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고령인의 수면 시간이 짧으면 ‘손아귀 힘’, 즉 악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쇠 정도를 알려주는 악력은 상체 근력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근감소증의 주요 진단 잣대다. 고령인의 8.5%는 수면시간이 4시간 이하였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2014∼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65세 이상 2,104명을 대상으로 수면 시간과 악력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한국 노인에서 악력과 수면시간과의 관련성)는 대한가정의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심 교수는 이들의 수면 시간에 따라 4시간 이하 수면 그룹(1그룹)ㆍ5∼6시간 수면 그룹(2그룹)ㆍ7∼8시간 수면 그룹(3그룹)ㆍ9시간 이상 수면 그룹(4그룹) 등 네 그룹으로 나눴다.
고령인 10명 중 8명은 3그룹(40.9%)이나 4그룹(40.1%)에 속해 적절히 잠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시간이 짧은 1그룹과 과도한 4그룹에 속한 고령인 비율은 각각 10.5%ㆍ8.5%였다.
오른손 악력은 3그룹이 27.9㎏으로, 가장 컸고, 다음은 2그룹(27.2㎏)ㆍ4그룹(26.8㎏)ㆍ1그룹(23.5㎏) 순이었다. 왼손 악력과 대표 악력(양손 악력의 최고 측정치의 평균값)의 순위도 오른손 악력과 같았다.
심 교수는 “악력이 다양한 신체적ㆍ심리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며 “수면 시간이 짧은 고령인의 악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결론”이라고 했다.
짧은 수면 시간이 악력 감소 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잠이 줄어 IGF-1이 감소하는 것이 악력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잠이 부족하면 코르티솔 등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고, 에스트로젠ㆍ테스토스테론 같은 성호르몬 분비 양상이 변해 혈중 IGF-1 농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령인의 혈중 IGF-1 농도 감소는 근육량과 근력을 낮춰 악력 저하 등 노쇠를 촉진할 수 있다.
한편 지나치게 짧거나 긴 수면 시간은 심혈관 질환ㆍ제2형(성인형) 당뇨병ㆍ고혈압ㆍ비만ㆍ사망 위험을 높인다. 고령인을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에선 수면 시간과 사망률이 U자 형태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