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10년물 4.8%… 16년래 최고
긴축 장기화 우려에 따른 미국 국채금리 급등의 충격파가 글로벌 금융·외환시장을 덮쳤다. 원·달러 환율은 14원 넘게 급등해 또다시 연고점을 갈아치웠고 코스피는 6개월 만에 2410선이 무너졌다.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채권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3일(현지 시간) 12bp(1bp=0.01%포인트) 급등한 4.801%로 마감했다. 미 10년물 금리가 4.8%를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국채금리를 끌어올린 것은 예상 밖의 고용 강세 소식이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8월 민간기업 구인 건수는 전월 대비 7.7% 증가한 961만 건으로 시장 전망치(882만 건)를 크게 웃돌았다.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의 루빌라 파루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지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며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에 전 세계 증시도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29% 떨어져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의 여파가 한창이던 3월 22일(-1.63%) 이후 일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연간 수익률은 이날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국내에서도 4일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41% 내린 2405.69에 거래를 마쳤고 코스닥지수는 4% 급락했다.
외환시장 역시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장 마감 직전 1363.5원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달러 강세를 부채질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엔·달러 환율 또한 장중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50엔을 돌파했다. 엔화 환율이 150엔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1년 만이다.
한편 일부 채권투자자와 분석가들은 최근 급등세를 보이는 미국 국채 금리가 5%에 도달할 것으로 잇따라 전망했다.
한때 미국 월가의 ‘채권왕’으로 불렸던 유명 투자자 빌 그로스는 3일 CNBC 방송에 출연해 단기적으로 국채 수익률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로스는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5%까지 갈 것 같다”며 “현재 시장은 국채 공급 전망과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 등으로 과매도 상태”라고 진단했다.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 투자자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도 이날 인플레이션이 장시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급등해 5%를 테스트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앙코 리서치 창립자이자 사장인 짐 비앙코 거시 담당 전략가도 국채 수익률이 향후 몇 주 내 5%를 돌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앙코 전략가도 CNBC에 출연해 “채권시장의 이러한 움직임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의 종료를 시사해도 투자자들이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감지한다면 채권을 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0년물 국채의 적정 수익률을 4.5%로 보고 있다는 비앙코 전략가는 “채권 투자자와 운용사들은 올해 내내 매수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경기침체를 겪게 될 이유 등에 대해 논증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이제 지쳐서 더는 참을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현상 기자·뉴욕=김흥록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