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정헌
피카소의 얼굴처럼 작두질한 세월
절룩이며 지나온 삶에 떠밀려
그럭저럭 왔는데
또다시 계절은 하나둘
갈색 속으로 제 몸을 숨긴다
짙은 어둠은 푸른 숲을 삶고
늘어진 길은 먹구름처럼 뒤틀린다
포말처럼 끓어 넘치던
젊은 열정은 야생을 놓치고
남은 시간을 감아올리다
골격마저 부숴버렸고
허공을 헤맨 육체는 사나워지며
으르릉 거리지만
이빨 빠저 힘없는 맹수 되었고
초점마저 흐려져
혼미한 정신은
폭풍 아래 나무처럼 흔들리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려움마저 떠나버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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