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 없는 자리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아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조병화(趙炳華, 1921~2003) 시인은 경기도 안성 출신의 대표적인 서정시인입니다. 도쿄고등사범학교 물리과를 졸업한 물리 교사 출신으로, 1949년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으로 등단한 후 '꿈과 사랑, 그리고 고독'을 주제로 한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을 역임하며 한국 시문학 발전에 기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