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1,356원 연고점, 연준 고금리 장기화에
한국 수출 부진 영향 “1,390원 고점 될 듯”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넘어서면서 강달러 충격이 커지고 있다.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서기 전까지 1,400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긴축 장기화와 한국의 수출 부진이 맞물리면서 중장기 달러 강세 가능성이 커진만큼 한인 비즈니스 업계도 사업 계획을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7일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0.8원 오른 1,349.3원에 마감했다. 특히 환율은 장중 한때 6.5원 오른 1,356.0원을 기록하면 전날 기록했던 연고점(1,349.5원)을 하루 만에 돌파하는 흐름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나타나면서 1,340원대 후반까지 상승 폭을 축소했지만 달러 강세 흐름이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미국과 한국의 기준 금리 격차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와 한국 중앙은행 한국은행의 금리차는 2% 차로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특히 미국 기준 금리가 한국을 넘어선 기간이 지난해 7월 이후 15개월째 이어지면서 원화 가치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와 같은 금리 격차는 최소 내년 말 길게는 2025년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달러 강세·원화 약세의 또 다른 이유로는 한국 수출의 부진이 꼽힌다. 기본적으로 통화 가치는 해당 국가의 경제력에 기반하는데 한국 경제의 바로미터인 수출이 예상보다 크게 나쁜 상황이라 반전 모멘텀이 밀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46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4% 하락했다. 하락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다행이긴 하지만 전년 대비 수출이 줄어드는 감소세는 12개월 연속 이어졌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 입장에서 무역 부진은 원화 약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향후 원·달러 환율이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정책에 발맞춰 1,400원 직전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준이 더 높이, 더 오랫동안(Higher for Longer)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구간에서 환율의 상방 압력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적 스탠스 아래 디레버리징 압력에 노출된 중국 경제 경계감으로 환율 하락 전환은 지연될 것”이라며 “4분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1,290~1,390원 사이에서 움직이며 상하단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한인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원·달러 상승(달러 강세)이 전반적으로 반가운 상황이다. 달러로 한국 상품을 사와서 미국에 파는 무역업체들이 많은데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전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역업체들의 경우 향후 원·달러 환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면 지금이 적절한 물건 구매 타이밍일 수 있다.
관광 업계의 경우에도 미주 한인들이 한국에 여행을 갈 때 더 부담 없이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객 증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달러 강세로 한국에서 달러를 환전해 원하로 사용하거나 미국 발행 크레딧 카드를 사용할 때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반대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미국에서 살아야 하는 유학생이나 주재원들에게는 부정적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송금하는 부담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 LA로 여행을 오는 관광객의 수요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