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 권명오.
수필가·칼럼니스트.
Ⅰ한국 38 년(52)
전방 보병사단 전출
쓸 돈도 없었지만 인사과에서 나를 전방으로 차출 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착각을 했다. 왜냐하면 X 선과에서도 인정을 받았고 병원 부관부 인사과 관계자들과도 친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은 돈과 빽 (배 )이 제일인 실정을 잘 몰랐던 어리석은 오판이었다. 권력과 돈 앞에는 인정 사정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었고 수도 육군병원에서도 석탄과 미군이 지원한 의약품들을 공공연하게 팔아먹는 부정부패 전성 시대다.
아침 일찍 기분좋게 출근해 일과 준비를 하는데 병원 구내방송이 시작됐다. 지금부터 전,후방 교대에 관한 전출자들의 명단을 발표 하겠다며 이름과 계급과 군번을 부르는데 그 수가 30 명이었고 거기에 내 이름도 포함 돼있다. 설마 했는데 돈도 안쓰고 배경도 없는 내가 무슨 특혜를 받을 수가 있겠는가. 나 때문에 X 선과 과장인 송 소령이 부관부 인사 장교를 찾아가 강력히 항의 했지만 이미 발령이 난 이상 방법이 없고 사또 지나간 뒤 나팔 부는 격이었다. 송 소령은 앞으로 X 선과 위생병은 차출하지 않겠다는 확약만 받고 돌아왔다. 후에 안 일 이지만 배경좋고 돈 쓴 위생병들을 제외하고 나니 어쩔수 없이 내가 차출 당하게 된 것이다. 병원에서는 차출 된 위생병들이 항의하고 빽과 돈을 동원해 문제를 만들거나 탈영을 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차출자 발표와 동시에 트럭과 인솔 헌병들을 대기 해 놓고 있다가 의정부 5군단 보충대로 인수인계했다. 하룻사이 어디로 배치될 지 모르는 신세가 됐다.
5일 후 일행 6명는 명에 따라 트럭에 실려 캄캄한 밤 산속 군 막사에 도착했다. 삭막한 산속에 압도된 채 초가 막사에서 눈을 부치고 나니 산과 골짜기에 흩어져 있는 군 막사와 군인들 밖에 없다. 앞날이 막막했다. 수도 육군병원과 비교하니 천당과 지옥의 차이다. 그 곳은 26사단 보충대였고 다음날 일행 6 명은 76 연대 의무중대로 발령을 받았다. 도착한 의무중대는 경기도 포천군 일동면이었다. 저녘 의무중대에 신고를 마치고 안내된 초가 막사에 들어서니 내무반장이라는 고참 하사가 후방에서 편히 지내다 오신 귀하신 분들 한번 따끔하고 피눈물 나는 군대 맛을 보아야 한다며 일장 훈시를 한 다음 같이 간 위생병의 미제 군 잠바가 멋있다며 벗어 보라고 하고 입어 본후 잘 맞는다고 자기 것과 바꾸자고 반강제로 압수했다. 그 다음 수도 육군병원에서는 보지도 못했던 철모와 배낭, 방독면, 방한복, 방한화 등이 배당됐다.
아찔했다. 어떻게 하든 군 생활 3년을 편히 마치는 것이 목적인데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나는 변칙을 쓰기로 작심햤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어마 어마 한 큰 배경이 있다고 떠들고 곧 후방으로 다시 갈 몸 이라고 큰 소리치며 안되면 말고였다. 그런데 세상이 묘한 것은 허풍과 공갈과 협박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큰 빽이 있다고 떠드는 나를 반신반의 하면서 경계하고 무시하지 못하고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됐다. 그리고 의무중대 행정요원과 약재계 일종계 등이 가까와져 저녘이면 함께 인근 작은 술집에서 술을 먹고 신나게 계속 허풍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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