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구르 지역서 생산된 물품 반입 원칙적 금지
강제노동 ‘추정’… 무관 증명 부담 수입업체에”
위구르 강제노동예방법 웨비나 지상 중계
한미관세무역포럼의 김진정 변호사(ACI 법률그룹 파트너)는 15일 LA 총영사관이 주최한‘위구르 강제노동예방법 시행 관련 통관 대응 온라인 세미나’에서“중국 제조업체에서 원료와 업체 정보 서류를 주지 않는다면 차라리 수입을 포기하는 편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단언했다. 오는 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위구르 강제노동예방법’(UFLPA)에 따라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의 수입 제품에 대한 강력한 법 적용 가능성의 여파를 염두해 둔 발언이다. 위구르 강제노동예방법 시행에 대한 한인 수입업체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열린 세미나에는 180명이 등록해 이중 120명이 넘는 수입업체 관계자들이 참가했다. 그만큼 위구르 강제노동예방법이 한인 수입업체들에 주는 파급력이 크다는 뜻이다.
■위구르 강제노동예방법의 유죄 추정원칙
김진정 변호사는 “위구르 강제노동예방법은 기존 관세법 307조에 비해 강화된 법”이라며 “수입업체가 수입 제품이 강제노동은 물론 신장 위구르 지역과 관련성이 없음을 증명해야 하는 의무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기존 관세법은 강제 노동이 개입되었다고 판단되는 제품에 대해서만 미국 반입을 금지한 반면 위구르 강제노동예방법은 위구르 지역에서 생산된 모든 상품의 미국 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위구르에 만들어진 수입품은 강제노동이 개입되었다고 ‘추정’하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유죄 추정인 셈이다. 원자재와 부품을 포함해 모든 생산과정에서 위구르 지역 내 강제 노동이 개입되지 않았다는 것을 수입업체가 CBP에 증명해야 한다는 것도 달라진 내용이다.
위구르 강제노동예방법이 적용되면 수입품에 대해 CBP는 강제노동과 관련이 있다는 추정만으로 수입업체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 자료’ 제시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수입업체가 명확한 증거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 새 법에 따라 수입물품은 압류나 통관 금지될 수 있다. 소명 기간도 기존 90일에서 30일로 대폭 줄어 피해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한인 수입업체 피해 가능성
김진정 변호사에 따르면 위구르 강제노동예방법이 시행되면 한인 수입업체들의 피해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CBP가 지난해 4분기 동안 관세법 307조에 의거해 강제노동에 의한 수입품으로 판단돼 인도보류명령(WRO)을 받은 건수가 5건에 압류 2건, 여기에 통관이 보류된 건수도 912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구르 강제노동예방법이 적용되면 ‘추정’만으로도 WRO와 압류 조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인 수입업체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가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CBP의 적용 지침 내역
지난 13일에 발표된 위구르 강제노동예방법 시행과 관련해 CBP가 내놓은 지침은 크게 5가지로 수입 제품 실사, 생산 공급망 정보, 내부통제시스템 보유, 제품 증명, 그리고 공급업체 증명 등이다.
수입 제품 실사는 제품 공급업체가 위구르 지역의 강제노동과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 자료 확보를 뜻한다. 강제노동과 무관함을 보여주는 서약서나 제3의 기관이 인정하는 인증서도 포함된다.
생산 공급망 정보는 수입 제품 생산과 관련된 모든 업체들에 대한 정보를 도식화한 서류 자료다. 내부통제는 평소 수입업체가 강제노동 제품 수입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부서와 그와 관련된 활동 문서들을 말하며, 제품과 공급업체 증명은 원료 산지 증명, 관련 공장에 대한 정보 등의 문서가 포함된다.
■대응 방안
김진정 변호사는 “위구르 강제노동예방법에 대응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CBP 지침 대로 평소에 관리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수입하는 물품에 대한 사전 정보를 확보해 위구르 지역과 연관성 여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실사와 내부통제를 할 수 있는 부서를 운영하고 생산 공급업체와 제품에 대한 정보를 서류로 받아 보관해 두어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김진정 변호사는 “이번 법 시행의 여파를 미리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법 시행 초기 CBP가 엄격하게 적용할 것은 분명하다”며 “이에 대해 대비하지 않으면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매우 높아 주의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