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보복 여행’ 급증,
인력난·파업에 공항 사실상 마비
결항·수하물 분실 등 사고 잇달아
‘포스트 코로나’로 여행 수요가 급증했지만, ‘최대 수혜자’ 후보인 항공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갑자기 늘어난 여행객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관광객이 몰리는 유럽의 사정이 특히 심각하다. 항공편 결항, 연착, 수하물 분실 등 각종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영국 런던 히드로공항은 12일(현지시간) ‘일일 공항 이용 가능 인원 강제 제한’이라는 초유의 조치를 취했다. 히드로공항 사정은 실로 심각했다. 항공정보회사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6월 초 일주일간 결항 건수가 559건에 달했다. 주인 잃은 여행용 트렁크가 떼지어 있는 모습은 최근 히드로공항의 상징이 됐다. 그랜트 샵스 영국 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공항을 현실적으로 운영하라”는 말로 항공대란 해소를 주문했다.
유럽 각국의 사정은 대체로 비슷하다. 지난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공항은 “보안 직원이 너무 적다”는 이유로 이용객 수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딕 벤쇼프 스키폴공항 CEO는 “인원 제한을 둬야 여행객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KLM항공은 항공편 2,000개를 줄였고, 장애인 좌석 확보 등을 위해 항공권 판매를 중단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항공분석회사 시트리움에 따르면, 다음달 전 세계 항공편 중 2만5,378개가 취소됐는데, 이 중 62%(1만5,788개)가 유럽에 몰려 있다.
항공업계가 쩔쩔매는 주된 원인은 노동력 부족이다. 코로나19 팬데믹 2년간 대량 해고로 인력을 대거 감축했는데, 이를 회복하기 전에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다. 인력을 급히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유럽 공항 노동자는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다. 공항은 대체로 도시 외곽에 있고 임금도 높지 않다. 직원을 뽑는다 해도 보안 교육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 투입엔 시간이 걸린다. 인접국 튀르키예에서 공항 근무 인력을 충당해온 독일은 외국인 취업 허가와 비자 업무를 평소보다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사 파업도 원인의 한 축에 있다. 미국의 델타항공 조종사들도 임금 인상, 고용 보장 등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아메리칸에어라인은 긴급 투입하는 조종사에게 급여를 3배 인상해 지급했다고 CNN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