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인들은 중산층에 대한 정의에 대해 폭넓게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가 연방준비제도의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산층의 정의에 부합하는 재정 안정성을 확보한 미국인은 3분의 1을 조금 넘었다. 미국인들은 또 중산층 라이프 스타일에 필요한 소득 수준을 과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는 중산층에 대해 대부분 미국인이 지닌 인식이 현실보다는 목표에 가깝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인 생각하는 중산층 조건 기준은
연 소득 7만5천~10만달러는 되어야
안정적 직장과 미래 위한 저축 능력
50년대부터 중산층에 대한 환상 굳어
■3분의 1만 중산층 조건 갖춰
미국 성인 10명 중 9명이 중산층에 속하기 위한 필수 지표로 주요 6개 지표를 지목했다.(도표 참고). 6개 주요 지표 외에도 소수는 주택 보유, 유급 휴가가 제공되는 직장 등이 중산층이 되기 위한 요건으로 꼽았다.
케이틀린 자룸 뉴욕대 인류학과 교수는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은 예측 가능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라며 “때로는 현재의 직업 안정성일 수도 있고 미래의 삶에 대한 안정감을 의미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조사에서 미국인 중 3분의 1만 중산층에 속하기 위한 6개 주요 지표를 충족했다. 미국인 10명 중 9명은 의료 보험을 소지하고 있었고 의료 보험과 안정적인 직장을 보유한 미국인 약 4분의 3이었다. 충족하는 지표가 많아질수록 중산층에 속하는 미국인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중산층 연소득 7만~20만 달러
일반적으로 중산층에 대한 정의가 소득을 기준으로 정해질 때가 많다. 이는 소득 관련 통계 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확한 의미에서 소득이 중산층 라이프 스타일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2년 4인 가구 중산층 소득 기준은 중위 소득의 3분의 2에서 2배 사이다. 이를 금액을 환산하면 6만 7,819달러~20만 3,458달러다. 그러나 이번 워싱턴포스트의 조사에서 대부분 미국인은 중산층 소득 기준은 퓨리서치센터의 기준에 비해 낮은 7만 5,000달러~10만 달러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퓨리서치센터의 포괄적인 소득 기준을 적용해도 대다수는 중산층에 포함될 수 있는 재정적 안정성을 갖고 있지 않았다. 나이가 많은 미국인일수록 고소득자, 주택 보유자, 대학 졸업자 비율이 높은 경향은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의 조사에서 미국인 중 60%가 주택 보유를 중산층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꼽았고 연방준비제도의 설문조사에서는 30세 이상 주택 보유자들은 비슷한 나이, 소득 대보다 재정적으로 더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준비, 중산층 진입 가장 큰 걸림돌
중산층에 속하기 위해 가장 큰 장애물은 편안한 은퇴였다. 35세 이상 중간 소득 대 미국인 중 약 절반만 편안한 은퇴가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해 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인들은 은퇴를 가장 큰 재정적인 걱정거리로 꼽았다. 저축을 하는 미국인들에게조차 은퇴 준비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복잡한 은퇴 계획에서부터 불확실한 정부 연금 제도에 대한 미국인들의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브루킹 연구소의 벤 해리스 경제 부문 디렉터는 “현재 은퇴 준비자들의 현실은 지옥처럼 저축하고 올해 살지 않기를 희망하는 것”이라며 “정말 끔찍한 패러다임이 아닐 수 없다”라고 정부 연금 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스탠퍼드 경제정책연구소의 안나마리아 루사디 선임 연구원에 의하면 확정 혜택 플랜에서 개인 은퇴 계좌로 은퇴 자금이 이동하는 현상은 은퇴를 위한 저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오르는 주택 비용과 학자금 대출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중산층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인 은퇴 준비에 대한 미국인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중산층에 진입하기 위한 재정 안정성에 도달하는 방법이 복잡해지고 있지만 이를 보유한 비율은 크게 줄지 않았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7년 이후 32~40%에 해당하는 미국인이 중산층으로 정의할 수 있는 6개 지표에 모두 충족했다.
■50년대부터 중산층에 대한 환상
연방준비제도의 소비자 금융 조사는 1980년대 이후 미국인의 광범위한 재정 안정성을 보여준다. 물가 변동을 감안한 조사에 따르면 1,000달러 이상 유동 저축을 보유한 미국인은 40년 전보다 지금 더 많아졌다. 또 은퇴 계좌 또는 연금 계좌에 저축하는 미국인 비율도 지난 40년간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자룸 뉴욕대 인류학 교수는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는 직업과 의료 보험, 은퇴 자금, 주택을 보유해야 중산층이 속한다는 생각은 이미 50년대부터 있어왔다”라며 “60년대에 들어서도 널리 퍼진 이 같은 생각은 일종의 허구”라고 지적했다.
래리 새뮤얼 문화 역사학자는 “중산층에 대한 이미지는 자신의 경제적 상황과 상관없이 모두가 속하고 싶어는 일종의 ‘중산층’ 클럽”이라고 꼬집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