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중립금리 일제히 상향…뱅가드 “실질금리 1.5%로 올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2%까지 떨어지더라도 기준금리는 팬데믹 이전보다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의 재정지출이 늘고 에너지 전환 투자가 급증하면서 미국 경제의 체질이 변했다는 것이다. 만약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5일(현지 시간) 예정된 잭슨홀 연례 경제정책심포지엄(잭슨홀미팅)에서 이 같은 변화를 인정할 경우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 시간) 중립금리가 상승해 연준의 기준금리도 앞으로 2020년 팬데믹 이전보다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립금리는 경기를 부양하지도, 위축시키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를 말한다. 성장과 인플레이션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의 금리다.
연준은 현재 중립금리를 2.5% 안팎으로 보고 있다. 장기 인플레이션 전망(2%)을 제외한 0.5% 안팎을 실질중립금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특정 시점의 물가 상승률보다 0.5% 이상 높다면 이는 긴축적인 금리 수준이 되는 구조다. 실질중립금리가 높아지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뱅가드 투자전략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실질중립금리가 기존 0.5%에서 현재 1.5%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성장을 자극한다고 봤다. 뱅가드 측은 “높아진 실질중립금리로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가 5% 이상, 장기적으로는 3.5%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연준이 6월 경제전망요약(SEP)에서 제시한 내년 말 4.6%, 장기금리 전망치 2.5%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연준 내부에서도 중립금리가 높아졌다는 의견이 이어진다. 리치몬드연방준비은행은 1분기 실질중립금리가 0.5%가 아니라 2%라고 봤다. 댈러스연은 역시 지난달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 1분기 실질중립금리를 1.1%라고 평가했다.
실질중립금리가 높아지는 것은 미국의 경제를 밀어올리는 요인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WSJ는 △미국의 재정지출 증가 △에너지 전환 투자 증가 △은퇴자들의 투자 확대 △인공지능(AI) 등 생산성 향상 기술 발전 등을 꼽았다.
다만 존 윌리엄스 뉴욕연은 총재는 5월 열린 연준의 콘퍼런스에서 실질중립금리는 팬데믹 이전(0~1%) 수준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뉴욕연은의 연구진은 이달 10일 별도로 내놓은 보고서에서 장기 중립금리는 큰 변동이 없으며 단기(3개월) 중립금리는 올 1분기 5%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중립금리를 장단기로 나눠 분석한 것이다. 뉴욕연은은 “지난 1년 동안 중립금리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가정하면 기준금리가 5.0%포인트 이상 올랐는데도 경제가 여전히 강한 사실을 납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은 파월 의장이 잭슨홀미팅에서 중립금리를 직접 언급할지 주목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전략가 데이비드 머클은 “(잭슨홀에서) 연준이 공식적으로 실질중립금리 상승을 논의한다면 금리 인하의 시급성은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반대로 “파월 의장이 중립금리가 높아지지 않았다는 쪽에 동의한다면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시장은 이번 잭슨홀 연설을 비둘기파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