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4차례 걸쳐 2.25%p 오르는 동안 체이스·BofA·웰스파고 등 예금 0.01% 수준
미국의 기준금리가 성큼성큼 인상되고 있으나 예금 금리는 그만큼 오르지 않아 미국 은행들이 큰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내 은행들은 예금자에게 이자를 많이 줄 이유가 없어 정책금리 인상폭 대비 예금금리 인상폭 비율(deposit beta)이 향후 수개월 동안 은행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보다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상대적으로 적게 올린다는 의미다.
실제 연준은 올해 들어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25%포인트 인상했지만,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웰스파고 등 미국 주요 은행의 예금금리는 0.01% 수준에 그쳤다.
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오르지만 예금금리는 여전히 낮아 은행들이 이런 예대금리 차에 따른 막대한 이익을 거둘 여지가 생긴 셈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 3분기에 이자 이익이 전분기보다 10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금금리 인상이 더딘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시행된 경기부양책 덕분에 시중에 현금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예금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 대형 고객조차도 예금금리를 더 올려달라고 요구할 레버리지가 거의 없을 정도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예금이 줄어들고 있고 인터넷 은행과 지역 기반 금융회사들이 높은 금리를 내세우고 있음에도 기존 은행들이 압박을 느낄 만큼 고객들의 은행 갈아타기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분기 미국의 주요 대형은행들의 실적 발표 내용을 기반으로 할 때, 미국 소비자들이 채무 변제 활동을 잘 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CNBC는 올해 2분기 미국 6대 주요 은행의 대출 및 예금 활동 등 소매 금융 부문 실적이 눈에 띄게 좋은 수준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금융 스트레스와 금리 상승의 여파가 월가에 나타나기 시작한 반면, 소비자 재무 건전성은 비교적 건실하다는 진단이다. 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2분기 소비자 자동차 대출, 주택 담보 상품, 특히 신용카드 부채 상환율은 1년 전보다 향상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CNBC는 BofA의 신용카드 이용자들이 1년 전보다 17%가량 지출을 늘린 점을 언급하면서 늘어난 지출분 중 일부는 필수재 인플레이션 현상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이는 미국 내 소비자 지출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이어 이러한 데이터는 미 경제 연착륙 가설이나 연준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경기 침체 현상이 그리 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설 등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전의 경기 침체 사이클과 비교했을 때, 코로나19 팬데믹 관련 지원 프로그램과 낮은 실업률 등의 요인으로 현재 소비자들의 재정 상태가 비교적 건전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소매 금융 부문 실적 강세는 JP모건 체이스,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다른 대형 은행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JP모건의 지난 2분기 카드 연체율은 1.47%를 나타냈는데, 이는 전년 동기의 2.24%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시장분석업체인 에버코어ISI의 글렌 쇼어 애널리스트는 리서치 노트에서 “예금, 소비자 투자, 소상공인을 위한 신규 계좌 개설 등의 활동에서 강력한 소비자 활동을 볼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분석했다.
CNBC는 다만 주요 은행들이 대손준비금을 충분히 축적하고 있다면서, 이는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