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서비스 인플레 여전히 불안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기대만큼 빠르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목표치 2%보다 높은 3%대에 오래 머무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거비와 서비스 비용 인플레이션이 여전한 만큼, 연준이 조만간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기는 힘들며 ‘더 높은 기준금리를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주목받고 있다. 12일 발표된 미국의 9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7%, 전월 대비 0.4%를 기록했다.
이는 8월 상승률 3.7%, 0.6%와 같거나 소폭 개선된 것이지만, WSJ이 집계한 이달 시장 전망치 3.6%와 0.3%는 넘어선 것이다. CPI 상승률(전년 대비)은 1월 6.4%에서 6월 3.0%까지 내려갔지만 기저효과 약화와 유가 상승 등에 따라 7월 3.2%로 올라온 바 있다.
지난해 CPI 상승률이 9%를 넘겼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있지만, 주거비와 서비스 등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9월 중고차와 의료서비스 부문 물가 압력은 완화됐지만 주거비(7.2%)와 서비스(5.7%·에너지 부문 제외) 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또 주택 시장에서는 고금리 여파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견조한 경제 상황과 주택 매물 감소 등에 따라 주택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에서는 미 국채 장기물 금리가 크게 오른 만큼 기준금리 인상 필요가 줄어들었고 금리 인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평가까지 힘을 얻은 바 있지만, 이날 CPI 발표 이후 다시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부각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전날 9.1%에서 10.8%로 올라갔다. 내년 6월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낮을 것으로 보는 견해는 하루 사이 64.9%에서 56.6%로 내려갔다.
부동산 서비스업체 브라이트ML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리사 스터티반트는 “강력한 9월 고용 지표와 9월 CPI 상승률 3.7%를 함께 보면 연준이 정말 연내에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러한 가운데 연준의 판단 근거는 CPI보다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인 만큼, 31일부터 이틀간 진행될 FOMC 회의를 앞두고 27일 발표될 9월 PCE 지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금리 상승으로 은행권의 수익성이 늘면서 미국 대형은행들이 3분기 들어 호실적으로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JP모건체이스는 13일 실적 발표에서 3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131억5,000만달러라고 밝혔다. JP모건체이스와 웰스파고, 시티은행 등 3개 대형은행의 3분기 순익은 220억달러에 달했으며, 합계 매출액은 810억달러를 기록했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이 커진 데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간 게 은행권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향후 위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고금리 장기화가 경기에 부담을 줄 것이란 관측이 커진 가운데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난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더해지면서 에너지 및 식량 시장, 국제교역, 지정학적 관계가 광범위하게 영향받을 수 있다”며 “세계는 현재 아마도 최근 수십 년 새 가장 위험한 시기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