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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현장] 승부차기의 심리학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8-09 11:43:14

뉴스의 현장, 남상욱 LA미주본사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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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 방”이라는 말이 있다. ‘한 방’이 제대로 맞으면 삶이 180도 달라진다는 의미로 회자되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축구 경기에서 승부차기는 이 “인생 한 방”과 많이 닮아 있다. 물론 선수들의 부단한 연습과 노력이 전제되기는 하지만 승부차기로 승자와 패자라는 양극단으로 갈리는 그 점에서 말이다. 

지난 6일 호주 멜버른에서 세계 3위 스웨덴과 벌인 2023 FIFA 호주 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16강전에서 세계 1위인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승부차기 끝에 패하면서 충격 탈락했다. 스웨덴 역시 강호이지만 미국은 직전 2019년 대회까지 총 8번 월드컵에서 4번 우승한 강력 우승 후보인 데다 전후반, 연장전의 경기를 지배하고도 승부차기 한 방에 탈락하며 대회 3연패의 꿈이 깨지고 말았다. 더욱이 미국이 4강에 오르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충격은 더 컸다.

승패가 갈린 양팀의 모습은 서로 달랐다. 스웨덴 선수들은 열세 속에서 5대4신승으로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반면 미국 선수들은 울먹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 민트색 쇼트커트 머리를 한 등번호 15번, 미국 축구 영웅 메건 라피노가 있었다. 라피노는 이날 골대를 훨씬 벗어나는 ‘뻥 슛’으로 실축했다. 미국이 16강 문턱에서 좌절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데다 라피노의 마지막 국가대표 무대였다는 점에서 그녀 역시 눈물을 흘렸다.

한 방으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승부차기에는 무승부가 없다. 승부차기가 잔인한 확률에 목숨을 거는 ‘러시안룰렛’에 비유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축구에 승부차기 제도가 도입된 것은 1076년 유고슬라비아 유럽선수권대회(유로)부터다. 그 이전에는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동전 던지기나 추첨, 아니면 재경기를 했다. FIFA월드컵에서는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에서 처음 도입됐으며, 1982년 멕시코 월드컵 4강전에서 당시 서독(현 독일)과 프랑스 경기에서 첫 선을 보였다. 승부차기는 승패를 가리지만 공식 기록으로는 무승부다.

사실 승부차기는 실력도 있어야 하지만 일정 부분 운도 따라야 하고 무엇보다 강한 정신력이 요구된다. 그만큼 심리적인 변수가 작용하는 것이 승부차기이다. 과학적으로만 보면 공을 차는 키커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이 승부차기다. 키커의 슛이 골대에 도달하는 시간은 0.4초. 골키퍼가 한 방향을 몸을 날리며 반응하는 시간은 0.6초다. 키커가 정확하게 모서리로 찬다면 골키퍼가 방향을 예측해 먼저 몸을 날리지 않고서는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승부차기 성공률은 낮다. 경기 중 페널티킥 성공률은 70~80% 수준이지만 승부차기는 이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게 정설이다. 승부차기에서 실축할 경우 패배가 확정되는 상황에서 성공률은 50% 이하로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여기엔 소위 승부차기의 심리학이 적용된다. 키커는 한 번의 기회만 갖지만 골키퍼는 5번의 기회가 있다. 키커는 한 번의 기회를 골로 성공시키지 못하면 바로 역적이 된다. 반면 골키퍼는 5번의 기회 중 1번이라도 막으면 영웅이 될 수도 있다. 한 방이 승패를 가른다는 점에서 키커는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을 받는다. 골키퍼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근거이기도 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은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승부차기로 5대3으로 승리하며 4강에 진출했다. 이운재 골키퍼는 4번 중 1번 막고 영웅이 됐다. 스페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는 1번도 막지 못했지만 비난의 화살은 유일하게 실축한 호아킨 산체스에게 쏠린 것도 승부차기의 심리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기 직후 “저는 이제 서른여덟이고 치료도 받는 신세입니다. 말하자면 이런 게 인생이겠지요”라는 말을 남긴 라피노는 승부차기를 통해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삶을 배웠던 것 같다. 비록 실축은 했지만 거기서 자신의 인생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장을 떠나는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남상욱 LA미주본사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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