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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김민기 추모…"시대 진실 노래하고, 낮은 이들 영혼 위로"

한국뉴스 | 연예·스포츠 | 2024-07-22 11:31:15

김민기,별세,독재에 저항,학전,이재명,야권 추모,민주화 운동,아침이슬,상록수,김광석,꽃 피우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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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슬'·'상록수'로 독재에 저항…'학전'서 시작한 '인생 2막'

김광석·조승우 등 스타들 키워내…유산으로 남은 '아르코꿈밭극장'

 

김민기 학전 대표<학전 제공>
김민기 학전 대표<학전 제공>

야권은 22일 가수 김민기 씨의 별세에 애도를 표하며 '아침이슬', '상록수' 등 민주화 운동 시절 널리 불린 그의 노래와 후배 예술인 양성 등 업적을 기렸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아름다운 사람, 김민기 님의 영면을 기원한다"며 "김민기는 시대의 진실을 노래했고 낮은 이들의 영혼을 위로했다"고 추모했다.

이 대변인은 "당신의 노래는 80년 광주에서, 87년 시청 앞에서, 2016년 광화문에서 시민과 함께했고 앞으로도 민주주의 현장에서 목청껏 불려 살아 숨 쉴 것"이라며 "당신이 있어 고마웠다. 이제 편히 쉬시라"고 말했다.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가장 낮은 곳에서 정권의 억압과 탄압에 맞서며 스스로 '아침이슬'과 '상록수'가 되었던 삶에 경의를 표한다. 그가 남긴 발자취는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됐다"고 적었다.

이재명 대표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국민을 탄압하고 자유를 억압한 정권은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사실, 역사는 생생히 증언한다"며 "아침이슬의 노랫말은 이 엄혹한 현실 속에 모든 이의 가슴 속에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일깨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침이슬'과 '상록수', '학전'으로 상징되는 김민기의 삶은 말 그대로 '저항의 역사'였다.

1969년 서울대학교 회화과에 입학한 김민기는 획일적인 수업 방식에 환멸을 느껴 붓을 놓고 가수의 길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창인 김영세(현 이노다지안코리아 대표이사)와 포크송 듀오 '도비두'로 음악을 시작했다. 이듬해 명동 '청개구리의 집'에서 공연을 열며 '아침이슬'과 '가을편지', '꽃 피우는 아이' 등을 작곡했다.

김민기의 음악 활동은 시작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1972년 서울대학교 문리대 신입생 환영회에서 민중가요를 가르치다가 경찰에 연행돼 고초를 겪었다. 설상가상 '꽃은 시들어 땅에 떨어져, 누가 망쳤을까 아가의 꽃밭'이라는 가사로 유명한 '꽃 피우는 아이'가 금지곡으로 지정되면서 음반 활동에도 타격을 받았다.

카투사에서 군 복무 중이던 1975년 초에는 유신 반대 시위에 모인 군중이 '아침이슬' 등 김민기의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만으로 보안대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아침이슬'은 금지곡으로 지정됐고, 영창살이를 마친 김민기는 최전방 부대로 재배치됐다.

중등교사 자격증을 가졌지만, 김민기는 대학 졸업 후 봉제 공장과 탄광을 전전하면서 생계를 꾸렸다. 물론 틈틈이 노래를 만들어 불렀지만, 박정희 정권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1976년 봉제 공장에서 일하던 당시에 작곡한 '늙은 군인의 노래'는 가사가 불건전하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됐다.

음악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자 김민기는 고향인 전북 익산으로 내려가 농사를 지었다. 10.26 사건으로 맞은 '서울의 봄' 시기에 잠시 음악활동을 재개했지만, 12.12 군사반란으로 전두환 일당이 정권을 잡자 다시 낙향했다. 1981년 전두환 정부가 관제 예술제인 '국풍81'에 참여하도록 회유했지만, 농사일을 핑계로 끝까지 참가를 거절한 일은 유명한 일화다.

1983년 화재로 집이 전소돼 서울로 올라온 김민기는 이듬해 대학 노래패들의 노래를 모아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라는 음반을 제작했다. 노래패 '노찾사'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전두환 정부의 방해로 음반은 거의 팔리지 못했고, 1987년 6월항쟁으로 금지곡들이 해제될 때까지 초라한 신세를 겪었다.

1990년 한겨레신문의 '겨레의 노래 사업단'에 참여해 음반 '겨레의 노래'를 제작한 뒤 이를 기념해 전국 순회공연을 하면서 20년 만에 '아침이슬'을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불렀다.

1991년 김민기는 20년 넘게 달려온 가수의 길을 내려놓고 본격적인 연극 연출가로서의 길을 시작했다.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추고 본격적인 '뒷것 인생'을 시작했다.

같은 해 사비를 들여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개관하고 '지하철 1호선'을 공연했다. 1993년 자신의 두 번째 음반을 발매했지만, 1994년 학전극장을 상주 공연장으로 하는 극단 학전을 창단한 뒤에는 무대 공연에만 집중했다.

김민기의 변신은 사실 예견된 수순이었다. 1973년 김지하의 희곡 '금관의 예수'의 극음악을 작곡해 첫 무대 공연 경험을 쌓은 김민기는 이듬해 마당극 '아구'의 대본을 맡았다. '아구'는 공연윤리위원회로부터 상연 금지처분을 당했지만, 김민기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재공연을 강행하며 저항했다.

연이은 금지곡 지정으로 음악 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1978년에는 개신교 계열 시민단체인 한국교회사회선교협의회의 후원을 받아 노래극 '공장의 불빛'을 제작했다. 노조 설립을 시도하다 사측이 고용한 용역 깡패에 의해 좌절하는 노동자들의 고투를 담은 작품으로 1979년 2월 제일교회에서 상연됐다.

정부의 탄압을 피해 농사를 짓던 1981년에는 전북 지역의 연극패, 노래패와 함께 동학농민운동을 다룬 마당극 '1876년에서 1894년까지'를 제작했다. 이 작품은 1983년 대한민국연극제 참가 작품으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됐다. 김민기가 익명으로 연출을 맡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김민기는 노래 대신 연극 무대에서 인생 2막을 보냈다.

뚝심으로 대학로를 지킨 그의 손을 거쳐 수많은 예술인이 스타로 성장했다.

들국화, 유재하, 강산에, 동물원, 안치환 등 통기타 아날로그 가수들은 학전에서 라이브 콘서트 문화를 이끌어갔다. 특히 고(故) 김광석은 1991년부터 1995년까지 매년 학전에서 라이브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각별한 관계를 맺었다.

충무로의 걸출한 스타 배우들도 학전을 통해 성장했다. 설경구와 황정민, 조승우가 바로 학전을 대표하는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 출신이다.

'영원한 청년'으로 우리 곁에 남을 줄 알았던 김민기의 열정도 세월 앞에 무뎌졌다. 김민기는 지난해 11월 만성적인 재정난과 건강 문제까지 겹치면서 학전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

결국 지난 3월 문을 닫은 학전은 폐관 4개월 만인 이달 17일 어린이·청소년 중심 공연장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아르코꿈밭극장은 평소 어린이극에 관심이 많았던 김민기가 남겨놓은 마지막 유산이다. 김민기는 생전 다른 공연장이 좀처럼 올리지 않는 어린이극을 학전 무대에 올리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 떡볶이', '슈퍼맨처럼∼!' 등 우리나라 아동과 청소년의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관객을 만났다.

"아이들도 온갖 고민과 소망을 지닌 하나의 인격체에요. 우리 아이들에게 숨통을 터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을 어른들의 잣대로만 보지 말고 그 자체로 보아주었으면 합니다." 김민기가 지난해 11월 언론과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아르코꿈밭극장' 개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르코꿈밭극장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예술위원회는 경영 악화로 문을 닫았던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어린이·청소년 중심 공연장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재단장했다.<연합>
'아르코꿈밭극장' 개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르코꿈밭극장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예술위원회는 경영 악화로 문을 닫았던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어린이·청소년 중심 공연장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재단장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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