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3분의 1 어려움, 공기오염·신경장애 등 공격성 부추기기도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폭염과 가뭄에 직면한 주민들이 기후 변화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면서 정신건강이 악화되고 있다고 8일 LA타임스가 전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고립과 불안, 우울 등 정신 질환의 증가세는 세계적인 현상이나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가 개인의 정신 건강에 광범위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진단이다. 기온 상승, 대기 오염 악화 등 변화가 공격성을 높이고 개인 및 집단 간 갈등을 부추기고 불안과 우울증 등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2020년 정신·감정적 문제를 겪은 미국 성인은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특히 봉쇄령으로 온라인 콘텐츠에 과도하게 노출된 청소년의 정신질환 증가율은 10% 안팎으로, 다른 연령대를 크게 앞질렀다. 지난해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고교생 7,000명을 조사한 결과, 3분의 1 이상이 정신 건강에 문제을 겪는 걸로 파악됐다.
2년 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둔화되었지만 이젠 가뭄, 폭염, 산불, 해수면 상승 등 기후 변화가 젊은이들을 절망감에 빠뜨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절망감을 ‘기후 불안’이라고칭하며 기후변화가 건강 위기의 근원이자 기존 정신건강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12월 랜셋에 발표된 연구 조사에 따르면 16~25세 청소년 1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9%가 기후 변화에 대해 매우 또는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고 파악됐다. 84%는 걱정하는 정도가 중간에 머물었다. 미국과 영국, 핀란드 연구원들은 청년들이 정부가 기후 변화 대처에 실패했다며 배신감 마저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청년들이 정부의 대응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할 때 고통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차원에서 기후변화를 둔화 혹은 예방하지 못한 것이 심리적 고통 및 도덕적 상처, 불의로 남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구진은 “기후 불안이 정신질환의 원인이 되지는 않지만 정부의 대응 실패와 함께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는 현실이 만성적이고 장기적, 잠재적으로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 ‘건강 및 지구환경센터’ 자문위원인 리즈 반 서스터렌 박사는 2013년 사이언스 저널 논문을 인용해, “기온 상승과 강수량의 극단적인 변화는 개인 및 집단 간 갈등 수준의 상승과 관련 있음이 확인되었다”고 강조했다.
< 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