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경제적 어려움 호소
투잡 뛰고, 휴가 포기까지
주택 소유주, 더 부담느껴
미국인의 절반 가령이 주거비 부담으로 인해 생활비에 쪼들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활비가 부족하면서 필요한 병원치료까지 미루고 끼니까지 거르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부동산 온라인포털 레드핀이 최근 주택 소유주와 세입자 2,9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절반(49.9%)이 주거비 부담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모기지 금리가 7%를 훌쩍 넘기고 주택 가격과 렌트비 인상폭이 연간 5%에 달하면서 주거비 부담에 정상적인 생활을 포기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급등한 렌트비를 감당해야 하고 주택 구입도 어려워진 상황에서 자금 마련을 위해 생필품은 물론 다른 지출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응답자의 34.5%는 돈을 아끼기 위해 휴가를 최대한 줄이거나 아예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끼니를 거른다’는 답변이 22%, ‘오버타임으로 일한다’는 답변이 20.7%, 그리고 ‘소지품을 처분한다’는 답변은 20.6%에 각각 달했다.
가족이나 지인 또는 친구에게 돈을 빌린다는 답변과 은퇴 자금을 미리 인출해 충당한다는 답변도 17.9%와 17.6%를 각각 차지했다. 이밖에 의료비를 아끼거나(15.6%)와 두 가지 일을 하는 투잡(14.7%)을 택하고 가족이나 지인의 도움을 받는다(14.3%)고 답한 응답자도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지역별 분석은 하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전국에서 주택 가격이 가장 높은 남가주와 북가주 등 많은 가주 주민이 주거비 부담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치솟은 부동산 가격은 주택 구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으며 힘겹게 집을 장만하더라도 높은 이자율은 매달 지불해야 하는 모기지 페이먼트를 더욱 부담스럽게 만들었다. 주택 소유주나 세입자 모두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소유주나 세입자 모두 거주 비용이 월 소득의 3분의 1 이하여야 이상적이라고 지적했으나 많은 소유주나 세입자들은 거주 비용이 월 소득의 절반에 육박하거나 심지어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렌트나 모기지 비용을 내고 나면 휴가나 외식은 언감생심이고 식료품과 의료비용 등 필요한 생활비용도 선별적으로 줄여야하는 상황이다.
세대별 반응을 살펴보면 밀레니얼 세대는 휴가를 포기한다고 했으며 Z세대는 일을 더 하거나 아끼는 물건을 중고 시장에 내다 판다고 했다.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X세대의 경우 6명 중 1명은 주택 구입을 위해 은퇴 자금을 포기한다고 답했다.
주거비 부담의 또 다른 폐해는 청년층이 주택구매를 포기하거나 구매 시기가 늦어져 경제적 안정을 추구할 수 없다는데 있다.
이미 주택을 구매한 베이비부머 세대 역시 부담이 높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의 27.5%는 모기지 상환 등 주거비 충당을 위해 은퇴 자금 일부를 당겨 사용했다고 답했다.
인종이나 세대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다.
오바타임을 통해 주거비를 충당하는 비율은 흑인이 25.9%로 가장 높았다. 소지품을 처분하는 비율은 라티노가 28.2%에 달했다. 식사를 거르는 비율에서는 아시안(43.8%)과 백인(39.6%)이 의외로 높았다.
주거비 부담에 대한 답변에서는 백인의 54.5%가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해 아시안(47.4%), 흑인(46.6%), 그리고 라티노(37.8%) 보다는 형편이 나은 것으로 보인다.
세대별로는 베이비 부머 세대의 61.9%가 주거비에 대한 부담이 낮다고 답한 반면 X세대(48.7%)와 밀레니얼(40.2%) 그리고 Z 세대(26.9%)는 이 비율이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주택소유주와 세입자 중에서는 주택 소유주의 약 60%가 주거비 부담이 적다고 답했지만 세입자는 이 비율이 30.8%에 그쳐 눈길을 끌었다. 가주 등 높은 생활비 지역의 렌트비가 급등하고 있지만 아직 전국 많은 지역은 렌트비 부담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