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변호사
수십년동안 여성의 낙태권 판례로 자리잡았던‘로 v. 웨이드’가 지난해 연방 대법원에서 뒤집히자 여기에 고무된 그렉 애버트 텍사스 주지사가 체류 신분이 없는 아동에게도 공립학교가 무상교육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케이스‘플라이어 v. 도우’를 뒤집는 소송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모든 아동에게 공립학교 무상교육을 해야 한다고 결정했던 1982년 대법원 판례를 돌아본다.
1977년 8월말. 몇년전 멕시코에서 국경을 넘어와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살고 있는 로자리오 로블레스는 다섯 아이를 데리고 집에서 멀지 않는 초등학교에 갔다. 개학 첫날이라서 등록 절차를 밟는데, 학교당국이 출생증명서등 아이들의 체류신분을 입증할 서류가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전에 없던 일이었다. 체류신분 서류가 없다고 하자 교직원의 표정이 달라졌다. 학교에 다니려면 아이 한 명당 1년에 1,000달러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불법 체류자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텍사스 주의회가 체류신분이 없는 아동들의 교육에 주정부 예산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주 교육법을 이태전에 바꾼 결과였다. 체류신분이 없는 아동에 대해서는 주정부가 재정지원을 하지 않고, 관할 교육구 재량으로 이들 아동에게 등록금을 받거나 입학을 불허할 수 있도록 했다. 테일러시 교육구는 불법체류 아동 한 명당 1년의 1,000달러의 등록금을 받기로 한 것이었다.
같은 처지의 학부모들은 비영리로 운영되는 멕시칸 아메리칸 법률 구조단체를 통해 교육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다. 먼저 텍사스 지방법원에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불법체류 아동들이 공립학교에서 무상교육을 받도록 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 인용 결정을 받았다. 연방지방법원은 불법체류 자녀만 무상교육을 하지 못하도록 텍사스주 교육법은 수정헌법 14조 평등조항에 어긋나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연방 5항소법원도 불체 아동의 손을 들어 주었다.
연방 대법원에서 쟁점은 불법체류 아동에게 무상교육을 금지하는 텍사스 교육법이 수정헌법 14조 평등조항에 어긋나느냐 그렇지 않느냐 였다. 교육을 받을 권리는 헌법이나 대법원 판례로 확립된 기본권이 아니고 또 인종적인 차별에 관한 것도 아니므로 판단의 기본틀은 불법체류 아동에게 무상 교육의 기회를 주지 않는 법률의 근거가 합리적이냐 여부였다.
대법원은 결국 5대4로 텍사스 교육법이 수정헌법 14조 평등조항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체류신분이 없는 아동의 교육은 일반 사회복지와 다르기 때문에, 텍사스가 불법체류 아동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제한하려면 입법이 단지 합리적인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보다 설득력있는 입법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한편 반대 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불법체류 아동이 교육을 받지 않으면 정기적으로 사회적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텍사스 교육법은 제한된 교육재정을 보다 잘 사용하기 위해서 불법체류 아동에게는 무상 교육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므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이 법률을 위헌으로 판단한 것은 불법체류 아동에게 무상 교육을 시킨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사법부가 입법부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는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체류 신분이 없는 아동들의 무상교육을 제한하려는 시도는 그 후에도 계속되었다. 캘리포니아가 그 예다. 1994년 체류 신분이 없는 아동의 공립학교 무상교육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주민발의안 187이 통과되었다. 이 주민발의안은 연방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시행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