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팬데믹 이후 노조 신규 설립·파업 붐”
미국 경제계에 노동조합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역대급 인플레이션으로 실질 임금이 줄어들고 팬데믹을 거치면서 ‘균형 있는 삶’(워라밸)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데다 구인난까지 겹치면서 임금 인상과 함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 설립과 파업이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인난을 겪고 있는 미국 산업계에 임금 인상과 근무 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파업이 줄을 잇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2일 미네소타와 위스콘신에서는 같은 날 1만5,000여 명의 간호사가 파업을 시작했고, 시애틀에서는 6,000명이 넘는 교사들이 파업에 나섰다.
코넬대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180건의 파업이 벌어져 7만8,000명의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02건의 파업에 비해 급등한 수치다. 지금까지 발생한 파업 건수를 더하면 올해에만 미국에서 263건의 파업이 벌어졌다. 지난해에 비해 84%나 늘어난 것이다.
노동조합 결성 움직임도 활발하다. 미국 노동 분쟁 심판 기관인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641건의 노조 설립 결의가 노동자 투표에서 가결돼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노조 결성 움직임 활발해진 데는 스타벅스, 애플, 아마존 등 무노조 경영을 고집해 온 대기업들이 무너지면서부터다. 특히 스타벅스에서는 올해 상반기 230여개 매장에서 노조가 결성됐다. 뉴욕주의 아마존 물류 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 400여 명도 지난달 NLRB에 노조 결성 신청서를 제출했다.
미국 내에서 노조 설립과 파업이 급증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은 쇠퇴일로를 걸으면서 지난해 약 10%까지 계속 줄어드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노조는 극적으로 부활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일터에 나서면서 안전한 근무 환경과 워라밸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노조의 중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노조에 신규 가입한 노동자 수는 4만3,150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두 배 늘었다.
노조 활동이 부활한 이면에는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서 실질 임금이 줄어드는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에 비해 8.3%나 상승했다. 상승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여기에 각 기업들이 구인난에 어려움에 직면한 것도 노조의 교섭력을 높이는 동력이 되고 있다.
연방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 내 기업들의 구인 건수는 1,120만건으로 전월보다 20만건 증가했다.
올해 노조 파업이 급증했다고 하지만 2018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당시 웨스트 버지니아와 켄터키, 오클라호마 등에서 50만여 명의 교사와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바 있다. 아직도 타협점을 찾지 못해 파업이 현재진행형인 사례도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앨라배마의 탄광에서 1,100여명의 탄광 노동자들이 벌이고 파업은 지금까지 해결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