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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자 틀리고, 이름 빠지고…워싱턴 한국전쟁 추모의 벽 '무더기 오류'

미국뉴스 | 사회 | 2023-01-10 08:25:45

워싱턴 한국전쟁 추모의 벽 무더기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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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자 500명 이름 빠지고 6·25 전사와 관련 없는 245명은 포함

오류 발견한 역사학자 "미 국방부에 알렸지만 응답 없었다"

 

워싱턴 D.C.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에 세워진 추모의 벽[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워싱턴 D.C.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에 세워진 추모의 벽[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워싱턴 D.C.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에 세워진 추모의 벽에 일부 전사자들의 이름이 잘못 새겨지는 등 오류가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 6·25전쟁 연구자인 역사학자 할 바커 형제를 인용해 추모의 벽에서 1천15개의 철자 오류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약 500명의 전사자가 명단에서 빠졌고, 6·25전쟁과 전혀 관련 없이 사망한 245명의 이름이 추모의 벽에 새겨진 사실도 확인됐다.

 

NYT는 적의 공격을 방어하던 중 전사한 프레데릭 볼드 이글 베어 상병을 철자 오류의 예로 들었다.

 

미국 원주민인 볼드 이글 베어(Bald Eagle Bear) 상병의 이름은 뒤죽박죽 뒤섞여 이글 B F 볼드(Eagle B F Bald)로 새겨졌다.

또한 하와이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군인과 6·25전쟁 이후 60년을 더 살면서 8명의 손주를 본 뒤 사망한 해병대 참전용사는 전사자가 아닌데도 추모의 벽에 새겨졌다.

전쟁 기간 미국 육군과 해군의 항공기가 충돌해 조종사 2명이 숨졌는데, 해군 조종사의 이름은 추모의 벽에 새겨지고 육군 조종사의 이름은 명단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2천420만 달러의 건립 예산 중 한국 정부가 2천360만 달러(약 294억 원)을 부담한 추모의 벽에 새겨진 명단은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KWVMF)과 미국 국방부의 책임으로 작성됐다.

바커 형제는 미국 국방부가 보유한 6·25 전사자 명단 자체에 오류가 많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가 1950년대에 종이에 구멍을 뚫어 정보를 저장하는 IBM의 '천공 카드 컴퓨터'로 전사자 명단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명단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입력할 수 있는 정보의 수가 제한된 천공 카드의 특성상 볼드 이글 베어 상병처럼 이름이 길거나 복잡한 경우는 잘못 입력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후 미 국방부는 천공 카드로 기록한 명단을 디지털로 전환했지만, 처음부터 잘못 입력된 명단은 수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바커 형제는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1990년대부터 미 국방부가 보유한 6·25 전사자 명단의 오류를 바로잡고 정리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이들은 2010년께 KWVMF 운영진이 추모의 벽 건립에 나서면서 참전용사 명단을 달라고 요청했을 때 "명단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수많은 오류를 수정하는 작업이 더 필요하다"고 경고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후에도 KWVMF는 건립사업을 그대로 추진했고, 2016년 미 의회에서 승인됐다. 하지만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 측이 건립 기간 지연으로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 전사자 명단을 한꺼번에 결정해 발표하라고 요구했고, 이런 내용이 입법에 반영되면서 미 국방부는 공개적인 오류 수정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커 형제는 미 국방부에 자신들이 그동안 파악한 오류와 수정한 내용을 제공하려고 반복해서 이메일을 보냈지만, 대부분 응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미 국방부가 2021년 추모의 벽에 새길 최종 명단을 전했을 때도 다시 경고했지만 거의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형제는 주장했다.

바커 형제의 아버지는 은성무공훈장을 받은 6·25 참전용사다.

그러나 바커 형제는 전사자의 명단이 새겨진 추모의 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사자의 이름을 새긴 조형물이 만들어질 경우 전쟁에서 고통을 당한 참전용사들의 수고가 잊혀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바커는 "추모의 벽은 세워지지 말았어야 했지만, 일단 만들어진 만큼 오류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전 추모의 벽은 워싱턴DC 한국전 참전기념비 공원에 설립된 기념물로, 한국전쟁 전사자 4만3천748명(미군 3만6천574명·카투사 7천174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추모의 벽 조성 사업은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참전비와 달리 한국전 기념비에는 전사자 이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이후 2016년 미 의회가 건립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한국 국회에서도 건립지원 촉구 결의를 채택했고, 추모재단 모금과 한국 정부 예산 지원 등이 이뤄졌다.

<연합뉴스>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에 세워진 추모의 벽을 둘러보는 참전 용사[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에 세워진 추모의 벽을 둘러보는 참전 용사[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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