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보복 소비’ 경기침체 우려 반품 쏟아져
아마존 프라임 스티커가 선명하게 붙어 있는 85인치 평면 TV 박스, 홈디포 가격표가 붙어 있는 욕실 화장대 박스, 그리고 타겟이나 월마트의 로고가 붙어 있는 뜯지 않는 제품 박스들이 즐비한 이곳은 ‘리퀴디티 서비스’(Liquidity Service)사의 제품 보관 창고다.
리퀴디티 서비스는 반품이나 재고 제품을 확보해 이를 싼 값에 되파는 이른바 폐업 상품 판매업체다. 최근 들어 반품과 재고 물품이 크게 늘면서 리퀴디티 서비스의 물류 창고엔 뜯지 않은 중고 ‘신제품’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리퀴디티 서비스 측은 “대형 소매업체들에서 들어 온 반품이자 재고 상품들이 증가하면서 이들 상품의 재판매도 활발해 창고가 종일 바쁜 상태”라고 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11월 창고 한 곳을 더 늘려 전국에 8개의 물류 창고를 보유할 만큼 성업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억눌렸던 미국인들이 지갑을 열어 대대적으로 ‘보복 소비’에 나섰다가 최근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 위기가 가속화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생필품 구입에 소비 수요가 집중되다 보니 대형 소매유통업체들이 팔지 못한 재고와 반품 상품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를 싼 값에 재판매하는 폐업 상품 판매업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월마트와 타겟과 같은 대형 소매체인업체들이 코로나19 보복 소비를 대비해 대량 확보해 둔 판매 물량이 고물가에 소비 수요가 감소하면서 재고와 반품이 크게 늘자 이를 받아 싼 값에 재판매하는 재고 및 반품 물품 떨이 판매업이 성업 중에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전미소매연맹(NRF)는 미국 내 대형 소매체인업체들이 떠안게 된 반품은 지난해만 7,610억 달러 규모로 이는 연방 국무부의 한해 예산 보다 더 많은 수치다. 지난해 전체 판매 상품 중 반품 비율은 16.6%로 2020년 10.5%에 비해 6%포인트 늘었고 2019년에 비해 반품 비율은 두 배 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체인업체들의 반품과 재고가 크게 늘어난 데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온라인을 통한 보복 소비가 급증한 탓이다. 소매체인업체들이 보복 수요에 대비하기 물량을 과하게 확보해 과다 재고까지 더해졌다. 문제는 보복 소비가 줄어들면서 반품까지 증가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전반적인 소비 수요는 감소하는데 비해 식료품과 개솔린 등 생활필수품 수요는 늘어나는 극단적 소비 양상이 더해지면서 재고와 반품 문제는 더 심화됐다. 시장조사업체 NPD는 “미국인들이 지난 3월 이후 전자제품, 의류, 생활용품, 소형 가전제품 구입을 줄이는 대신에 불가피한 식료품, 임대료, 휘발유에 더 많이 지출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대형 소매체인업체들이 마냥 재고를 떠안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가을과 겨울 시즌을 대비한 신제품을 판매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재고와 반품 상품들을 폐업 물품 판매업체에 넘길 수 밖에 없다는 게 관련 업계의 현실이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