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개 이상의 빙하로 돼 있는 알래스카 빙원의 녹는 속도가 1980년대보다 약 5배 빨라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일 국제과학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영국 뉴캐슬대와 매사추세츠대 공동 연구팀은 3천885㎢에 달하는 알래스카 빙원을 18세기 데이터와 함께 1948년부터 추적해 이같이 추정했다.
연구팀은 알래스카 빙원 크기가 1850년께부터 작아지기 시작해 약 10년 전부터 녹는 속도가 빨라졌으며, 최근에는 그 속도가 1980년대보다 4.6배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알래스카주 주도인 주노(Juneau)의 경우, 1948년∼2005년 4개의 빙하만이 녹았지만, 2005년과 2019년 사이에는 64개가 없어졌다고 논문은 밝혔다. 이 중 앤틀러(Antler)라고 하는 큰 빙하는 완전히 사라졌다.
연방 기상 데이터에 따르면 1980년 이후 알래스카 기온은 평균 섭씨 1.5도 올라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약 4배 더 빨리 따뜻해지고 있다고 논문은 전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매사추세츠 니콜스대 마우리 펠토 환경과학 교수는 "얼음이 물로 흘러드는 속도가 매초 약 5만 갤런(약 19만ℓ)에 이를 정도로 빙원이 빠르게 녹고 있다"고 말했다.
뉴캐슬대 빙하학자인 베탄 데이비스도 "기후가 변화하면서 (알래스카 주노 지역의)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며 "우리는 더 많이 녹고 더 길게 녹는 계절을 보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팀은 일 년 내내 눈으로 덮여 있는 지역과 여름에 눈이 녹는 지역의 경계를 의미하는 '스노우 라인'(snow line·설선)이 이 지역에서 위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기온 상승으로 눈으로 덮여 있던 지역이 녹고 있다는 것이다.
펠토 교수는 "스노우 라인이 전체 빙원 위로 올라가는 시점이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급격한 변화 시점)가 될 수 있다"며 "주노 빙원의 경우 티핑 포인트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그 빙하를 처음 봤을 때가 40년 전이었는데, 지금으로부터 40년 후에는 어떻게 생겼을까"라며 "그때쯤이면 주노 빙원이 티핑 포인트를 지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