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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애틀랜타문학회 신인문학상-수필 부문 우수상] 어느 새끼 오리의 죽음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10-27 14: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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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오

 

어느 한적한 오후, 오랜만에 고개 내민 햇살을 즐기려고 옆 동네 공원을 찾았다. 주말이고 화창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은 인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일부러 조용하고 꾸불꾸불한 구석 길을 따라 공원의 정점인 연못가를 찾았다. 각종 오리 떼들이 산만하게 움직이며 산책 나온 사람들을 맞아주었고 꽥꽥하는 합창소리는 더욱 정취를 풍겨주었다. 

잠시 피곤한 다리를 쉬려고 근처의 벤치에 앉아있는데 맞은쪽 연못 끝자락에 초등학교 학생 아이들이 우르르 좌르르 움직이는 작은 소동이 눈에 띄었다. 전에 보지 못했던 의아스런 광경이라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갓난 오리 한 마리가 물에서 땅으로 올라오려고 안쓰럽게 발버둥거리는 모습이 얼른 눈에 잡혔다. 그 모습이 애처로웠는지 아이들이 작은 가지로 막으며 애걸하다시피 “엄마한테 가 가” 하며 소리쳤다. 오리가 계속 자리를 옮기며 올라오려고 안간힘을 쓰자 아이들도 따라다니면서 한사코 물 안쪽으로 밀었다. 

   오리새끼 한 마리가 왜 혼자 구석에 남아 곤경을 겪는지 궁금해서 연못 안을 여기저기 살폈다. 놀랍게도 이 한 마리 외에 다른 새끼들도 두 마리 세 마리씩 짝을 지어 안타깝게 삐약거리며 여기저기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어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새끼들을 돌봐야 할 어미가 없어져 방황하고 있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짠해왔다. 아마도 나뿐만이 아니고 곁에서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한결같았으리라!

많은 오리들이 주위에 군집해 있었지만 어느 오리도 여기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았다. 가끔 암놈 하나가 다가올 때마다 다 같이 “야 엄마다”하고 소리쳤지만 오히려 새끼들을 쪼으며 못살게 구는 것을 보아 금방 어미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냉정한 동물의 세계, 즉 그것은 인간의 손이 닿을 수 없는 영역임을 절실히 느꼈다.

   다시 시선을 돌렸다. 아직도 땅으로 올라오려는 새끼오리와 막는 아이들의 실랑이가 은근히 걱정되었다. 저러다가 곧 지쳐 오래 버티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앞섰다. “저 오리가 너무 지친것 같다. 잠시라도 땅에 올라와 좀 쉬게 하렴”하고 넌지시 아이들에게 말을 던졌다. 그랬더니 정말 아이들이 손에 들었던 나뭇가지들을 내려놓고 물끄러미 서서 지켜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라온 오리는 앉아서 쉬기보다는 급하게 숲속으로 향했다. 숲이 있는 곳에는 돌아다니는 고양이나 개 그리고 까치 까마귀 같은 거친 새들이 많아서 더 위험했다.

이 모습을 함께 지켜보던 어느 아이 엄마가 “거긴 안돼” 하면서 느닷없이 오리를 덮석 집어 들었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노인들이 왜 오리를 잡고 있느냐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 엄마는 처음에 “오리 어미가 나타날 때까지 보호할 거예요” 하며 한참을 서있었다. 하지만  결국은 포기하더니 다른 오리들이 많이 붐비는 쪽에다 놓아주고는 자리를 떠났다. 주위의 사람들도 모두 반신반의했지만 도저히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곧이어 흩어져 버렸다. 

나도 다시 산책길에 올랐다. 조금 더 돌다가 집에 갈 생각으로 아까 소동이 있었던 그 연못자락을 도는 중이었다. 아뿔싸! 새끼오리가 내 앞쪽으로 다시 헤엄쳐 오고 있지 않는가? 순간적으로 내 눈을 의심하면서 자세히 보니 오리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다가오던 동작이 점점 느려지더니 숨을 힘겹게 쉬며 허우적거렸다. 급기야 눈 깜짝할 사이에 아등바등하던 동작마저 멈추고는 훌러덩 뒤집어졌다. 참으로 순식간의 일이었다.  전에는 사람의 죽음도 봤지만 이런 작은 미물의 죽음을 앞에 놓고 은근히 밀려오는 죄 아닌 죄책감으로 마음이 저렸다. 아울러 혼자만의 목격으로 후회 아닌 후회가 앞서 바삐 주변을 살폈다. 저만치에 서있는 아까 그 아이들이 금방 눈에 잡혔다. 아이들을 향해 “이 오리가 이상하다” 하고 소리치자 모두들 쪼르르 몰려왔다.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듯 일렬로 서서 동작 없이 떠 있는 오리를 보며 “어떡해 어떡해”를 연발했다. 그리고는 한참 동안이나 서운한 표정들로 움직일 줄 몰랐다. 그렇게 엄마 곁으로 가라고 애태우며 도와주려 했던 아이들인데…

 작은 일이긴 하지만 그냥 넘기기에는 서운한 새끼오리의 최후였다. 그래서 내 아이폰에 담아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냈더니 한결같이 서운해 하는 답장을 보내왔다. 이렇게 새끼오리의 죽음을 본 사람들의 마음이 너나 나나 다 같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비디오에 비친 오리의 주검 옆에 잔잔한 물결의 흔적이 눈길을 끌었다. 마치 모나리자 형태의 우아한 여인이 애절한 모습으로 죽은 새끼오리를 지키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어미를 애타게 찾다 저 세상으로 홀로 떠나는 오리를 품에 안고 동행하고자 내려온 가디언인양!

 

[제6회 애틀랜타문학회 신인문학상-수필 부문 우수상] 어느 새끼 오리의 죽음
강창오

- 영국 유학

- BBC방송국,Personnel, Journalist Training and Occupational Health Depts.

-The British Library, Oriental and Indian Office Collections

-재직시 The Poetry Society(London) 회원

-현재 은퇴(A man of leisure)

-앤도버, 매사추세츠/영국 런던 거주

 

 

  ■ 수상소감    

당선 소식을 듣자 불현듯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 생각났다. 하루는 국어선생님이 2학년 전체 학생에게 선생님 자신에 대해서 작문을 해보라는 과제를 내주었다. 욕을 써 넣어도 좋으니 있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기를 내어 욕도 좀 섞어서 나름대로 작문을 제출했다. 며칠 후 종례시간에 느닷없이 우리 담임선생님이 내 작품을 받아 가지고 들어와서 낭독하시는 것이 아닌가? 왜 담임선생님에게 까지 내 작품이 전달됐는지 의아해하던 차에, 장래의 유명한 작가가 될것 이라며 반 전체에게 선포(?) 아닌 선포를 해서 기분이 매우 좋았던 기억이 새롭다.

 그 후로 작가되기를 지향 하지는 않았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나름대로 시와 수필을 써서 여기저기 작은 단체에 기고하곤 했다. 은퇴 후 시간적 여유가 많아지면서 좀 더 심혈을 기울여 글을 쓰기 시작했고 나아가 몇몇 문학회에 가입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몇 년 전 어느 날 갑자기 혼란스러워지는 세상의 현실에 싫증을 느껴 문학적 표현들 자체가 사치하다는 생각이 들며 글 쓰는 의미를 상실해 버렸다. 하지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글쓰기의 멈춤은 오래가지 않았고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들이 계속 손을 간질이자 급기야 다시 펜을 들어 긁적이기 시작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제 6회 애틀랜타 신인 문학상 당선 소식을 접하고 보니 중학교 담임선생님의 유명한 작가 선포의 말씀이 떠올랐고 늦게나마 그 선생님의 예고를 실현(?) 한 것 같아 기쁜 마음이 앞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 때 중단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고 그것으로 인한 작은 열매라는 생각이 들어 감사하다.

 나의 작은 관찰과 소고를 읽어주시고 좋게 평가해주신 심사위원들과 신인상 공모를 준비하신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아울러 애틀랜타 문학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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