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호텔·할리웃까지 미국 파업 절반이 가주서
16만여명이 소속된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이하 배우조합)이 14일 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LA 일대의 치솟는 집값과 물가 수준이 이 지역 노조의 잇단 파업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넬슨 릭턴스타인 UC 샌타바바라 연구교수는 이날 LA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배우조합의 파업은 LA가 노동운동의 선봉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최근 LA에서 줄을 잇고 있는 노동자들의 파업 배경을 분석했다.
릭턴스타인 교수는 올해 미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파업의 약 절반이 캘리포니아주에서 일어났으며, 이 가운데 배우조합을 포함해 LA를 중심으로 한 노조의 파업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LA에서는 지난 3월 약 3만명이 가입된 공립학교 교직원 노조가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사흘간 파업을 벌였고, 1만1,000여명이 소속된 할리웃 작가조합(WGA)이 5월 초부터 역시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 13일에는 패스트푸드 종사자 수백명이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LA와 오렌지카운티의 호텔 노동자 수천 명은 지난 2일부터 임금 인상 요구를 내걸고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호텔 종사자 53%가 치솟은 주거비 때문에 최근 5년 사이에 일을 그만뒀거나 그만둘 처지가 됐으며,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시 외곽에 거주하며 먼 거리를 출퇴근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시간당 20∼25달러 정도의 벌이로는 주거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부동산 정보사이트 질로우를 보면 LA 카운티 내에서 방 1개, 욕실 1개 규모를 기준으로 월 렌트비 1,500달러 미만의 집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릭턴스타인 교수는 “무엇보다도 턱없이 치솟은 주거 비용이 가장 큰 문제로, LA 세입자 4명 중 3명이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립학교 교직원, 호텔 노동자, 심지어 고임금이지만 임시직으로 고용된 할리웃 시나리오 작가까지 거의 모든 파업에서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한 임금 인상이 한목소리로 나온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호텔 노조는 호텔 업주들이 숙박업 종사자들에게 저렴한 주택을 지원하는 기금을 조성하거나 노숙자들에게 빈방을 개방하는 주거 지원 대책을 추진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노동자들이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열망하게 했고, 낮은 실업률은 모든 부류의 노동자들을 더 대담하게 만들었다고 릭턴스타인 교수는 분석했다.
배우조합은 파업을 시작하기 전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 협상 과정에서 계약 첫해의 기본급 15% 인상을 요구했다가 막판에 11%로 낮췄으나, AMPTP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LA 타임스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파업으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영화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작가조합(WGA)이 이미 두 달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배우들까지 가세하면서 할리웃은 거의 마비될 위기에 놓여 있다.
밀컨 연구소의 수석 전략가인 케빈 클로든은 배우조합과 작가조합의 동반 파업이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경제적으로 40억달러 이상의 손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클로든은 배우조합의 파업 영향이 미국뿐 아니라 다른 영어권 지역에도 직접적으로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