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파들 “지출삭감 부족”
공화당내 이견·불만 표출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과 마이크 존슨 연방하원의장. [로이터]](/image/fit/282541.webp)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이 연방 하원에서 일부 보수파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표결이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통과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우는 가운데, 다른 주요 경제 의제와 관련해 공화당 내의 이견이 표면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블룸버그,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연방하원의장은 지난 9일 밤 대규모 감세 관련 법안의 패스트트랙 표결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날 투표 연기 결정은 존슨 하원의장이 당내 예산 관련 강경파 의원들과 한 시간 이상 면담을 한 끝에 이뤄졌다.
블룸버그는 “건강보험 적용 범위 등 사회 안전망의 축소를 둘러싼 당내의 깊은 분열로 인해 표 대결을 벌일 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재정적 보수주의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신호”라고 해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어젠다 중 하나인 감세 정책에 대해 당내 이견이 상당하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존슨 의장에게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당내 ‘보류파’들의 불만은 감세 규모를 뒷받침할 만한 지출 삭감 계획이 부족해 연방정부의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앞서 공화당이 장악한 연방상원은 지난 5일 5조3,000억 달러를 감세하고 미국의 부채 한도를 5조 달러 늘리는 내용의 예산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연방정부의 지출은 40억 달러(약 5조원)를 삭감하는 데 그쳤다. 이는 하원이 요구해 온 2조 달러 규모 지출 삭감액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 지출을 충분히 줄이지 않으면 예산 삭감분을 감당할 수 없게 되므로 수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보류파의 주장이었다.
공화당 소속인 조디 애링턴 하원 예산위원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감세와 규제 완화 등 좋은 것만 포함한 예산안이 아니라, 폭주하는 지출을 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내 강경파인 칩 로이 하원의원(텍사스)은 “지출을 줄이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한다”며 “워싱턴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번 투표 불발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불거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됐다. 로이터는 “무역 전쟁으로 인한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세수 감소로 인한 의회의 예산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고 해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반드시 감세 법안을 당장 통과시켜야 한다”며 “우리나라에 호황이 찾아올 것”이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상황은 밤새 반전했다. 공화당 지도부가 연방 상원에서의 지출 삭감안 추진을 약속하면서 당내 보수파 설득에 나서자 표결을 보류했던 10여 명의 보수파 공화 의원들이 찬성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에 따라 10일 오전 이뤄진 표결에서 트럼프 감세 예산안은 찬성 216표, 반대 214표 단 2표 차로 가까스로 통과됐다. 민주당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고, 공화당에서는 토마스 매시(켄터키), 빅토리아 스파츠(인디애나) 의원이 끝까지 반대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연방 상원에서 1.5조 달러 규모의 지출 삭감안을 논의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며 보수파 의원들을 설득했다고 CBS뉴스가 10일 전했다. 마이크 존슨 연방 하원의장은 이날 강경파 의원들과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면서 “모든 것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