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행복한 아침] 눈꽃 여백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1-21 07:42:15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정자(시인·수필가)                                       

 

첫눈이 내렸다. 세상이 눈부시다. 흰 눈이 만상을 덮기 시작하자 빈 가지마다 소복소복 눈이 쌓인 풍경들이 프레임 가득 생경하고 거대한 산수화를 그려내고 있다. 온 마을 풍경이 그림 엽서 모델이 되기도 한다. 하염없이 거침없이 내린다. 궁창을 맴돌다 허공에서 머뭇거리며 나목 곁에 서성이다 못내 덧없음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몸부림처럼 들판으로 나뭇가지 위로 내려 앉는다. 만상 위에 발을 내딛는 순간 형체없이 녹아내려 발에 채이기도 하고 대지에 스며드는 부질없는 흐름이 두려웠을까. 사박사박 뽀드득 뽀드득 눈 밟히는 소리가 아픈 신음이었나보다. 지인을 떠나보낸 회의감과 절절한 아쉬움이 다스려지지 않는 내 마음처럼.

눈이 내려앉는 소리 없는 울림이 처연한 그리움 자락이 되어 내려앉고 있다. 애석함에 마음을 두게 되고 잊혀지지 않는 사념들이 눈송이처럼 흩날린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게 인생이라지만 그렇게 덧없이 가실 줄은 몰랐다. 

신년 특별 새벽기도회 기간 첫날 성전을 찾아 나서다가 심한 두통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시는 그 길로 중환자 실에서 의식과 무의식의 격렬한 경계에서 혼수상태로 며칠을 보내다 하나님 부르심을 받고 홀연히 우리들 곁을 떠나셨다. 남은 자의 몫이 아무리 애닯다 한들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겨 두고 떠나시는 권사님의 마음은 어떠하셨을까. 그토록 아득하고 험했던 길 저 너머에 비로소 안식의 땅에서 이렇듯 눈꽃이 피어나는 추억의 동산을 내려다 보고 있으시리라.

권사님 ‘수첩 가득 채워져 있던 간곡한 기도제목들에는 이제 더는 연연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따님들이 독실한 믿음 그대로 간직하셨다가 훗날 천국에서 어머님 뵈올 때 부끄럼 없는 만남을 저랑 약속했거든요. 멀지 않은 Crowell Brothers Cemetery 권사님 누우신 자리 위에도 하얀 눈이 쌓였겠네요. 톱 연주가로 활동하시면서 구성지고 은혜로운 찬송가를 연주해주셨던 아버님께선 조선의 독립을 위해 생애를 바쳐오신 독립 운동가의 딸로 태어나 믿음 깊은 신앙을 키워오시면서 세 따님의 아버지를 만나시고 이민 길에 오르시면서 애틀랜타에 정착하신 계기로 우리들과의 만남이 시작되었고 딸만 키운다는 공통점으로 하여 삼십 년을 넘기는 인연을 이어왔던 게지요.

그 날 카페에서 커피 타임을 가진 것이 어찌 마지막 시간일 줄 알았을까요. 성가대에서 짝궁 자리를 오래도록 지켜왔던 일들도 이젠 햇살이 다사롭거나 비가 내린다는 사유로 순간순간 떠올려지는 추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을 끝내시고 이별 연습도 없이, 아직은 이르다 싶은 날에 홀연히 천국으로 삶을 옮겨 가시면서 이별식을 치루었네요. 

혹한을 견뎌내고 냉랭한 추위 속에서 삶의 잔해들을 추억이라는 미명으로 곱게 덧입혀주는 하얀 눈이, 못다한 온정으로 은혜롭고 성스러운 위로를 건네주고 있습니다. 천지간 온갖 슬픔과 서러움, 오욕까지도 포근하게 덮어주고 있기에 비애감보다 조금 앞서가신 서운함만 동그마니 남겨지기를 기도 드리게 된답니다. 눈꽃이 만개한 뜨락에 서서 아직도 생생한 님의 모습이 와이드 앵글 콘티처럼 겨울 들판에 가없이 하염없이 맴돌고 있답니다.

눈꽃을 피워낸 여백들을 이방인으로 살아내야 하는 질척이고 무거웠던 삶에 눈부신 조명이 되어 고단했던 삶 구석구석을 쓰다듬어 주는 시간으로 받아들이려 합니다. 순백의 포근한 눈송이가 창공을 가르며 하늘 특사처럼 뭇 인생들에 실어 나르는 전언을 듣습니다. 영생의 언약을 기억하며 마지막 떠남을 준비하는 남은 날들로 채워가라는 하늘 전언이 이토록 명징하게 가슴을 울릴까요. 유독 분주했던 것도 아닌데 무수한 날들 동안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외면해왔던 부끄럼이 님과의 이별을 나누면서 얻게 된 뒤늦은 깨달음까지도 하얀 눈꽃의 호의로 용납해주고 싶어집니다.

하늘에 소망을 둔 성도의 반열에서 실격에 가까웠던 아웃사이더적 행위들을 님이 소천하신 아픔 앞에서 하늘가는 밝은 길을 흔들림 없이 흐트러짐 없이 반듯한 걸음으로 집중하며 준비해가려 합니다. 천체의 광년에 비하면 찰나같은 시간을 보내고 우린 곧 만나질 테지 하는 소망이 투명하게 피어나는 눈 내리는 날입니다. 하얀 눈은 님이 계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경건의 마음이라 여겨집니다. 다른 계절이 가질 수 없는 눈꽃 여백을 품으며 소망을 향한 겨울 꿈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천국 소망을 품을 수 있는 헤어짐으로 우린 서로 이별을 나누었기에’.

 

댓글 0개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현대차 북미법인, 브레이브스와 파트너십 연장
현대차 북미법인, 브레이브스와 파트너십 연장

트루이스트 파크 광고 및 일요 중계 후원소아암 환아 지원 등 지역사회 연계 강화 현대자동차 북미법인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파트너십을 2029년 시즌까지 연장했다. 2014년 첫

이번 주말 전통의 둘루스 가을축제
이번 주말 전통의 둘루스 가을축제

26~27일 둘루스 다운타운서 메트로 애틀랜타의 대표적 지역 축제인 제 43회 둘루스 가을축제가 주말인 26일과 27일 둘루스 다운타운에서 열린다.올해 축제는 26일 오전 9시부터

40년 역사 유명 미용학교 돌연 폐교…학생들 당혹
40년 역사 유명 미용학교 돌연 폐교…학생들 당혹

조지아 커리어 인스티튜트재정기준 미충족 인증 취소학생들 “우리 돈은 어디에” 40년 역사를 지닌 메트로 애틀랜타의 유명 미용학교가 돌연 폐교했다. 특히 학교 측은 폐교를 앞두고도

애틀랜타 세입자 4가구 중 1가구  퇴거소송
애틀랜타 세입자 4가구 중 1가구 퇴거소송

애틀랜타 퇴거소송 전국 최고 전체 소송 중 69% 흑인가구  메트로 애틀랜타의 임차주택을 상대로 한 퇴거소송 비율이 전국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행복한 아침] 가을 달 빛이 가장 좋은 밤

김 정자(시인 수필가)   바람결도 싱그러운 가을 밤이다.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 어쩔 수 없이 고국, 고향으로 마음이 달려간다. 명절 속에 잠재워져 있었던 일가친척, 이웃, 동무들

〈한인마트정보〉햅쌀∙햇과일…한인마트 먹거리서 느끼는 가을!
〈한인마트정보〉햅쌀∙햇과일…한인마트 먹거리서 느끼는 가을!

메가마트해산물코너에서는(금/토/일한정) 완도 산적용 전복(중) ea 19.99,(금/토/일한정) 자숙문어 lb 19.99,(금/토/일한정) 고창풍천장어 2ea 39.99,(금/토/

판다 두 마리 또 애틀랜타 온다
판다 두 마리 또 애틀랜타 온다

'핑핑·푸솽' 애틀랜타 동물원으로…미 판다 4마리서 6마리로향후 5년간 미국청년 10만명 중국초청 발표…"미중 협력하면 서로 이익"  워싱턴DC 국립동물원에 있는 자이언트 판다 '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5)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5)

SSI 생계보조금 50년 만의 대수술 예고: 자산 한도 1만 달러 상향과 은퇴계좌 5만 달러 면제사회보장국 수리통계국 공식 추산: 3,160억 달러 투입과 수급 자격 대폭 완화 개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소프라노 김현정 독창회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소프라노 김현정 독창회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Duluth 120 Hway Rd 선상의 미국인 “제일 침례교회”에서 지난 토요일 오후 4시에 소프라노 김현정의 독창회가 있었다. “노래는 본래

[신앙칼럼] 가을이 들려주는 소리: 창조의 파도소리에 귀 기울여보라!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Listen to the Waves of Creation! (로마서 Romans 11:36) 시인 윤동주는 시 <바다>에서 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