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구입 후 수천달러씩 남기는 중고거래
LA에 거주하는 데니스 왕은 첫번째 전기차 판매 거래는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두번째 거래는 제법 큰 돈을 벌었다고 했다. 왕은 테슬라 전기차를 구입해 되파는 플리핑 거래를 하고 있는데 새차를 사 다시 파는 방법으로 대당 7,000달러까지 벌었다. 그는 LA타임스(LAT)와의 인터뷰에서 “모델S를 갖고 있는데 현재 플리핑 시장에 내놓은 상태로 3개월 정도면 판매될 것”이라며 “모델Y와 또 다른 모델S의 신차들을 주문해 놓고 다음 거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칩 품귀 현상과 함께 국제 원자재 수급 불안 여파로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생산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전기차 가격이 치솟자 전기차를 구입해 비싼 가격에 되파는 이른바 플리핑(flipping)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고 30일 LAT가 보도했다.
전기차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일부 플리핑 가격이 신차보다 2배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면서 플리핑 거래에 나서는 ‘플리핑족’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신차 출고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중고 전기차를 찾는 수요가 늘자 신차를 사서 단기에 되파는 플리핑 판매가 늘고 있는 것이다.
플리핑 거래가 늘어난 데는 전기차 공급량이 달리면서 중고차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시애틀에 본사를 둔 전기차 정보제공업체인 ‘리커런트’에 따르면 2021년형 중고 전기차의 경우 전체 판매 물량의 17.5%를 차지할 정도여서 중고 전기차 가격도 지난해 3월 이후 25%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머스탱 마하E의 중고차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평균 60%나 올랐다.
플리핑 거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개인과 개인 사이의 사적 거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 제시된 중고 전기차의 플리핑 가격은 신차 가격에 비해 훨씬 비싸다. 페이스북에 올라는 2022년 험머 EV1의 플리핑 가격은 22만 달러. 딜러십에서 제시한 신차 가격인 10만5,000달러에 비해 2배가 넘는 가격이다.
리비안의 2022년형 전기차 픽업트럭 R1T의 플리핑 가격은 12만3,000달러에서 22만 달러인데 비해 리비안 웹사이트에 제시된 신차 가격은 6만7,500달러였다.
인기 상종가를 치고 있는 테슬라는 지난달 모델 Y의 신차 가격을 5% 인상해 6만5,990달러에 판매하고 있지만 플리핑 시장 나온 2,800마일리지의 모델 Y의 판매 가격은 7만990달러로 신차 가격을 능가하고 있다.
중고 전기차의 플리핑 가격이 신차에 비해 2~3배 가량 비싸도 이를 구매하려는 수요는 상존하고 있다고 LAT는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운행 목적이 아닌 영리 목적으로 플리핑 거래에 나서는 소위 ‘플리핑족’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반도체 칩 부족으로 공급이 달리면서 신차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상황을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판매 면허 없이 영리로 차량 판매를 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는 점에서 관계 당국은 전기차 플리핑 거래의 위법성 여부를 놓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기차에 대한 플리핑이 성행하자 규제에 나서는 국가들도 있다. 프랑스는 지난달 법을 개정해 전기차를 1년 이상 보유해야 중고 판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독일 역시 현행 6개월 이후 판매 가능에서 내년부터 의무 보유 기간을 1년으로 기간을 늘릴 예정이다.
<남상욱 기자>