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우리 신문 2면에 색다른 광고가 실렸다. “우리 강아지 Buddy를 찾아주세요”란 제목의 큼지막한 전단 광고, 강렬한 빨강과 진노랑 색으로 띠를 두르고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강아지의 사진이 4장이나 실려 있어서 유난히 눈에 띄는 광고였다.
간혹 전봇대 같은 곳에 실종된 애완견을 찾아달라는 전단이 붙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 한국어 일간지, 그것도 2면에(광고비는 앞면일수록 비싸다) 개 찾는 광고가 실린 일은 처음이지 싶었다. 게다가 보상금이 5,000달러나 되니, 누구보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 사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전화를 걸어보니 광고를 낸 사람은 롤랜 하이츠에 사는 한인 리처드 림씨와 싱가포르 출신 아내 발레리 림씨 부부였다. 잃어버린 버디는 중간크기의 치와와믹스 도우미견(service dog)으로, 3주전 맥도널드 앞에 앉아있던 중 모녀로 보이는 두 한인여성이 납치해 검정색 벤츠 차량에 태우고 사라졌다고 한다.
자녀가 없는 림씨 부부에게 버디는 자식 같은 존재, 특히나 스트록과 관절염, 평형감각장애 등 여러 건강문제를 갖고 있는 발레리씨는 “11년 반 동안 함께 살면서 버디는 여러번 나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고 자식”이라며 울먹였다. 여유 있는 가정이 아닌데도 거액의 보상금을 건 이유가 그 때문이다.
주위에 혼자 개를 키우며 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아이들이 다 떠나고 적적해서 키우는 사람도 많지만, 싱글이나 무자녀 가정에서는 반려견이 삶의 동반자요 자식이나 다름없다. 때로는 뉘집 자식이 저런 사랑을 받을까 싶을 정도로 극진한 마음과 정성을 쏟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이런 사람들이 애완견을 잃어버렸을 때 받는 충격과 슬픔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 친구는 오래전 강아지를 잃었을 때의 경험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이야기한다. 얼마나 수많은 날을 사방팔방 찾아 헤맸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슬퍼하고 애도했는지, 그 상실감과 좌절감은 눈물 없이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애처롭다.
놀라운 것은 미국에서 이렇게 실종되는 애완동물이 매년 1,000만 마리나 된다는 것이다.(미국동물학대방지협회 통계) 많은 경우 하루 이틀 내에 동네에서 발견되지만 ID태그나 마이크로칩이 없는 개가 주인 품으로 돌아가는 확률은 15% 이하, 더구나 버디처럼 납치됐을 때는 마이크로칩이 있어도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 관련기관들의 통계다.
애완견 납치(dognapping)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로, 미국애견클럽(AKC)에 따르면 2021년 이후 개 도둑이 30%나 증가했다.
도둑들이 개를 훔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인기 품종이나 불임수술을 받지 않은 순종 강아지를 개사육장에 내다 팔면 2,000달러는 쉽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는 주인이 내거는 보상금을 노리기도 하고, 아메리칸 핏불은 불법투견 목적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개납치 사건은 2021년 초 일어난 레이디 가가의 프렌치 불독 사건이다. 경찰에 따르면 절도범들은 부촌인 선셋 길을 배회하며 값비싼 개를 찾던 중 도그 워커가 산책시키던 레이디 가가의 불독 두 마리를 강탈했다. 이 과정에서 격투가 발생했고, 놈들이 개 산책자에게 총을 쏘아 부상을 입히면서 이는 2급 살인사건으로 비화했다. 당시 로마에서 촬영 중이던 레이디 가가는 50만 달러의 상금을 내걸었고 바로 이틀 후 개들은 “우연히 발견했다”는 여성에 의해 반환됐다. 이 여성은 공범 혐의로 체포됐고 범인들도 다 잡혔다.
개 도둑들이 가장 좋아하는 품종은 (프렌치) 불독이고, 요크셔테리어, 치와와, 포메리안, 말티즈처럼 작은 사이즈도 손쉽게 노리는 대상이다. 문제는 개 주인에게 반려견은 ‘자식’이지만 수사당국은 이를 ‘재산’으로 간주하여 단순 절도죄를 적용한다는 점이다.
미 전국에서 개 절도에 관한 형사법을 가진 곳은 캘리포니아와 뉴욕, 코네티컷, 델라웨어, 미시건 등 15개주에 불과하고 이에 대한 처벌도 각기 다르다. 대부분 이를 경범죄로 취급하여 개의 시장가치에 따라 소액의 벌금을 물리는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 현실이다.
개 납치에 가장 엄격한 곳은 버지니아주와 루이지애나주로 최고 10년형이 내려질 수 있고, 오클라호마주에서는 6개월에서 3년까지 감옥살이를 할 수 있다. 뉴욕주는 6개월까지, 미시시피에서는 6개월 또는 벌금 500달러 형이다.
개는 부주의해서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집안 뜰에서 놀고 있는데 훔쳐가거나 심지어 주인이 안고 있는데 강탈해가는 사건도 일어난다. 특히 식당이나 커피숍에 데리고 가서 의자에 묶어놓고 식사하는 일은 개 도둑에게 초대장을 내민 것이나 다름없다고 수사당국은 경고하고 있다.
심지어 개 산책자를 고용할 때도 신원을 확실히 알아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당부다. 또 개는 발정 났을 때 뛰쳐나가려 하므로 반드시 중성화 시술을 받으라는 조언도 나와있다.
애완견이 사라졌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체없이 경찰에 신고하고(경찰이 이를 대수롭잖게 여기는 것을 각오해야한다), 가까운 지역을 샅샅이 뒤지면서 포스터나 전단을 붙이고, 인근 셸터와 동물병원에 알리는 한편 온라인 개 세일즈 광고도 찾아본다. 사실 ID태그나 마이크로칩은 전문기관에서 발견되지 않는 한 무용지물이고, 목줄에 위치추적장치(GPS)를 달아도 절도범이 목줄을 풀어버리면 그만이다. 한마디로 소중한 반려견은 ‘자식처럼’ 소중하게 지키는 것만이 최상의 방법이다.
발레리 림씨가 광고를 낸지 닷새째, 버디가 하루 빨리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숙희 LA미주본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