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수요 대비 공급 딸려
지난해 9월 한국을 다녀 온 한인타운에 사는 이모씨는 올해 다시 가을에 한국행 항공권을 구입하려다 깜짝 놀랐다. 지난해 8월에만 해도 1,300달러를 넘지 않았던 한국행 왕복 항공권이 6월 초인데도 벌써 1,300달러를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씨는 “항공권이 구매 시기나 출도착 시간에 따라 가격이 모두 다르다고는 하지만 3~4개월이 남았는데도 이렇게까지 올라 있는 줄은 몰랐다”며 “집사람과 상의해 가급적 빨리 구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6월 초,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기도 전이지만 ‘추석 시즌’ 한국행 항공권 가격이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사실상 엔데믹으로 전환하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한국행 항공 수요가 다시 급증하고 있지만 LA 노선의 좌석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 탓이다. 여기에 지난해 여름 시즌 한국행 왕복 항공권 가격이 3,000달러까지 치솟았던 ‘항공 요금 대란’의 학습 효과로 여행 3~4개월에 앞서 항공권 구입에 나서는 이른바 ‘조기 구매’ 패턴까지 자리를 잡아가면서 가을 시즌 한국행 항공권 가격을 끌어 올리고 있다.
항공권 가격은 구매 시기, 출도착 및 이착륙 시간, 잔여 좌석수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렇지만 1일 한인 여행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추석(9월29일)을 중심으로 가을 시즌 한국행 항공권 가격의 상승세만큼은 뚜렷하다. 특히 3~4개월이나 앞선 시점이지만 가을 시즌 한국행 항공권 가격은 이코노미석 기준으로 1,370~1,390달러대를 형성하고 있다. 주말 출도착의 경우 이보다 더 비싸 1,500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월23일 LA를 출발해 10월13일에 도착하는 한국행 항공권은1,470~1,49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이보다 100~150달러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시즌이 3개월 이상 남은 시점이지만 한국행 항공권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한국 여행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연차를 사용하면 6일의 추석 연휴를 한국 내 친인척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수요를 자극하는 동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달러 강세 현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미주한인들이 달러를 원화로 바꾸거나 미국 크레딧카드를 사용할 때 혜택을 보고 있다.
하지만 국적항공사들의 좌석 공급 속도가 한인 여행 수요 증가 속도 보다 더딘 것은 항공권 가격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한항공의 미주 노선 공급 좌석은 2019년의 90% 수준으로 회복됐는데, 여객 수는 9% 증가했다.
린다 송 춘추여행사 대표는 “국적항공사들의 항공기 좌석 회복 속도에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전통적으로 가을 시즌에 한국행 여행 수요가 몰리는 탓에 항공권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행 일정을 3~4개월 앞두고 조기에 항공권 구매에 나서는 한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는 게 한인 여행업계 관계자들이 공통된 말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8월 정도에도 1,280달러에서 1,300달러선을 보였던 것이 올해엔 6월 초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1,300달러대를 훌쩍 넘어섰다.
써니 최 태양여행사 대표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언제든지 싸게 항공권을 살 수 있다’는 인식 대신 ‘오늘이 제일 싸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았다”며 “가족단위 여행객이 증가하는 올해 추석을 위해 3개월 전에 항공권 구매하는 ‘선분기 구매’가 이젠 대세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석 시즌 한국행 항공권 가격이 상승세이지만 좀 더 저렴한 항공권 구입을 위해선 여행사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신영임 삼호관광 부사장은 “추석 항공 요금이 상승세이긴 하지만 에어프레미아의 경우 1,250달러대의 좌석도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라며 “여행사의 도움을 받아 서둘러서 항공권을 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