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수요 감소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1948년 영국의 다이아몬드 업체인 드비어스 그룹이 판촉을 위해 내건 슬로건이다. 하지만 슬로건 대로 영원할 것 같았던 미국 다이아몬드 판매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10일 월스트릿저널(WSJ)은 재난이 발생하면 다이아몬드 판매가 늘어난다는 업계의 속설 대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호황을 누렸던 다이아몬든 판매업계가 올해 들어 다이아몬드 가격이 급락하면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재난이 발생하면 다이아몬드 판매량이 급증한다는 게 업계의 통설이다.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국 내 다이아몬드 판매량이 크게 늘었고, 2011년 일본 대지진 이후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도 다이아몬드 업계는 호황을 누렸다.
코로나19 재난 이후에도 다이아몬드 통설은 유효했다. 보석업계 분석업체인 에단골란에 따르면 2021년 다이아몬드 판매량은 2021년 57.4%나 급증했으며, 지난해에도 상승세는 계속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면서 상황은 180도 급변했다. WSJ에 따르면 세공된 다이아몬드 가격이 지난해 고점 대비 27%나 크게 떨어졌다. 일례로 1캐럿짜리 천연 다이아몬드의 경우 가격이 5,185달러로, 이는 지난해 초에 비해 1,900달러나 하락한 가격이다.
다이아몬드 판매업계는 2021년 호황을 맞자 다이아몬드 공급량과 함께 세공 물량을 대폭 늘리면서 수요를 맞추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수요가 예상만큼 발생하지 않자 공급량이 수요보다 많아지면서 가격이 급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여기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결혼 시기를 늦추거나 아예 비혼을 선택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다이아몬드와 같은 보석류 구입 수요가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
다이아몬드 판매업체들은 공급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고가 다이아몬드를 위주로 가격을 할인하는 세일에 나서면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일 탓에 1.5캐럿짜리 예식용 다이아몬드 가격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