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주말 에세이] 양말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8-04 14:07:07

이보람 수필가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이보람 (수필가)

요즘 내가 외출 시마다 꼭 챙기는 것이 하나 있다. 핸드폰도 아니고 화장품도 아니라 양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여름에 더워 죽겠는데 뭔 양말이냐 싶겠지만 발이 너무 시려서 그렇다. 양말이 없으면 바닥을 맨발로 밟기가 어렵다. 발 시림이 심한 날에는 양말을 신고 자기도 한다. 아이를 낳고 생긴 신체 변화 중 하나이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리라 믿고 있지만 아직까지 내 발은 원상복구가 안되었다.

여름이니 양말 신고 샌들을 자주 신는데 예전 같았으면 이 무슨 근본 없는 패션이냐 하겠지만 요즘은 이게 유행이라 다행이다 싶다.

양말을 많이 신다 보니 자연스레 최근 양말을 많이 사들였다. 옷이나 가방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기분전환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좋아하는 꽃무늬 양말도 사고 여름이니 시원한 소재의 양말도 사보았다. 포인트가 될만한 쨍한 컬러의 양말도 몇 켤레 샀다. 새로 산 양말들을 보고 있자니 부자가 된 것 같고 마음이 든든하다. 당분간 내 시린 발을 잘 부탁한다 양말들아! 

발이 시려 양말을 신고는 있지만 양말로 관리하지 못한 발톱이나 굳은살이 박인 뒤꿈치를 가릴 수도 있어 좋다. 처녀 때는 계절마다 예쁜 색깔로 발톱을 칠하고 각질 관리도 받으며 뾰족구두를 신고 다녔는데 지금은 애 키우느라 발관리는 커녕 하루 종일 세수 한번 못할 때도 많으니 웃프다.

유치원에서 막 돌아온 첫째가 현관문을 열자마자 양말을 후딱 벗어던지고는 소파에 가 앉는다. 동그랗게 말린 양말이 내 앞에 떨어져 있다. 유치원에서 얼마나 재밌게 뛰어놀았는지 양말이 새카맣다. 작고 까만 양말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래 엄마는 너를 낳느라고 발 시림을 얻었지만 너는 발에 땀이 나도록 뛰놀고 집에 오니 양말이 거추장스럽구나.

사무실에 나갔다 돌아온 아빠도 양말을 휙 벗어던진다. 딸아이 버릇의 출처를 알겠다. 동그랗게 말린 양말을 주워 빨래통에 넣는다. 양말 한 짝 빨래통에 넣는 것이 뭐가 어렵다고 이걸 하나 제대로 못하나 싶다가도 그래 내가 대신 넣어 주는 것은 또 뭐가 그리 어렵겠냐 하고 생각을 고쳐본다. 잔소리는 삼키고 하루 종일 일하느라 피곤한 남편을 반갑게 맞아준다.

둘째의 작아진 양말들을 정리해 본다. 이 조그마한 양말들이 맞았었나 싶게 아이의 발은 쑥쑥 자랐다. 이제는 언니의 양말을 같이 신어도 될 만큼 컸다. 언젠가는 내 양말을 같이 신어도 될 만큼 발이 커지는 날이 오겠지.

아이들을 다 재우고 갓 건조기에 돌린 옷가지 한 바구니를 꺼내 왔다. 온 가족의 양말들이 뽀송뽀송한 얼굴을 하고 나를 본다. 너희 모두 오늘 우리 가족을 위해 열일하느라 수고했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 가족의 양말을 고이 접어 각자의 서랍장에 넣었다. 내일 하루도 내 시린 발을, 어린 두 딸의 작고 여린 발들을, 땀나게 일하는 남편의 발을 잘 부탁한다고 속삭여본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삶과 생각] 독서의 계절 가을
[삶과 생각] 독서의 계절 가을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70년 전 한국에서 중·고등학생 시절 가을이 오면 국어 선생님은 “가시리 가시리 잇고, 버리고 가시리 잇고, 날러는 엇디 살라하고, 버

[추억의 아름다운 시] 옹달샘

서정태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는질마재 몰랭이그 어디쯤 해서옹달샘이고 싶다 미침 바람이 불어싸도물결이 일지 않는그저 조용하기만 다만한자락 바람이 쉬어가고밤이면 몇 개 별이 적시는옹달

‘26센트’ 동전, 경매서 1만7,000불 낙찰
‘26센트’ 동전, 경매서 1만7,000불 낙찰

25센트 동전 주조 과정서 실수로 1센트 디자인 찍혀  25센트 쿼터 동전 위에 1센트 링컨 페니 동전이 새겨진 소위 ‘26센트’ 동전이 경매에서 무려 1만7,000여 달러에 낙찰

투표소 비상버튼까지…조지아, 긴장 속 선거 준비
투표소 비상버튼까지…조지아, 긴장 속 선거 준비

중간선거 수주 앞 다가오면서안전∙신뢰확보대책 마련 부심 최악상황 가정 도상훈련 실시 중간선거가 수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 및 지방정부 선거 당국이 비상상황 대응 훈련과 투표소 비상

피렐리, 롬에 12억불 투자…일자리 1천개 창출
피렐리, 롬에 12억불 투자…일자리 1천개 창출

조지아 북서부 역대 최대 규모 투자기존 공장 확장…2029년부터 채용 글로벌 타이어 제조업체 피렐리가 롬 공장 대규모 확장에 나선다. 투자액과 신규 일자리 창출 면에서 조지아 북서

조지아서 400만불 즉석복권 '잭팟’
조지아서 400만불 즉석복권 '잭팟’

애슨스 편의점 판매 복권 조지아에서 400만달러 즉석복권 잭팟이 터졌다.조지아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애슨스 소재 편의점 ‘퀵 스톱 푸드마트’에서  판매된 즉석복권 ‘200X 더 머니

“코리안 페스티벌, 지역사회 유대 넓혔다”
“코리안 페스티벌, 지역사회 유대 넓혔다”

귀넷 데일리 포스트 상세 소개 “한-귀넷 경제교류 역할”평가도 “귀넷 한인사회가 한국 전통문화부터 음식, K팝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자역사회와의 문화적 유대를 넓혔다”귀넷

귀넷  ‘빅하우스’ 복원에 주민 의견 듣는다
귀넷 ‘빅하우스’ 복원에 주민 의견 듣는다

귀넷 남부 흑백 역사 담겨유적지 추진 주민회의 개최 귀넷 정부가 소위 ‘빅 하우스’로 불리는 역사적 건축물인 ‘맥과이어-리브시 하우스’ 복원 사업을 앞두고 주민의견 수렴에 나선다.

복면가왕전 인기... 코리안페스티벌서 폭발
복면가왕전 인기... 코리안페스티벌서 폭발

본지와 코페재단 공동 주최WNB 팩토리가 후원강창기씨 복면가왕에 등극 ‘둘루스 싸이’ 강신범 씨 관객 열광 이끌어 애틀랜타 한국일보와 코리안페스티벌 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WNB 팩

미주한상총연, 238만 달러 수출상담 성과
미주한상총연, 238만 달러 수출상담 성과

‘서프 엑스포 2026’ 올랜도서 개최한국 중소기업 11개사, 미 주류 시장 뚫었다212건 상담·6건 현장계약 성사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이하 미주한상총연)는 지난 9월 16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