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꼬막-슬쩍 익혀 호로록… 쫄깃한 바다의 맛

지역뉴스 | 라이프·푸드 | 2017-09-16 10:10:48

꼬막,푸드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달달하고 깔끔한 맛의 새꼬막

육질이 단단해 쫄깃한 참꼬맛

일본서 고급 식재료인 피꼬막

탕^무침^볶음$ 먹는 법 무궁무진

겨우내 엄마의 밥상에 올라오는 

꼬막 무침은 언제나 반가운 반찬이었다. 

술자리에서 꼬막 데침 안주를 처음 

먹었을 때는 어른이 됐다는 표식을 

받은 것 같았다.

슬쩍 데쳐 나온, 김 나는 꼬막은 엄마의 반찬과 달리 전혀 다정하지 않았다. 

입을 꾹 다문 꼬막 한 무더기가 커다란 접시에 쌓여 나왔다. 누군가가 거들먹

거리며 숟가락 끝을 꼬막의 두툼한 

엉덩이에 집어 넣어 비틀어 까는 기술을 

전수해줬고, 그날 밤 어린 술꾼들은 

취하지도 못하고 난생처음 그 낯선 것의 

껍질을 일일이 까야 했다. 어설픈 손길에

꼬막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누군가의 보살핌 없이 꼬막 한 알 스스로 

입에 넣기란 그토록 힘든 일이었다. 

꼬막이 알려준 그 먹먹한 불편. 다정한 

울타리 밖으로는 깡마른 겨울 같은 

삭막함이 세상에 있음을 그렇게 알았다. 

그래도 그렇게 노력해서 깐 꼬막이 더 

맛있다는 것 또한 배웠다.

겨울의 별미 꼬막

겨울부터 봄까지, 갯벌에는 꼬막이 발에 채인다. 원래 꼬막이라고 부르는 꼬막조개는 오로지 참꼬막이다. 17,18개의 깊은 골이 패여 있는데 이 방사륵(放射肋)은 점선처럼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생김새를 물끄러미 들여다 보면, 한옥의 기왓장이 떠오르는 매끈한 모양이다. 물이 드나드는 조간대부터 수심 10m 사이의 펄에 콕 박혀 사는 조개다.

피꼬막이라고 부르는 꼬막은 체급부터 다르다. 참꼬막과 새꼬막이 커봐야 몸 길이 4cm 정도인 데 비해 피꼬막은 작은 것이 4cm부터다. 큰 것은 나무꾼 주먹만하게도 자란다. 덩치에 걸맞게 수심 50m까지도 무리 없이 산다. 42줄 내외의 방사륵이 패여 있고, 가까이 들여다 보면 마치 가시가 돋아난 것처럼 털이 무성하다. 큰 피조개라고도 부르는데, 시장에서 피조개라고 한다면 대개는 이 피꼬막을 얘기하는 것이다.

‘피조개’는 새꼬막의 다른 이름이다. 시장에서는 그냥 꼬막이라고 하는 것이 새꼬막으로 통한다. 가장 흔하고 싼 꼬막조개다. 체급이나 사는 곳도 꼬막과 비슷하지만, 방사륵 개수가 두 배 가까이 차이 나서 속거나 헷갈릴 일이 없다. 새꼬막은 보통이 32줄, 31줄부터 36줄까지 방사륵이 촘촘하게 패여 있다. 피꼬막과 마찬가지로 가시 같은 털이 돋아 있다. 삶아 놓으면 내장이 밀크 초콜렛 색으로 비친다.

흔히 참꼬막이 더 맛있고 새꼬막은 맛이 덜하다고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건 또 아니다. 참꼬막은 육질이 단단해서 쫄깃하게 씹는 맛이 좋은 반면 살집이 적어 아쉽다. 첫 맛은 찌릿하지만 씹을수록 단맛이 나온다. 

꼬막류는 체액이 적혈구를 갖고 있어 피처럼 붉은 색을 띠는데, 참꼬막을 삶아 놓으면 다크 초콜렛처럼 새카맣게 핏물이 멍울지는 것이 특징이다. 달달하고 깔끔한 맛의 새꼬막은 살집이 도톰하고 야들야들해서 부드러운 맛에 먹는다. 상대적으로 소출이 적은 참꼬막과 흔하디 흔한 새꼬막 사이의 가격 차이가 크게는 서너 배까지도 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비싼 것이 더 맛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육질이 단단한 참꼬막은 쫄깃하게 씹는 맛이 좋고 씹을수록 단 맛이 난다. 소출이 적어 귀하다. 강태훈 포토그래퍼

피꼬막 역시 새꼬막보다 훨씬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데, 일본으로 수출되면 고급 식재료로 여겨져 더 좋은 대접을 받는다. 초밥 재료 중 고급 부류에 속하는 ‘아카가이(赤貝)’가 바로 이 피꼬막이다. 살 부분을 반으로 갈라 내장을 제거하고 사용하는데, 날개살도 따로 손질해 초밥 재료로 올리기도 한다. 피꼬막 날개살 초밥은 ‘히모’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는 회로 먹거나, 역시 삶아 먹는다.

꼬막 맛에 눈뜨다

꼬막은 데쳐도 삶아도 쪄도 맛있지만, 아무튼 가볍게 익히는 것이 포인트. 스테이크로 치면 레어에서 미디엄 레어 정도로 익히는 것이 알맞은 익힘 정도다. 이렇게 슬쩍 익힌 꼬막은 껍질을 까 호로록 먹으면 수고스럽기는 해도 자연스럽게 밴 짠맛에 별다른 간도 필요 없이 입에 짝짝 붙는다.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를 쓴 김지민씨는 증기로 찌는 방법을 최고로 친다. 꼬막의 육즙 한 방울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찐 꼬막에 간장과 고춧가루, 참기름, 다진 마늘, 쪽파 썬 것을 섞은 양념장을 얹을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다. 고춧가루를 빼고 간장과 다진 마늘과 파에 설탕을 살짝 넣어 양념장을 만들어도 꼬막과 잘 어울린다고 김씨는 귀띔했다.

내로라하는 요리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꼬막 먹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여느 조개가 탕이나 무침이나 볶음이 되듯, 꼬막도 마찬가지다. 양식에도, 중식에도, 일식에도 꼬막을 먹는 좋은 방법이 얼마든지 많다.

우선은 기본기부터. 잘 삶는 방법이다. ‘목포낙지’의 최문갑 셰프는 솥에 물을 끓이다가 미지근한 온도에서 꼬막을 넣고 한 방향으로 돌려 저으면서 삶는다. 중구난방으로 저으면 꼬막에서 나온 지저분한 것들이 다시 섞인다. 팔팔 끓을 때 넣지 않는 이유는 지나치게 뜨거운 온도에서 삶으면 맛이 덜하기 때문. 꼬막은 다른 조개처럼 익혀도 껍데기가 180도로 활짝 벌어지지 않는다. 몇 mm만 입이 열려도 익은 것이다. 새꼬막이나 참꼬막은 한두 알만 입을 열어도 나머지도 다 익은 것으로 치고 건져내면 된다. 피꼬막은 절반 정도까지 벌어져 익은 정도를 가늠하기 쉽다.

‘쿠마’ 김민성 셰프도 꼬막을 한 방향으로 저어가며 삶는다. 뜨거운 물에 넣고 속으로 열을 세며 딱 10바퀴를 돌리고 빼내면 알맞게 익는다. 그의 비법은 양념장에 있다. 간장에 쪽파, 매실액, 참기름, 깨, 고춧가루로 양념장을 만드는데, 중국식 고춧기름인 라유를 아주 조금 넣으면 맛이 색달라진다. 쿠마의 꼬막 양념장에는 다진 마늘은 굳이 넣지 않는다. 이렇게 먹을 때는 보드라운 새꼬막이 제일 잘 어울린다.

양식과도 환상의 궁합

꼬막으로 파스타를 만들어도 맛이 특별하다. 조개가 들어가는 모든 파스타에 꼬막을 대신 넣으면 한층 더 깊은 바다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라노 파다노 치즈를 갈아 올리면 감칠맛과 고소함이 펑펑 터진다. ‘리스토란테 에오’ 어윤권 셰프는 고소한 크림에 짭짤한 조갯살이 어우러지는 클램차우더를 꼬막으로 만드는 법을 알려줬다. 꼬막 데친 물을 육수로 사용해 우유와 생크림을 넣고 수프를 끓이다가 육수를 낸 꼬막을 잘게 다져 섞으면 완성되는 간단한 조리법인데, 어울리는 꼬막 종류는 ‘개꼬막’이다. 새꼬막보다 살짝 크고 방사륵이 넓게 패인 종류인데, 시장에선 새꼬막과 구분하지 않고 섞어서 유통되는 꼬막이다. 개꼬막을 찾지 못하면 새꼬막을 써도 무방하다.

최근 연희동에 레스토랑 ‘알테르 에고’, 디저트 카페 ‘오트뤼’를 낸 박준우 셰프는 꼬막으로 뜨거운 샐러드를 만들었다. 돌나물부터 상추까지, 냉장고에 남은 채소 무엇이든 먹기 좋게 자른 뒤, 살짝 찐 꼬막 살을 발라 따뜻한 채로 얹는 웜 샐러드다. 올리브 오일과 레몬즙, 소금 후추가 들어가는 지중해풍 드레싱에 간장과 극소량의 고춧가루를 더해 한국식 터치를 가미해 뿌려 먹는다. 각종 채소와 꼬막이 쌉쌀하게 어울려 입맛을 돋운다.

‘안씨 막걸리’ ‘21세기 서울’ 김봉수 셰프는 꼬막을 부야베스 스타일로 끓였다. 생선과 갖은 야채를 넣고 끓이는 서양식 스튜의 꼬막 탕 버전이다. 마늘, 무, 꼬막, 토마토, 양파, 감자 등 채소 순서로 냄비에 넣어 볶다가 시판 토마토 소스와 물을 부어 은근히 끓인다. 레몬그라스로 맛을 내는 것이 포인트다. 꼬막은 쫄깃한 맛이 살아 있는 참꼬막을 사용하고, 가니시로 파와 미나리를 얹으면 화룡점정. 버터와 설탕, 파마산 치즈를 바른 바게트 빵을 오븐에 구워내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다.            /이해림 객원기자

꼬막-슬쩍 익혀 호로록… 쫄깃한 바다의 맛
꼬막-슬쩍 익혀 호로록… 쫄깃한 바다의 맛

보드러운 식감에 달큼한 맛의 새꼬막. 시장에서 꼬막이라고 하면 보통 새꼬막을 가리킨다. 참꼬막, 피꼬막보다 싸지만 맛은 뒤지지 않는다.       <강태훈 포토그래퍼(Afro Studio)>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트럼프 관세정책에 조지아 경제 '완전한 혼란'
트럼프 관세정책에 조지아 경제 '완전한 혼란'

수입 식료품, 전자제품 등 가격 급등관세로 조지아 경제 전반 영향 미쳐조지아 농산물 수출에도 악영향 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조지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지역신문

두 초등생에 BB탄 쏜 귀넷 아시안 남성
두 초등생에 BB탄 쏜 귀넷 아시안 남성

“떠들며 마당 지나갔다”진술아동학대 등 중범죄 혐의 기소 자신의 마당을 가로 질러 가던 어린이들에게 BB탄을 쏜 로렌스빌 남성이 중범죄로 기소됐다.귀넷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월 2

조지아 주민 스트레스 전국 상위권
조지아 주민 스트레스 전국 상위권

스트레스 많은 주 15위 금융정보업체 월렛허브(WalletHub)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조지아는 미국에서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15개 주에 속한다.이 조사에서는 평균 근무 시간,

켐프 주지사, 논란의 '종교자유회복법' 서명
켐프 주지사, 논란의 '종교자유회복법' 서명

종교적 신념 따라 행동할 권리 보장성소수자, 종교 소수자 차별 가능성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4일 지난 2일 주 하원을 통과한 종교자유회복법(Religious Freedom

부활절 연합예배 20일 실로암한인교회서
부활절 연합예배 20일 실로암한인교회서

부활절 아침 6시에 개최 애틀랜타한인교회협의회(회장 최명훈 목사)는 2025년 교회협의회 주최, 부활 주일 연합예배를 오는 4월 20일 오전 6시 실로암한인교회(담임목사 박원율)에

애팔래치고 총격범 “다른 데서 재판 받고 싶다”
애팔래치고 총격범 “다른 데서 재판 받고 싶다”

관할법원 이전 신청서 제출변호인 ”공정한 재판 위해” 지난해 9월 발생한 애팔래치고 총격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용의자가 관할법원 이전을 신청했다.애팔래치고 총격사건 용의자 콜트 그레

로렌스빌 심포니 오케스트라 12일 정기연주회
로렌스빌 심포니 오케스트라 12일 정기연주회

봄맞이 오페라 아리아 선봬 로렌스빌 심포니 오케스트라(설립자 및 음악 감독 박평강)가 오는 4월 12일(토) 오후 5시, 오로라 극장(로렌스빌 아트 센터)에서 제 3회 정기 연주회

“조지아텍∙에모리 합격했지만 안 갈래”
“조지아텍∙에모리 합격했지만 안 갈래”

18세 수백만달러 기업 CEO 15개 유명대학서 불합격 되자SM통해 미 대입제도 맹비난  18세의 백만장자 CEO가 15개 대학에서 불합격 통지를 받은 자신의 대입 결과를 소셜 미

내주 다운타운 커넥터 최악 교통체증
내주 다운타운 커넥터 최악 교통체증

봄방학 가족단위 여행객 몰릴 듯공항도 되도록 일찍 도착해야  다음주부터 메트로 애틀랜타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가 봄방학에 들어가면서 가족단위 여행객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AAA에

바텀스 전 애틀랜타 시장, 차기 주지사 도전
바텀스 전 애틀랜타 시장, 차기 주지사 도전

“수 주 내 공식 출마 선언” 키샤 랜스 바텀스 전 애틀랜타 시장이 조지아 주지사 출마를 공식 발표한다.바텀스 전 시장은 4일 AJC와 인터뷰에서 수 주 내로 반 트럼프 정책 캠페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

[플로리다 홈리뷰] 커뮤니티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단지 밖으로 안 나가고도 일년 내내 살 수 있을 듯한 기가 막힌 새 단지!! (feat. 당근, 닭, 유기농, 브라운씨)
[애틀랜타 뉴스] 2025년 4월 5일(토) #윤석열탄핵#윤석열탄핵확정#헌재탄핵선고#미국무부반응#해외언론반응#이제는화합#아틀란타한인단체동정#조지아소식
[애틀랜타 홈리뷰] 85번 도로에서 제일 가까운 55+ 새 단지! 누가 지었는데 이렇게 구조가 독특하고 예뻐!?
[애틀랜타 홈리뷰] 6000평 대지+호수+명문학군… 조용히 거래되는 진짜 부자들의 집
[애틀랜타 부동산] 조지아 땅! 축구장 45개 크기, 84에이커의 농업용 부지에서 꿈을 펼쳐보세요!
[애틀랜타 홈리뷰] 3천 스퀘어피트가 넘는 새 집, 어디 가면 50만불 초반에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