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억 달러 자금지원 요청 ‘코인판 리먼’되나 초긴장…미중 ‘코인 전쟁’ 분석도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가상화폐거래소 FTX가 회사 파산을 막기 위해 100억 달러 가까운 자금 수혈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10일 소식통을 인용해 FTX의 샘 뱅크먼-프리드 최고경영자(CEO)가 94억 달러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다른 투자자 및 코인업체 대표들을 만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뱅크먼-프리드는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플랫폼 트론을 창업한 저스틴 선, 코인거래소 OKX, 스테이블코인 테더 플랫폼 등을 접촉하고 이들 업체로부터 각각 10억 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한 벤처펀드 세쿼이아 캐피털과 헤지펀드 서드 포인트 등과도 구제금융 확보 방안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뱅크먼-프리드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업계의 여러 플레이어와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자금조달) 성공의 가능성에 대해선 어떤 것도 암시하고 싶지 않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 FTX 유동성 위기의 방아쇠를 당긴 관계회사 알라메다 리서치를 폐쇄하겠다고 말했다.
FTX는 고객들이 한꺼번에 자금을 빼가는 ‘뱅크런’ 사태에 이틀간 자금 인출을 막았으나 이날 일부 자금의 인출을 재개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암호화폐거래소이자 세계 3위인 FTX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은 FTX가 자사주 격인 ‘FTX토큰(FTT)’을 발행하고 계열사가 이를 사들이는 구조로 몸집을 키웠다는 문제 제기로부터 시작됐다.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은 FTX에서 돈을 빼기 시작했고 바이낸스가 자신들이 보유한 FTT를 전량 매도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공포감은 확산됐다.
전날 비트코인은 1만6,000달러 선이 무너지며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코인 시장은 이날 미국 물가 급등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소식에 일단 한숨을 돌렸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미국 서부 시간 기준 오전 10시 50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3.56% 오른 1만7,317달러에 거래됐다. 이더리움은 8.21% 올랐고, 솔라나도 15.74% 반등했다.
FTX 유동성 위기가 다른 코인업체로 번진 사례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점도 코인 시장의 추가 하락에 제동을 걸었다. 파생금융상품 업체 마렉스솔루션의 디지털자산 책임자 일란 솔랏은 “FTX 사태 파장이 이어지겠지만, 다른 대형 코인펀드가 FTX와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낸스와 FTX의 거래 무산은 FTX의 미래뿐 아니라 암호화폐 비즈니스에 실존적 위협”이라며 “암호화폐 업계의 리먼 모먼트”라고 평가했다. FTX 파산에 따른 위험을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에 빗댄 모습이다.
월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사실상 미중 코인 전쟁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일단 1차전은 중국의 우세승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