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차일드케어 비용 전국, 소득의 60% 넘어
미국에서 집을 장만하고 자녀를 키우고 식료품과 외식 등 먹을거리에 지출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부동산 전문업체 질로우에 따르면 전국 대도시 주민의 경우 소득의 60% 이상을 주거비와 양육비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 가계의 소득 대비 먹을거리에 지출하는 비용이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높아졌다.
특히 캘리포니아 등 집값이 급등한 지역에서는 주택과 육아비 부담이 평균 소득을 훌쩍 넘어서는 곳들도 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LA에서는 중간소득의 121%를 모기지와 차일드 케어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으며 샌디에고는 11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로우에 따르면 전국 50개 대도시 가운데 31개 도시에서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은 소득의 60% 이상을 모기지, 차일드케어 비용으로 지출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소득의 전부 또는 그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팬데믹 동안 부동산 가격은 2019년과 비교해 거의 50%가 올라 그 만큼 모기지 부담이 커졌고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차일드케어 비용도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질로우 분석에 따르면 중산층 가정은 매달 모기지 페이먼트 1,973달러, 차일드 케어 1,984달러를 지출하기 때문에 평균 월소득 6,640달러에서 이를 제하면 2,683달러가 남는다. 그리고 여기에서 식비, 의료비, 교통비, 보험, 세금 등을 제하면 빠듯한 생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결국 대도시에 살면서 자녀를 키워야 한다면 하우스 푸어 또는 빚에 쪼들리는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메리칸 드림’은 자녀가 없는 이른바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 맞벌이 부부에게나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소득의 30%를 주거비용으로 지출하라는 권고는 이미 현실과 무관한 말이 됐고 차일드 케어 비용은 소득의 7%를 넘지 않도록 하라는 조언도 공허한 말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부동산 가격은 두 배 가까이 올랐고 차일드 케어 비용도 2019년 소득의 27%에서 지금은 30% 이상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러한 이유로 최근 도시를 떠나 외곽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으며 서부나 동부 해안가의 대도시 인구가 줄고 중남부의 도시들이 성장하는 배경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연방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소비자가 음식에 지출하는 비중은 가처분 소득 대비 11.3%로 1991년(11.4%) 이후 3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지만 최근 2∼3년 크게 오른 새 식료품 및 외식 물가가 가계 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레스토랑 체인들은 인건비 인상을 메뉴 가격 상승으로 반영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오는 4월부터 주요 패스트푸드 체인 종업원의 최저시급이 20달러로 25% 오르다 보니 맥도널드, 치폴레 등 대형 외식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식료품 및 식당 가격이 한 번 오르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은 소비자들이 고물가에 익숙해지며 대처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