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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유튜브 세상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7-18 14:01:21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LA미주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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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LA미주본사 논설위원)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질 것-.” 한 과학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과장이 너무 심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 ‘막말’의 주인공이 아인슈타인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근 20년 전부터 ‘벌들이 침묵하는 봄’을 걱정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400종이 넘는 곤충이 멸종 위기라는 이 때, 벌통을 떠난 꿀벌이 종적을 감추는 일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원인이 무엇인가? 

인류의 식량 중 3분의1은 곤충이 꽃가루를 나르는 수분 활동에 의해 생산된다고 한다. 그 곤충의 80%는 꿀벌, 이 계산대로면 식량의 4분의1 은 꿀벌이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양봉 업체에게 꿀 생산은 부차적인 일, 본업은 수분 용역이다. 아몬드 꽃이 피면 벌통 수 백 개를 아몬드 과수원에 옮겨 놓고 그 과수원에서 돈을 받는다. 재주는 벌이 넘고, 돈은 양봉가가 버는 것이다. 개화 시기에 맞춰 이 농장, 저 농장 벌통을 옮겨 다니는 양봉업자들이 많다. 꿀벌의 행방불명 사태가 인류멸망까지는 몰라도 심각한 재앙일 것은 틀림없다. 원인이 궁금하다면 관련 연구자료들이 공개돼 있다.

혹시 화성의 바람 소리를 듣고 싶은가? “화성은 그만 두고, 지구 바람 소리나 실컷 들어봤으면 좋겠네”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원한다면 화성의 바람은 지금, 앉은 자리에서 들을 수 있다. 푸른 색 노을이 지는 화성에 부는 바람은 낮고 음산하다. 호루라기 같이 높은 소리는 화성 대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가 흡수해 버린다고 한다.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조수미가 화성에서 노래한다면 무성영화의 주인공처럼 입만 벙긋거리게 될 것이다. 화성의 밤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저녁 별인 지구에서 쏘아 올린 탐사 로버들이 전송한 자료를 모으면 이런 것을 알 수 있다.

얼마전 관광용 심해 잠수정이 파괴돼 세계적인 관심사가 됐으나 원한다면 압력이 해수면의 1,000배에 이른다는 심해 풍경도 바로 볼 수 있다. 태평양의 가장 깊은 협곡인 마리아나 하구, 그 중에서도 최저점인 괌 남쪽, 해저 11킬로미터의 챌린저 딥까지 촬영한 영상이 공개돼 있기 때문이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외롭고 척박한 심해’에도 생명체는 존재하고 있다. 화살촉 같은 이빨의 장어나 뇌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투명 물고기가 유령처럼 나타났다 사라진다. 사람이 내다버린 플라스틱 조각도 이 깊은 바다에 내려와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동영상으로 유튜브에 올라 있다. 관심만 있다면 언제든 무료 시청이 가능하다. 없는 것이 없는 만물상, 유튜브를 ‘유 선생’, 혹은 ‘유 박사’라고 부르는 이유다. 

한국의 한 대학교수는 은퇴 후 미국 정착을 꿈꾸고 있다. 순전히 골프 때문인데, 연구 프로젝트 때문에 자주 미국을 오가다 ‘골프 천국’을 체험했다고 한다. 싱글 핸디인 그는 골프를 유튜브로 배웠다. 스윙폼을 동영상으로 찍어 분석하는 등 공학도 답게 치밀하게 학습하긴 했으나 유튜브 말고 따로 골프 레슨을 받은 적이 없다. 유튜브는 스페인어 강사, 바둑 사범, 요리 선생도 된다. 젊은 주부들이 올리는 코스트코 장보기 등 생활 정보도 요긴하다. ‘살림의 여왕’ 수준일 시어머니 세대는 미처 모르는 꿀팁들을 유튜브를 통해 나눠 준다.

클래시컬 음악 팬에게도 요즘 유튜브만 한 것이 드물다. 유수 국제 콩쿠르의 우승자 연주가 거의 실시간으로 업로드 될 뿐 아니라, 이제 세계 탑 클래스 연주자의 매스터 클래스까지 공개돼 있다. 어렵게 공부했을 전공자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음악 하는 사람끼리 은밀하게 남겨져 있어야 할 비밀의 영역을 비 전공 애호가들이 염치없이 너무 엿보는 것은 아닌가 해서다. 

유튜브는 경계와 거부감의 대상이기도 하다. 가짜가 판을 치기 때문이다. 다른 소셜 미디어처럼 유튜브의 치명적인 약점도 검증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엉터리 정보와 목적이 있는 가짜 뉴스가 범람할 수 있는 이유다. 천박한 콘텐츠, 내용 없는 제목 장사로 조회 수나 올리려는 것들은 널려 있다. 한심한 시청자는 일부 선동가들이 퍼뜨리는 요설을 자신의 논리로 빌어 와 편견과 증오를 더 공고하게 하기도 한다. 유튜브야 말로 옥석이 뒤섞인 곳, 돌일수록 더 그럴 듯하게 포장돼 있다. 

유튜브 앞에 앉는 사람은 대개 시간여유가 있는 층이다. 한창 일 할 때는 그럴 시간이 없다. 노년의 건강 가이드로 공통적으로 권유되는 것은 새로운 것을 배우라는 것이다. 하버드 의대의 한 노인 전문가는 그렇다고 하버드에 입학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며 대신 ‘심각한 독서’를 권한다. 독서는 인지활동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면 더 쉽고, 게으르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진지한 유튜브 시청’이 아닐지 모르겠다.

유튜브에는 밝고, 건강하고, 톡톡 튀는 재미있는 영상이 많다. 대부분 탁자에 발을 올린 채 편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아 메모를 해 가며 들어야 할 영상도 많다. 그래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과학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 카메라를 서재에 켜고 앉는 양자 물리학자가 있고, 사회 인문학 강좌 시리즈도 다양하다. 배우고 아는 만큼 세상을 보는 눈은 새로워지고 이해는 깊어질 것이다.

유튜브를 지혜롭게 활용하려면 투자할 때처럼 포트폴리오를 잘 짜야 한다. 공부로 보는 유튜브와 재미로 보는 유튜브는 다르다. 시청에 절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어른도 컴퓨터 게임에만 빠져 있다고 야단을 맞는 아이들과 다를 게 없게 된다.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유튜브 세상
안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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