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플레이션’ 현실화에 오토론 연체율 5.37%↑
금리 상승에 오토론 연체비율이 17년만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소비자들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올라간 차값에 더해 금융 비용 역시 상승하면서 앞으로 웬만큼 여유가 있지 않으면 자동차를 사는 것이 어려워질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신용평가 기업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에 따르면 자동차 할부금 오토론의 60일 이상 연체율은 최근 5.37%를 기록해 2006년 이후 1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차를 샀을 때 미리 설정했던 금융 비용을 이제는 감당하지 못해 연체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자동차 할부금의 60일이상 연체율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에는 5.03% 였다가 2020년 3.36%로 급락세를 보였고 지난해 3% 초반으로 추가 하락했으나 지난해 2022년 4%대로 올랐고 최근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오토론 연체율이 증가한 것은 최근 시장 금리 상승 탓으로 분석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4.3%를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장기채 금리가 하락해야 자동차 할부 금융 비용도 떨어지는데 정반대로 상황이 진행 중인 것이다. 특히 오토론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모기지와 달리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시중 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최근 금리 상승이 할부 비용 증가로 이어지면서 더 큰 부담을 느낀 자동차 소유주들이 많아진 것이다.
비싸진 자동차 가격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반도체를 비롯 각종 부품 공급 난항으로 자동차 가격이 크게 올랐고 지금까지 비싼 ‘카플레이션’(비싼 자동차 가격)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인들이 생애 첫차로 구입할만한 2만달러 이하의 새차는 5년전에는 12종이나 됐으나 지금은 미쓰비시 미라지 해치백 한 종 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동차가 생활 필수품인 현실이라 미국들의 자동차 구입 열기는 식지않아 자동차 할부금융은 급증하는 상황이다.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미국에서는 770만대의 새차가 판매됐는데 평균 9.5%의 높은 이자율로 평균 6년의 기간으로 할부금융을 이용해 산 것으로 집계됐다. 결과적으로 미국 내 자동차 할부금융 총액은 2분기 현재 무려 1조5,800억달러로 17조달러의 가계부채 가운데 12조 달러인 주택 모기지 다음으로 2위로 올라섰다. 자동차를 사기 위해 거액의 빚을 지는 일이 흔해진 것이다.
금융 비용이 올라간 만큼 앞으로 서민들이 자동차를 사려면 시장의 금리가 떨어지는 것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금융 금리 역시 시장의 장기 금리와 연동돼 움직이기 때문에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긴축을 멈추고 금리가 하락하면 오토론 부담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먼저 주목해 봐야 하는 것은 오는 25일 잭슨홀 미팅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참여하는데 시장의 금리를 억제하는 발언을 할 경우 변동 금리로 자동차를 산 소유주들의 부담도 떨어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다음달 19~20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변수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