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권정희의 세상읽기] 나이제한과 임기제한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9-08 12:54:26

권정희의 세상읽기, LA미주본사 논설위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고령의 정치인들이 미국민들의 가슴을 계속 조마조마하게 하고 있다. 7월말 정례 기자회견 중 갑자기 얼어붙은 듯 멍하니 서 있었던 미치 매코널(81) 연방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또 다시 같은 모습을 보였다. 지난 달 30일 지역구인 켄터키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이었다. 기자들이 ‘임기가 끝나는 2026년 다시 출마할건가’를 묻자 처음 그는 질문을 못 알아듣더니 다음 순간 멍해졌다. 지난번에는 23초, 이번에는 30초 그는 자신이 어디서 뭘 하던 중이었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돌처럼 굳어있었다. 

같은 연배인 조 바이든(80) 대통령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4일 노동절, 바이든이 필라델피아의 노조행사장에서 한 연설을 생중계로 들으며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혹시 말실수를 하지 않을까, 넘어지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그는 이제 누가 봐도 노인이다. 이번 주 출간된 바이든의 전기 작가, 프랭클린 포에 따르면 바이든은 측근들에게 종종 피로감을 토로한다. 집필을 위해 300번 쯤 대통령을 인터뷰했다는 그는 “만약 연말에 바이든이 재선출마를 취소한다면?”이라는 질문에 “좀 놀라기야 하겠지만 충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팔순 노인에게 가능성 없는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연방 상하원의원들이 여름 휴회를 마치고 워싱턴으로 복귀하면서 정치인들의 고령화 문제가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노쇠한 정치인이 계속 공직에 남아있는 것은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주장들이 힘을 받고 있다. 연방상원의 경우 의원들의 평균연령은 65세, 구성원의 1/4은 70대 이상 노인들이다. ‘가장 호화로운 양로원’이라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원로 정치인들의 비중이 너무 큰 현실에 대해 젊은 세대의 반발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내년 대선 공화당 경선에 나선 니키 헤일리(51) 전 유엔대사는 “75세 이상 정치인은 정신건강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헌법을 고쳐서 70살 이상은 공직을 못 맡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대통령직, 연방의원직 등 선출직에 출마하려면 최저연령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데, 왜 최고연령 제한은 없느냐고 젊은 세대는 지적하기도 한다. 미국이 정치적 고령화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세대교체를 통해 신선한 인물과 아이디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바야흐로 젊은 층 대 노년층, 베이비부머 대 X, Y세대 등 세대 간 대립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에 대한 미국인들의 존경심은 절대적이다. 워싱턴은 독립전쟁 8년 간 대륙군 총사령관으로, 연방정부 수립 후에는 초대 대통령으로 미합중국의 기틀을 잡았다. 그에 대한 지지는 뜨거웠다.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인단이 만장일치로 선출한 대통령은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공화제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없던 당시 국민들은 그를 선출된 국왕으로 여기며 추앙하고 존경했다. 그의 지도력이 탁월하기도 했지만, 그가 보인 절제의 미덕이 대중적 존경의 깊이를 더했다.

워싱턴은 물러나기를 잘 했다. 할 일을 다 했다 싶으면 주저 없이 물러났다. 1783년 파리조약으로 미국의 독립이 승인되자 곧바로 총사령관직에서 물러났고, 1789년 당선되고 1797년 두 번의 임기가 끝나자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임기제한이 없던 만큼 종신 대통령이 된다 해도 문제 될게 없었지만 그는 전격적으로 ‘고별사’를 발표했다. 이후 대통령은 두 번 임기 후 스스로 떠나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었다. 

이 전통을 깨트린 것은 민주당의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었다. 2차 대전으로 국제정세가 복잡한 와중에 그는 4선에 성공하며 거의 13년간 대통령 직을 수행하다 1945년 뇌출혈로 사망했다. 그의 사후 공화당은 대통령직 임기제한을 추진했다. “누구도 2회 이상 대통령 직에 선출될 수 없다”고 못 박은 수정헌법 22조가 통과되고, 1951년 비준되면서 대통령의 임기는 법적으로 제한되었다. 

반면 상하원의원들에 대해서는 임기제한이 없다. 선거에서 이기는 한 하원의원은 2년의 임기, 상원의원은 6년의 임기를 계속 반복할 수 있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의원직을 직업이 아닌 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로 여겼다. 아울러 오래 봉직할수록 풍부한 경험과 해박한 지식으로 업무수행에 더 효율적이 될 것이고, 부패나 무능 등 문제가 있는 정치인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통해 걸러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굳이 임기제한 규정을 헌법에 명시할 필요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기대수명이 짧고 세상이 단순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달라졌다. 정치인들의 나이가 70, 80을 넘고, 연방상원의 경우 보통 수십년씩 연임한다. 정치인들에 대한 나이제한과 임기제한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때가 되었다. 신선한 바람은 어디서나 필요하다. 정치권도 예외가 아니다. 

<권정희 LA미주본사 논설위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정석란 작가, 애틀랜타서 보태니컬아트 초대전 개최
정석란 작가, 애틀랜타서 보태니컬아트 초대전 개최

"식물과 인간의 교감 담아" 한국을 대표하는 보태니컬 아티스트 정석란 작가의 특별 초대전이 애틀랜타 마리에타에 위치한 피치트리 아트센터(Peachtree Art Center) 갤러

[신앙칼럼] 상상의 미래, 2026(An Imagined Future, 2026, 예레미야Jeremiah 29:11)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은 미래와 희망이니라”(예레미야 29:11). 이 말씀은 하나님이 준비하신 미래의 시간표입니

'이민당국 현대차 급습' 올 정치경제 10대 뉴스에
'이민당국 현대차 급습' 올 정치경제 10대 뉴스에

AJC, 각각 두번째·다섯번째 선정 "현대사태로 조지아 정부 큰 망신"트럼프 대응 변화엔 "권력 한계" 지난 9월 발생한 연방이민당국의 현대차 메타플랜트 급습 사건이 지역 최대 일

AAA, 연말연시 음주자 차량 견인 서비스
AAA, 연말연시 음주자 차량 견인 서비스

24일-1월 2일, '토우 투 고' 서비스 전미자동차협회(AAA)가 연말연시 음주운전으로 인한 비극을 막기 위해 무료 견인 및 귀가 서비스인 '토우 투 고(Tow to Go)' 프

애슨스 역주행, 한인 남편 이어 아내·태아 끝내 사망
애슨스 역주행, 한인 남편 이어 아내·태아 끝내 사망

22일 아내와 태아 사망 판정 조지아주 애슨스에서 발생한 끔찍한 역주행 교통사고로 한인 남편이 현장에서 숨진 데 이어, 병원으로 옮겨졌던 임신 중인 아내와 태아마저 끝내 세상을 떠

최악 조지아 산모사망률...이유 있었네
최악 조지아 산모사망률...이유 있었네

전문가 "표준 진료 체계 없어"산모들, 의료현장서'무시'일쑤 조지아가 전국 최악의 산모 사망율과 열악한 산모·영아 보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구조적 결함을 지

'성실 의무 위반' 귀넷 이민 변호사 영구 제명
'성실 의무 위반' 귀넷 이민 변호사 영구 제명

수임료 받고도 의뢰인 방치 피해노크로스 크리스 테일러 변호사    조지아주 대법원이 의뢰인들의 이민 사건을 방치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한 노크로스 소재 '테일러 리 앤 어소시에이츠(

올해 고속성장 C Land, 내년 한국 진출 추진
올해 고속성장 C Land, 내년 한국 진출 추진

올 거래실적 120%늘어조지아선 300% 급성장 C Land 부동산(대표 스티븐 리)은 12월 19일 뉴저지 포트리에 위치한 허드슨 매너 연회장에서 내빈들을 초대해 송년 모임을 갖

교육판매세 수입↑...돈 걱정 없는 귀넷교육위
교육판매세 수입↑...돈 걱정 없는 귀넷교육위

세수실적 목표치 크게 상회대대적 시설 개선사업 나서  귀넷 카운티의 교육 특별목적판매세(E-SPLOST, 이하 교육 판매세) 세수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귀넷

해병전우회 2025년 송년회 개최
해병전우회 2025년 송년회 개최

전재섭 회장 만장일치 재추대 조지아 해병전우회(회장 전재섭)와 앨라배마 해병전우회(회장 조종호)는 지난 21일 오후 5시 둘루스 ‘Glam 104 Bar & Karaoke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