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세탁기공장 법인장 "트럼프·바이든 전략 다르게 준비"
관세 등 무역장벽 높이면 냉장고·TV도 현지 생산 가능성
LG전자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통상 환경이 악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세탁기와 건조기 외의 생활가전도 미국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전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임기 때 세탁기에 관세 폭탄을 맞고서 미국 생산을 시작했는데 이번에도 현지화를 통해 보호무역주의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LG전자 테네시 공장의 손창우 법인장은 지난달 31일 테네시주 클라크스빌 공장에서 열린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 대응과 바이든대통령이 됐을 때 대응을 전략을 조금씩 다르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법인장은 트럼프의 10% 보편적 관세 공약과 바이든 행정부의 무역법 301조 대(對)중국 관세 업데이트를 언급하고서 "바이든이라고 해서 좀 더 낫다거나 트럼프가 좀 더 힘들다는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LG전자가 준비하는 전략은 현재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는 테네시 공장에서 냉장고와 TV 등 다른 제품도 만드는 것이다.
손 법인장은 현재 부지에 공장동을 3개 더 지을 공간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세탁기 공장은 125만 제곱미터(㎡) 대지에서 연면적 9만4천㎡만 차지하고 있다.
손 법인장은 "통상 이슈가 만약 생겨서 또 다른 생산지를 (마련)해야 한다면 비단 냉장고뿐만 아니라 TV 등 다른 제품을 생산할 수도 있다"면서 "그런 상황이 됐을 때 충분히 대응할 수 있고 그런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손 법인장은 부연했다.
LG전자는 테네시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부품을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는데 미국이 부품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손 법인장은 "부품은 트럼프가 되든 바이든이 되든 리스크가 있다"면서 현재 LG전자의 멕시코 공장 주변에 있는 협력사에서도 부품을 조달하는 등 "관세나 물류비 등을 고려해 부품 조달처의 다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부품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적용받아 관세 부담이 작다.
테네시 공장은 원래부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세워졌다.
LG전자가 미국 경쟁사인 월풀의 견제에 맞서 미국 현지 공장을 추진하던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했고, LG전자는 2017년 8월 테네시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월풀을 돕기 위해 2018년 1월 한국산 세탁기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고, 이에 LG전자는 공장 준공을 서둘러 2018년 12월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세이프가드는 작년 2월에 종료됐지만, 월풀의 의도와 달리 경쟁력이 우수한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지위를 더 공고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세탁기 세이프가드의 효용을 분석해 작년 8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세이프가드를 시행한 2018∼2022년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생산량, 시장 점유율, 총매출, 고용 인원, 급여 등 주요 성과지표가 모두 향상됐지만, 월풀과 GE 등 기존 미국 생산업체는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LG전자는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에서 인공지능(AI)과 자동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특파원단이 방문한 길이 500m, 폭 100m의 공장에서는 로봇이 금속판을 압착하는 등 생산, 용접, 가공, 조립, 검사 공정의 상당 부분에서 자동화가 이뤄졌다.
곳곳에서 자율주행 물류로봇(AMR)이 공장 바닥에 바둑판처럼 부착된 QR코드를 읽고 주변 환경을 인식하면서 자재와 부품을 필요한 장소로 옮기고 있었다.
이 덕분에 인원을 100명가량 줄일 수 있었는데 한 명을 줄일 때마다 연간 약 8만달러(약 1억1천만원)를 절감할 수 있다고 송현욱 생산실장은 설명했다.
경쟁력을 갖춘 덕분에 공장이 계속 성장하다 보니 자동화를 했는데도 고용 인원이 초기 약 800명에서 현재 약 900명으로 늘었다.
LG전자는 LG 내에서 최고 수준인 64%의 자동화율을 연말까지 68%, 이후 70% 이상까지 올릴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