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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의 세상읽기] 행복을 만들어내는 투자

지역뉴스 | | 2023-10-30 17:55:49

권정희의 세상읽기, LA미주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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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고 기는 투기꾼은 많아도 ‘투자의 귀재’하면 여전히 워렌 버핏이다. 93세의 버핏은 투자 안목이 워낙 탁월해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린다(그는 네브래스카, 오마하에서 태어나 거의 평생 그곳에서 살고 있다). 타고나기를 이재에 밝아 10대 초반부터 용돈을 벌고 투자를 했다니 투자경력 장장 80년이다. 

그런 그가 강연 중 가끔 ‘내가 최고로 잘한 투자’라며 소개하는 게 있다. 그의 인생에서 정말로 잘한 투자라는 것인데, 들어보면 수익과는 거리가 멀다. “내가 세 번째로 잘한 투자는 집을 산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가 굳이 언급하지 않는 최고의 투자 1위와 2위는 2개의 결혼반지이다. 그는 두 번 결혼했다.

1952년 결혼한 버핏은 아이들이 태어나며 식구가 늘자 1958년 집을 샀다. 1921년에 지어진 5 베드룸 집으로 당시 구매가격은 3만1,500달러. 현 시가 144만 달러인 그 집에서 그는 65년째 살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 최대주주이자 회장으로 순 자산 1,200여 억 달러, 세계 6~7위의 부자가 살법한 호화저택은 아니다. 투자가치 면에서도 지극히 소박한 수준. 그도 그 사실을 인정한다. 

“그때 집을 사지 않고 렌트해 살면서 그 돈으로 주식을 샀더라면 훨씬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럼에도 집 산걸 최고의 투자라고 하는 이유는 그 집을 통해 얻은 귀중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부부가 같이 아이들을 키우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 성인이 되는 동안 온 가족이 함께 누린 희로애락의 이야기들, 돌아보면 그 모두가 행복인 소중한 추억들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다. 

기본적으로 그는 부동산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세계 각처에 별장을 갖거나 빌딩을 소유한 번지르르한 부호들과는 다르다. 가족이 원해서 남가주에 별장을 가진 적은 있지만 2017년 팔고난 후 그의 유일한 부동산은 지금 사는 집이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며, 살기 편하고, 사무실까지 5분밖에 안 걸리니, 이보다 좋은 집은 없다”고 그는 말한다. 

억만금의 거부인 그가 인생 최고의 투자로 꼽는 게 집이라는 사실은 위로가 된다. 적은 봉급으로 투자 같은 건 상상도 못하고 사는 보통사람들도 그가 말하는 ‘최고의 투자’는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십년 모기지를 갚아야할 은행 집이든, 세든 집이든, 가족들이 같이 살며 하루하루 추억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라면 그것이 바로 버핏이 말하는 ‘집’일 것이다. 재산을 불리는 투자가 아니라 행복을 만들어내는 투자이다.   

“행복이 진짜 재산이다. 사는 게 행복하다면 다른 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그는 비즈니스 스쿨 학생들에게 말하곤 했다. 돈 버는 데만 관심을 쏟지 말고 행복을 챙기라는 말이다. 

그 자리에서 그의 강연을 같이 듣던 비즈니스 스쿨 동급생들은 지금 어떤 모양으로 살고 있을까. 젊어서는 고만고만하던 동창이나 직장동료들이 수십년 지나고 나면 사는 모습이 제각각이다. 시간, 에너지, 돈, 혹은 마음을 매일 어디에 쏟느냐가 만들어내는 결과이다. 처음에는 사소하게 다른 모습들이 세월 지날수록 굳어지면서 인생 자체가 달라진다. 갈수록 안정되고 행복한 삶도 있고, 인생의 축들이 깨져나가면서 피폐하고 불행한 삶도 있다.

행복은 마음의 작용이자 적극적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행동의 산물이다. 마음을 비우면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어깨에 내려앉는 따스한 햇살, 갓 내린 커피한잔에 우리는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행복은 아니다. 기초가 튼튼해야 집이 비바람을 견디듯 행복도 기초가 탄탄해야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삶 자체로 자리 잡는다. 

행복을 오래 연구해온 아서 브룩스 하버드대 교수는 행복한 삶을 위한 기본 요소로 의미, 가족, 친구 그리고 보람을 꼽는다. 첫째는 신앙 혹은 철학의 문제이다. 삶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면 행복하기 어렵다. 너무 공허해서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종교적 신앙이나 철학적 성찰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찾고 의미를 추구하며 살아갈 때 사람은 행복할 수 있다. 

둘째는 혈육과의 관계이다. 생명의 원천 같은 가족과 관계가 돈독할 때 우리는 존재의 뿌리가 튼튼해진다. 삶에서 지치고 상처받을 때마다 찾아가서 위로받을 가족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셋째는 가족과는 또 다른 소중한 인연, 친구들과의 관계이다. 가족과 나눌 수 없는 이야기를 친구에게는 털어놓을 수 있으니 정신건강에 이보다 좋은 대상은 없다. 특히 노년에 가장 외로운 사람은 친구가 없는 사람이다. 장성한 자녀들은 바빠서 부모를 자주 찾지 못하고, 배우자마저 떠나고 나면 마음을 나눌 사람은 친구밖에 없다. 친구는 갑자기 만들어지는 게 아니니 세월을 두고 우정을 쌓아가야 한다. 

넷째는 보람 있는 일. 일에서 얻는 보람은 다른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독특한 행복감이다. 삶에 의미를 주고 뿌듯한 성취감을 주는 일은 행복의 근원이 된다.  

브룩스 교수는 이들을 행복의 네 기둥으로 삼고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하듯 균형 있게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관계의 구좌에는 얼마나 투자되어있는지, 보람 구좌나 의미 구좌에는 또 얼마나 투자되어있는지 수시로 살피라는 것이다. 그렇게 공을 들이며 성실하게 산 사람들이 행복한 노후를 맞는다. 자녀들은 안정되게 자리 잡고, 가족 간 화목하며, 친구들이 곁에 있다면 이는 평생 행복투자를 잘한 덕분이다. 인생도 행복도 뿌린 대로 거둔다.   

<권정희 LA미주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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