박씨의 차에서 마약과 총기를 발견했다. 박씨는 보석으로 석방되었으나 불과 사흘 뒤에 다시 과속운전으로 경찰단속에 걸렸고 경찰은 이번에도 박씨의 차에서 여러 봉지의 마약과 총기를 발견, 박씨를 마약판매와 불법총기소지 혐의로 체포했다. 박씨는 마약밀매 혐의 등으로 징역 1년에 보호관찰 5년을 선고받고 형기를 마친 후 가중 중범 및 마약 관련법 위반으로 추방재판에 넘겨졌다.
9세 때 떠난 한국으로 추방될 처지가 된 박씨는 망명, 유엔고문방지협약(CAT)에 근거한 추방정지를 이민판사에게 신청했다. 망명에서는 가중중범이 곧 심각한 중대범죄로 간주되어서 무조건 기각된다. 마약판매로 유죄판결을 받은 박씨는 망명신청 자격이 없다. 심각한 중대범죄가 있으면 추방정지도 자격이 안 된다. 따라서 이민판사는 마약 밀매로 인한 유죄 판결은 심각한 중대 범죄에 해당되므로 박씨는 추방정지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보았다.
이민판사는 박씨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정부 당국자나 정부 당국의 묵인하에 고문을 당할 가능성이 있어야 CAT에 근거한 추방정지 신청자격이 될텐데 박씨는 고문을 당한 적이 없었고, 한국에 돌아가도 고문을 당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민판사는 범죄에 대해서 국가가 하는 처벌은 고문 혹은 박해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씨가 미국에서 마약판매를 해 처벌을 받았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다른 사람과 다르게 처벌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민항소법원도 박씨가 마약 판매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므로 박씨는 망명이나 추방정지을 받을 수 없다는 이민판사의 판단에 동의했다. 추방정지란 ‘추방되면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 집단의 구성원, 정치적 의견 때문에 자유와 생명이 위협받을 때는 추방 사유가 있더라도 추방을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각한 중대범죄기록이 있는 사람은 추방정지의 특혜를 누릴 수 없다.
박씨는 이민항소법원이 마약판매 유죄 판결에서 이런 요건을 따지지 않았기 때문에 판결에 하자가 있다고 연방제9항소법원에 항소를 제기했다.
박씨는 자신이 한국에 가면 군대에 가야 하는데, 한국에서 군복무 중 가혹행위 등으로 사망하는 일이 해마다 일어나고, 미국에서 9세 때부터 산 자신은 군대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가능성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제9항소법원은 박씨가 한국에 가면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것은 순전히 추측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의무적으로 군복무를 하는 나라는 한국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가 있고, 국민의 의무로 하는 군복무가 박해나 고문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한국 군대에서 학대로 인한 사고가 더러 있기는 하지만, 군 당국이 이것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