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한인 택시기사 뇌졸중 재발…돌봐줄 가족 없어
코로나로 해외입국자 2주 자가격리 규정이 걸림돌
양유환 필그림교회 장로, 한국정부 인도적 협조 요청
뇌졸중으로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60대 한인 불법체류 이민자가 고국에서 치료를 받겠다는 희망이 좌절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에서는 더 이상 치료받기 어려워 고국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한국에서 시행 중인 해외 입국자 2주 자가격리 의무 조치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뉴저지 비영리기관 네이버플러스에서 호스피스 사역을 맡고 있는 양유환 필그림교회 장로에 따르면 팰팍에 거주하는 한인 강(68)모씨는 뇌졸중으로 인해 지난 2월부터 뉴저지의 한 병원에서 입원 중이다. 강씨는 20년 전 미국에 와서 택시 기사 등으로 일했다.
2차례 뇌졸중을 앓았던 강씨는 올 초 뇌졸중이 재발해 2월부터 병원 입원 치료 중이다. 하지만 불체자인 강씨는 정부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없어 지속적인 치료와 의료비 등을 감당할 처지가 안 된다. 더욱이 치료 후 퇴원을 하더라도 함께 살 가족도 거처도 없는 상황이다.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홀로 병마와 싸우고 있는 강씨는 모국에 가서 치료를 받기를 원한다.
그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양 장로는 한국에 있는 한 요양병원에서 강씨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주선했다. 다행히 한국의 요양병원에서는 강씨를 받아주겠다고 답했다.
현재 강씨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도 그의 몸 상태가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을 정도라는 소견을 내놨다.
그러나 강씨는 한국에 갈 수가 없다. 한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시행 중인 해외 입국자 2주 자가격리 의무 조치 때문이다. 장거리 비행을 견딘다해도 뇌줄중을 앓고 있는 강씨의 몸 상태는 정부가 지정한 숙소에서 간병인도 없이 홀로 2주간 자가격리 생활을 하기에는 무리다.
양 장로는 “고국에서 병을 치료하고 삶을 살고 싶다는 강씨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 많은 걸림돌들이 해결됐다”며 “하지만 2주 의무 자가격리 문제 만큼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강씨의 건강 상태를 고려한다면 한국 공항에 도착해 바로 요양병원으로 입원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한국 정부가 이를 허용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강씨는 한국에서도 받아줄 가족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정부 관계자들과 이 문제에 대해 여러차례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뾰족한 답은 듣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 장로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강씨가 모국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한국정부가 자가격리 면제 등 적극 협력해주기를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정부의 규정에 따르면 ▲중요한 사업상 목적 ▲학술·공익적 목적 ▲인도적 목적 등에 한해 자가격리 면제서 발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인도적 목적은 직계 가족의 장례식 참석의 경우로만 한정돼 있다. 환자의 경우 입국 후 자가격리를 해야 하며 격리 중 시급한 치료를 요하는 경우에만 관할 보건소 등과 협의해 치료가 가능하다.
<서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