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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끝나가는데 얼마나 죽었는지 누구도 몰라”

글로벌 | | 2023-09-12 08:31:21

모로코 강진 현장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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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강진 현장 르포

 

 모로코에서 6.8 강진이 발생한지 사흘째인 10일 마라케시에서 58km 떨어진 아미즈미즈 마을에서 구급대원들이 무너진 잔해 속의 희생자를 수습해 운반하고 있다. [로이터]
 모로코에서 6.8 강진이 발생한지 사흘째인 10일 마라케시에서 58km 떨어진 아미즈미즈 마을에서 구급대원들이 무너진 잔해 속의 희생자를 수습해 운반하고 있다. [로이터]

“지금까지 이 골목에서 100명∼150명이 죽었다고 하는데 아무도 정확한 건 모릅니다. 건물이 몇채나 무너졌고 그 건물 더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깔려 죽었는지 아무도 몰라요”

 

북아프리카 모로코 중부의 천년고도 마라케시에서 차량을 이용해 남서쪽으로 약 한 시간을 달리자, 아틀라스산맥 고산지대 소도시 아미즈미즈에 닿았다.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밤 발생한 강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지역으로 알려진 아미즈미즈는 이후 사흘이 지난 지금도 입구부터 생지옥이었다.

 

아미즈미즈 시티 센터에서 길을 건너자마자 강진으로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에 이불과 매트리스, 커튼 등 가정 생활용품들이 어지럽게 엉켜 있었다. 무너진 건물을 뒤로하고 오르막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자 도로변 벽체만 남은 채 주저앉은 2층짜리 호텔을 시작으로 폐허가 줄줄이 이어졌다.

 

콘크리트 전신주는 무참하게 여러 조각으로 꺾여 주저앉은 채 전선에 매달려 있고, 기울어진 건물은 옆 건물에 뒷부분만 기댄 상태로 무너져 내릴 듯 불안하게 서 있다. 골목길에 널브러진 건물 잔해들 사이에서 일어난 메케한 흙먼지 바람에는 시체가 썩을 때 나는 악취가 섞여 있었다.

 

호텔 인근에서 만난 중년의 남성 이스마엘(53)은 가족들은 다행히 무사하지만, 집이 무너지는 바람에 네 식구가 인근 카페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미즈미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됐는지를 묻는 기자에게 “말할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자신과 이웃이 겪는 슬픔을 자기 입으로 되뇌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인근에 있던 구호단체 이슬라믹 릴리프 활동가 빌 카심은 “이 도로에서만 150명가량이 죽었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아직 무너진 건물 잔해에 묻힌 사람들이 있어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인근의 무너진 집터에서는 도자기와 이불 등 그나마 쓸만한 가재도구를 챙겨 나오는 남성도 눈에 띄었고, 이방인인 기자의 볼에 자신의 볼을 비비며 관심을 가져주어 고맙다며 인샬라(신이 원하신다면 이라는 뜻의 이슬람교도 관용구)를 연발하기도 했다.

 

동네를 한 바퀴 돌아 마주한 넓은 공터에는 수백개의 텐트들이 들어서 있다. 지진으로 집을 잃거나 여진의 공포 속에 훼손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쉼터다. 시티 센터쪽 큰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손에 큼지막한 비닐봉지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정부 당국에서 구호품으로 보내준 담요였다.

 

무너진 건물 잔해로 어지러운 골목을 오토바이로 오르던 모하메드 빈슬람(37)씨는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다. 지금은 괜찮지만, 곧 다가올 겨울이 걱정”이라고 했다. 저녁 무렵이 되자 무너져 내린 호텔 건물에서 사체 수색이 본격화했다.

 

삽과 곡괭이를 손에 든 10여명의 모로코 군인이 먼저 건물로 들어가 수색했고, 이어 전날 모로코 정부의 활동 승인을 받은 스페인 구조대원들이 케이지에 담긴 수색견 2마리와 함께 합류했다. 하지만 이번 강진의 골든타임 72시간이 거의 소진되어가는 해 질 무렵까지 생존자도 사체도 호텔 건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번 강진으로 숨진 희생자는 2,862명으로 늘었다. 모로코 국영 일간지 ‘르 마탱’은 11일 내무부가 이날 오후 7시 현재까지 이번 지진으로 2,862명이 숨지고 2,562명이 다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 수는 전날 오후 4시 현재 기준 2,122명에서 하루 만에 740명이 늘었다.

 

진앙이 위치한 알하우즈 주에서 1,604명이 사망해 가장 피해가 컸고, 타루단트주가 976명으로 그다음으로 많았다. 특히 사망자 가운데 거의 대부분인 2,854명이 매몰돼 숨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부상자 중에서 중환자의 수가 많은 데다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어서 사상자는 더 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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