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한인 정신문제 상담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인사회 대상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LA 한인가정상담소(이하 가정상담소)에 접수되고 있는 정신건강 상담 신청 사례가 코로나19 사태가 심회된 지난 두 달 사이에 7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증가세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실직과 경제적 어려움, 자택대피 및 봉쇄령 등에 따른 문제 등 한인들 사이에 곪아가던 내면의 상처가 터져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가정상담소 측은 지난 6월 한 달 동안의 상담 건수가 총 74건으로 코로나19 봉쇄 사태 초기이던 지난 4월의 42건에 비해 32건, 비율로는 76%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가정상담소에 띠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행정명령이 발동된 3월 중순부터 6월까지 약 3개월 반 동안 174건의 한인 정신건강 문제 상담이 이뤄졌다. 가장 많은 것은 우울증과 불안 장애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가족간의 갈등으로 인한 상담도 많았다. 특히 이 가운데는 심각한 자살충동을 느끼는 위험한 사례들도 있었다는 게 가정상담소 측의 설명이다.
가정상담소의 안현미 매니저는 “코로나19 초기에는 실업, 영업중단, 재정 악화 등으로 당장 급변하는 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정신이 없었지만,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도 들여다 볼 수 있게 됐거나, 사태가 장기화 되며 정신건강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진 분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와 별개로 가정폭력 신고 및 상담 건수도 많았는데, 가정상담소 측은 핫라인을 통해 월 50여건이 들어오고 있으며 이는 코로나19 사태 전의 월 30여건에서 3분의 2가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현재 가정상담소 상담 서비스를 받기 위한 대기자 수가 44명에 달하며, 지금 예약해 순번이 돌아오려면 긴급 사안이 아닌 경우 최장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가정상담소 측은 “단기에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장기 서비스를 필요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며 “예산과 인력에 한계가 있는데 문의는 늘어가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서류미비자 분들은 정부 지원이 거의 없어 자체 예산으로 돕고있는데 상당히 부족한 상황”고 말했다.
안 매니저는 “삶의 큰 변화나 스트레스로 인해서 정신적 고통이나, 갈등, 관계의 문제를 호소하시는 한인들이 많다”며 “게다가 코로나19 사태와 행정명령이 장기화될 조짐이어서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한인들도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안 매니저는 이어 “평소 자신이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지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정신건강 문제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들이 많은데, 나중에 큰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주의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건강 상태에도 평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