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애틀랜타 강연
한미일 삼각동맹은 중국 견제 위한 것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한민국 외교의 자국중심성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나 통일 문제가 국가 목표에서 그 우선순위가 낮아지고 있다.”
한반도 문제의 ‘현인’이라 불리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17일 애틀랜타 비전교회에서 열린 ‘정세현의 통찰’이라는 주제의 강연회에서 현 정부에 우려를 표했다.
거의 50여년간 남북관계 실무와 연구에 매진해온 정 전 장관은 “시간이 흐를수록 남북관계는 더욱 어려움을 느낀다”며 “국민의 통일 열망과 동질성 회복, 제도의 차이를 극복하려는 구심력이 약화되고 한반도 주변 4개의 강대국과 북한 내부 강경파, 남한 내 보수 강경파 등의 원심력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주변 강대국 가운데 일본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남북통일을 가장 반대하는 나라가 일본이라는 것이다. 미국도 통일 후 들어서는 나라가 친미정권이라는 보장이 없고 무기 판매기 줄어들기 때문에 남북통일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고 봤다.
현 단계 미국의 최우선 목표는 미국 GDP의 70%로 성장한 중국의 세계제패 꿈을 저지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일본과 한국을 끌어들여 한미일 삼각동맹을 추진하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다.
정 전 장관은 미국과 ‘한미동맹’이라는 정치 관계로 묶여 있지만 지리적 여건상 중국, 일본과 무역 관계를 뗄 수 없고 북한과는 땅까지 맞대고 있는 복잡한 위치에서 모든 패를 놓지 않는 다각적인 외교로 접근해야 국익에 우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폭세계와 같은 국제정치 속에서 자국중심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는 이제 기울고 있으며, 중국이 급부상함에 따라 일본이 미국의 힘이 빠질 경우를 대비해 다시 한번 제국주의적 야심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고 정 전 장관은 내다봤다. 특히 한미일 삼각동맹을 맺어 한반도 문제와 북한 핵 문제를 매개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항하려는 일본의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이 궁극적으로는 안보와 경제에 도움이 되며, 북한과 대화를 전혀 하지 않았던 이명박 대통령 정부는 미국의 무기를 가장 많이 살 수 밖에 없었던 안보 비용의 대가를 치렀다. 국제정치에서 자국의 이익을 목표로 다각적 외교를 펼쳐야 하며 하나를 주면 하나를 받는 거래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정 전 장관은 주장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1977년 국토통일원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김영삼 정부 당시인 1993~1996년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냈고, ‘햇볕정책’을 내세운 김대중 정부에서 첫 통일부 장관을 맡아 이어지는 노무현 정부까지 직을 이어갔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거치면서 50여년간 국제정치와 남북관계에 실무와 이론을 두루 겸비한 전문가가 됐다. 박요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